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서거 17주기 추도식 “선택 잘하는 ‘시민’, 지도자 이끄는 힘”

이수경 기자 2026. 5. 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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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노무현 재단·시민 2만 5000여 명 참석
이재명 대통령·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도 추모
이 대통령 “대통령님 꿈 현실되도록 혼신 다하겠다”
유족 노건호 씨 “아버님의 삶과 정치는 값진 것”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 추도식이 23일 오후 2시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 특설무대에서 열렸다. 권양숙 여사를 비롯한 유족,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등이 추도식 후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김구연 기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 추도식이 23일 오후 2시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과 생태문화공원 잔디동산에서 열렸다.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는 흐린 날씨에도 오전 7시께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봉하마을 입구부터 황국이 만개하고 노란 바람개비와 연결되면서 어느 해보다 더 노란 물결이 크게 일렁였다.

시민들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느껴"

6.3지방선거를 앞뒀고 이재명 대통령이 노무현 묘역에 참배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날 아침 일찍부터 전국 각지 참배객들과 시민들, 노사모(노무현을사랑는사람들) 회원들 발걸음이 계속 이어졌다.

17주기 추도식 슬로건인 '내 삶의 민주주의, 광장에서 마을로'처럼 국민 통합이 요원한 시대를 대변하듯 진정한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깨어있는 시민들이 봉하마을로 행진했다. 이날 봉하마을을 찾은 방문객은 2만 5000명이라고 노무현재단은 밝혔다. 지난해보다 1만 여명이 증가했다.

시민들은 노무현 추모글에 '사람이 살아갈만한 세상을 만들어갈 대통령을 기대합니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느끼고 갑니다', '대통령님 정말 그립습니다. 잘 될 거라고 괜찮을 거라고 말씀해 주세요'라고 썼다.

전·현직 대통령, 정부·정당·단체장 대거 참석

추도식에는 권양숙 여사를 비롯한 유족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우원식 국회의장 내외가 참석했다.

정부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민기 비서실장, 강훈식 비서실장, 홍익표 정무수석, 전성환 경청통합수석, 김현지 제1부속실장, 오상호 제2부속실장, 안귀령 부대변인이 함께 자리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장관, 최교진 교육부장관, 권오을 국가보훈부장관,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 원민경 성평등가족부장관, 박홍근 기획예산처장관 등도 참여했다.

정당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당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 6.3지방선거 출마자인 이광재, 전재수, 김상욱, 김경수, 정영두, 민형배 후보가 참석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당대표와 서왕진 원내대표, 사회민주당 한창민 당대표, 기본소득당 이승석 최고위원도 각 정당 대표 자격으로 참여했다.

광역단체장으로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영록 전남지사, 박일웅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이 자리를 빛냈다. 김해지역에서는 신대호 김해부시장(시장 권한대행)과 민주당 민홍철(김해갑)·김정호(김해을)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국민의힘에서는 박완수 경남도지사 후보가 추도식에 앞서 이날 아침 일찍 노 대통령 묘역에 참배했다.

노무현재단에서는 차성수 이사장과 상임고문 8명이 함께 추모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 추도식이 23일 오후 2시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 특설무대에서 열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추도사를 마치고 내려오며 권양숙 여사의 손을 잡고 있다. /김구연 기자

이재명 대통령 "국민이 고르게 잘사는 대한민국 만들겠다"

추도식은 유정아 아나운서(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가 사회를 맡아 국민의례, 추도사, 주제 영상, 추모 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먼저 차성수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노 대통령의 생전 말씀을 언급하며 추도식 의미를 되새겼다. 차 이사장은 "대통령님은 역사가 진보하도록 끊임없이 끌고 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그것이 정치의 마당에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목표를 가지고 스스로 만들고 체험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삶의 목표와 가치 질을 높여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며 "노무현은 없지만 노무현의 시대를 함께 만들고 이끌어갈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주셨고 앞으로도 함께 해주시리라 굳게 믿는다"고 응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추도사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신께서 떠나신 후 이 땅에는 수많은 '노무현'들이 다시 태어났다. 저 역시 그 중 한 사람이다. 이제 저는 추모하는 마음을 넘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막중한 책임과 무게를 느끼며 당신의 뜻을 이어가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득권 반발을 두려워하지 않고 반칙과 특권을 걷어내는 개혁을 추진하겠다. 어디 하나 소외되는 곳 없이 전국 방방곡곡 국민이 고르게 잘사는 균형발전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대통령님은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역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권력보다 국민이 더 힘이 세다. 민주주의는 몇몇 지도자가 아니라 시민의 참여와 연대로 지켜진다고 하셨다"며 "때로는 멈춰서고, 때로는 넘어질지라도 결코 뒤로 물러서지 않겠다. 우리 모두의 과거이자 미래인 대통령님의 꿈이 현실이 되도록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굳게 약속했다.

노건호 씨 "선의와 진정성 정치 남긴 아버님 삶과 정치 값져"

17주기 추도식 주제영상에서는 깨어있는 시민의 역할을 재강조했다. 영상 속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 지도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민주주의는 맡겨두는 게 아니라 함께 살아내는 일"이라며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을 바꿔내지 못하면 역사의 진보는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 역할을 암시하는 말도 제시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추종하는 시민에서 참여하는 시민으로 나아가야 한다. 선택을 잘하는 '시민'이 지도자를 만들고 이끌어 나가는 힘이다. 우리 모두 지도자가 되자"라고 시민의 힘을 재강조했다.

한명숙 전 총리도 노무현 대통령 정신을 되새겼다. 그는 "12.3계엄 선포 때 우리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광장에서 똑똑히 목격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씨앗을 뿌린 민주주의의 싹이 자라 풍성한 숲을 이뤄 우리를 지켜주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지금 세계가 전쟁으로 겪어야 하는 고난의 현실 앞에서 우리 국민은 더 강하게 일어날 것"이라며 "당신이 못다 이룬 사람사는 세상의 꿈을 이어가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이어 한 전 총리는 "그동안 슬픔을 홀로 이겨내며 묵묵히 봉하를 지켜온 분이 있다"며 권양숙 여사에게 꽃다발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유족 대표인 노건호(고 노무현 전 대통령 아들) 씨는 "이제는 이 자리를 함께하지 못하시는 여러 민주화 운동의 동지이자 역사의 영웅이셨던 분들 특히 이해찬 전 국무총리,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님께 애도와 감사의 마음을 올린다"고 말했다. 또한 오랫동안 묵묵히 항상 곁을 지키다 최근 병환으로 세상을 떠난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관과 유족에게도 위로의 마음 전했다.

노 씨는 "아버님께선 파란만장한 삶을 사셨고 굴곡진 정치 역정을 보내셨다. 좌절도 많았지만 냉소와 적대의 악순환 가운데에서도 선의와 진정성의 정치를 많은 분들의 마음에 남겼다는 점에서 아버님의 삶과 정치는 값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환경에서도 공공의 가치와 신뢰의 토대를 만들어 가고자 분투하시는 분들, 공동체와 자녀 세대를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열고자 각자 자리에서 진심의 정치를 실천해 주고 계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