트럼프, 고농축 우라늄 이란 내 폐기도 수용 가능 시사…돌파구 마련될까

정유진 기자 2026. 5. 2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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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을 이란 내에서 폐기하는 방안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반드시 미국으로 이전해 폐기해야 한다는 그간의 요구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농축 우라늄은 즉시 미국으로 반출된 뒤 폐기하거나, 이란과의 조율 아래 현지에서 폐기되거나, 또는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다른 장소에서 폐기될 수도 있다”며 “이 과정에는 미국 원자력위원회나 그에 상응하는 기관이 입회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고농축 우라늄을 미국으로 이전해 폐기해야 한다고 고수해 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요구를 수용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란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농축 우라늄을 희석하는 데는 동의했지만, 미국이나 러시아 등으로의 이전은 허용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변화는 종전 양해각서(MOU) 타결을 둘러싼 막판 신경전으로 판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유연성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에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한다는 공화당 내 강경파의 반발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은 MOU 체결에 따른 역풍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고농축 우라늄 폐기 약속이 절실한 상황이다.

앞서 이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농축 우라늄 처리방안을 포함해 핵 문제는 모두 추후 60일 이내 협상에 착수한다는 약속 외에는 MOU에서 다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 내 폐기를 용인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란 측도 “(미국과) 대화 의제의 상당 부분에 대해 합의에 도달한 건 사실”이라며 협상 의지를 이어가고 있다. 이란 협상단장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이날 중재국인 카타르의 도하를 방문해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를 만나 호르무즈 해협과 고농축 우라늄, 동결 자산 해제 문제 등을 논의했다.

CNN은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현재 이란 핵 프로그램과 제재 해제 등에 대한 ‘문구’ 문제로 최종 합의 마무리가 지연되고 있다면서, 조만간 타결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25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거리. EPA연합뉴스

하지만 여전히 핵심 쟁점을 두고 양측의 말이 서로 달라 막판 진통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해협이 통행료 징수 없이 완전히 개방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란은 ‘서비스 수수료’ 명목으로 사실상 통행료를 계속 받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동결자산도 미국은 핵 합의 이행 단계에 따라 해제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란은 “MOU 체결과 동시에 즉시 반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공세를 오히려 강화하고 있는 이스라엘도 중요한 변수다. 이란은 MOU 체결 조건으로 레바논 등 모든 전선에서의 전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미국의 중재로 휴전 중이지만, 이대로 전쟁이 끝날까 우려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헤즈볼라를 지워버리겠다”며 레바논 남부를 공습했다.

미·이란 간 국지적인 충돌도 발생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날 기뢰 부설을 시도하는 이란 선박과 미사일 발사대를 겨냥해 이란 남부 지역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군은 자위권 행사 차원이라고 강조하면서 확전을 경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MOU 체결을 비판하는 공화당 강경파와 이스라엘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려 이날도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 중동 국가들을 향해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관계 정상화를 위한 아브라함 협정 체결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아브라함 협정 가입을 “의무사항으로 요구한다”는 표현까지 썼다.

그러나 가자지구·레바논·이란 전쟁 중 어떤 것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아랍 국가들이 응할 가능성은 작다. 이스라엘 대사를 지낸 댄 샤피로는 “아브라함 협정과 이란 종전을 연계하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어 불필요하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 [정리뉴스] 미·이란 협상 주요 쟁점, 어디까지 좁혀졌나…여전히 평행선 상당수
     https://www.khan.co.kr/article/202605261405001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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