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신뢰 배반해 탄핵당하고 ‘표 달라’는 박근혜

박근혜 전 대통령이 6·3 지방선거를 계기로 사실상 정치 전면에 복귀했다. 국민의힘 소속 지방선거 출마 후보들에 대한 지원 유세를 본격화하면서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3일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와 함께 대구 칠성시장을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25일에는 충청권 곳곳을 순회했다. 그가 선거 현장 유세에 나선 것은 2017년 탄핵된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국민의 신뢰를 배반해 파면된 전직 대통령이 현실정치 한복판에 다시 뛰어들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남은 평생 자숙해도 부족할 처지에 무슨 낯으로 주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하는 것인가.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충북 옥천(김영환 충북지사 후보), 대전(이장우 대전시장 후보), 충남 공주(김태흠 충남지사 후보)를 돌며 지원 유세를 벌였다. 이번주 중 부산·울산·경남 지역과 강원 원주 등도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수도권과 호남을 제외한 국민의힘 접전지역은 모두 방문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공천 개입 등 혐의로 징역 22년형을 확정받은 중범죄자다. 비록 수감된 지 4년9개월 만에 특별사면됐다고는 하나, 그의 범죄 사실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2021년 12월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이번 사면이)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많은 심려를 끼쳐드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답했다. 이 발언에 진정성이 있었다면 현실정치에 개입하는 일은 상상도 하지 말았어야 한다. 국민의힘 선거 지원에 나선 그의 행보는 사회적 통합과 화합에 기여하기는커녕 지역주의를 자극하고 역사적 치유를 저해할 우려가 크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의 선거 지원과 관련해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더 이상 지켜만 볼 수 없다는 결단의 행보로 보인다”고 평했다. 국민의힘에선 박 전 대통령의 유세가 선거 막판에 보수층을 결집시켜 투표소로 이끌어내는 기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이다. 일부 전통적 지지층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정농단으로 탄핵당한 대통령(박근혜)이 내란 혐의로 재판받는 후보(추경호)를 지원하는 풍경이 상식적·합리적 중도층 눈에 어떻게 비칠지는 생각해봤는가. ‘윤어게인’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박어게인’까지 할 참인가. 국민의힘은 미래를 향한 비전 제시로 주권자를 설득하는 대신 과거 망령에만 의존하는 퇴행적 선거전략을 펴고 있다. 이런 행보로는 보수 재건의 길이 요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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