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봐도, 폭우만의 문제가 아니었다”…1년여 전 부산 사상~하단선 대형 땅꺼짐 관계자 8명 송치

이승륜 기자 2026. 5. 2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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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격 차수검사·부실 공법·토류판 미고정까지
경찰 “공사 전반 총체적 관리 부실”
지난 2024년 9월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선 2공구 시점 공사현장에 땅꺼짐이 발생해 배수 지원 차량과 5t 트럭이 빠졌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부산=이승륜 기자

1년 8개월 전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선 2공구 시점 공사현장에서 차량 2대가 빠진 사고와 관련해 부산교통공사 관계자와 시공사·감리 관계자 등 8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당시 사고가 단순 집중호우 때문만이 아니라 차수공사와 흙막이 공사, 배수시설 시공 부실 등 공사 과정 전반의 문제와 관리 소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판단했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부산교통공사 관계자 3명과 감리단장 1명, 시공사 현장소장 2명, 하도급업체 현장소장 2명 등 8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사고는 지난 2024년 9월 21일 오전 부산 사상구 학장동 사상~하단선 2공구 시점 공사현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m 규모의 대형 싱크홀이 생기면서 소방 배수지원 차량과 5t 트럭이 빠졌고, 운전자 1명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입었다. 사고 당시 부산에는 하루 동안 379㎜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졌다.

이번 수사는 부산지역 시민단체 고발로 시작됐다. 경찰은 지난해 6월 고발장을 접수한 뒤 부산시 사고조사와 특정감사 결과를 토대로 시공사 등을 압수수색하고 공사 관계자들을 순차 조사했다.

지난해 부산시와 지하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 원인을 ‘잦은 비와 공사 방법 문제’로 결론 내렸다. 사고 구간은 지반이 약한 깊은 모래층 지역이었는데, 당시 적용된 공법은 물막이 재료 유실 가능성이 커 품질 확보에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고 당일 폭우와 노후 배수시설 파손으로 물과 흙이 공사구간 내부로 유입되면서 지반이 급격히 약화돼 땅꺼짐이 확산된 것으로 분석됐다. 시 감사위원회 조사에서는 차수공사 품질시험 부실과 토류판 고정 미흡, 엄지말뚝 미설치, 배수시설 부실 시공 등 공사 전반의 문제도 확인됐다. 또 부산교통공사가 공정 지연 문제를 인지하고도 대책 이행 여부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위는 관련자 징계와 함께 공사비 11억5900만 원 감액, 시공사·관리업체 벌점 부과 등을 요구했다.

관련 수사 결과 경찰은 사고 원인이 단순 폭우만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경찰은 집중호우 같은 외부 요인 외에도 시공사와 하도급업체, 감리, 발주처인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들의 과실이 복합적·연쇄적으로 작용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봤다.

특히 경찰은 도시철도 터널 공사에서 지하수 유입을 막고 품질과 안전을 확보하는 핵심 공정인 차수공사 과정에서 여러 부실 정황을 확인했다. 경찰은 무자격업체 차수 품질검사, 중탄산소다 등 차수재 부적정 주입, 부적절한 차수공법 적용, 흙막이 가시설 공사 시공관리 소홀 등에 업무상과실치상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차수 품질검사와 차수재 주입, 차수공법 전반에서 차수 성능을 떨어뜨리는 부적정 사례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하도급업체 현장소장들은 일부 차수공사를 부실 시공하고, 1·2공구 접합부 구조 연속성 검토를 누락하거나 배수로 규격을 축소하고 토류판 고정을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감리단장과 시공사 현장소장들은 차수 및 흙막이 가시설 공사의 품질·안전·시공 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가 적용됐다. 부산교통공사 전·현직 공사관리관 3명도 차수 및 흙막이 가시설 공사에 대한 지도·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현행 건설기술진흥법에는 차수 성능 품질검사 과정에서 발주청과 감리의 참여 의무 규정이 없어 무자격업체 검사 등의 위험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고 보고, 차수 성능 품질검사 시 발주청과 감리 등 관리·감독 주체 참여를 의무화하도록 관계기관에 법령 개정을 제안했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사상~하단선 공사 과정에서 땅꺼짐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 만큼 더 이상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공사와 하도급업체, 감리, 발주처 관계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었다”며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문제점과 제도 개선안이 실제 현장에 반영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승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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