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못 돌아간다”···공사비 폭등에 분담금·분양가 비상
여의도 목화 1370만원·압구정 1200만원대 제시
자재값 하방경직성에 조합원 부담 확대 우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 정비사업장에서 공사비 상승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3.3㎡당 공사비 1000만원대가 굳어지는 가운데 일부 사업장에서는 1300만원대 공사비까지 등장했다.
공사비 상승은 조합원 분담금과 일반분양가를 동시에 밀어 올리는 요인이다. 자재값과 인건비가 누적된 데다 건설 자재 가격의 하방경직성도 커 정비사업의 사업성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 여의도 목화 1370만원···공사비 1000만원대 굳어진다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목화아파트는 최근 시공자 선정 입찰 공고에서 3.3㎡당 공사비를 1370만원으로 책정했다. 현재 312가구 규모의 소규모 단지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강남권 대표 재건축지인 압구정아파트지구도 비슷한 흐름이다. 압구정2구역은 3.3㎡당 1150만원, 3구역은 1120만원, 4구역은 1250만원, 5구역은 1240만원 수준의 공사비를 제시했다.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도 1지구 1132만원, 4지구 1140만원으로 1100만원대를 넘어섰다.
과거에는 3.3㎡당 1000만원 공사비가 일부 고급화 단지의 기준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강변과 강남권 주요 사업장에서 일반적인 공사비 수준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고급 설계와 커뮤니티 시설, 외관 특화 경쟁이 더해지면서 기본 공사비 자체가 높아진 영향이다.
◇ 공사비지수 역대 최고···자재값·인건비 부담 누적
공사비 상승은 지표로도 확인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4.42로 집계됐다.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전월 대비 0.49%, 전년 동월 대비 2.5%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공사비 상승은 단일 요인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코로나19 이후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데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지역 갈등까지 겹치며 자재 가격 부담이 누적됐다. 여기에 인건비 상승과 공사 기간 장기화, 안전 기준 강화도 원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철근과 형강 등 주요 구조재 가격이다. 최근 철강업계의 감산 영향으로 연초 톤당 70만원 안팎이던 철근 유통가격은 90만원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철근과 형강은 건축공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공사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 전쟁 끝나도 안 내려간다···하방경직성이 핵심
업계에서는 중동 지역 갈등이 완화되더라도 공사비가 과거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건설 자재 가격은 상승분이 빠르게 반영되는 반면 하락분은 늦게 반영되는 특성이 강해서다. 가격 하방경직성이다.
건설 자재 시장은 생산시설과 물류망 구축에 필요한 초기 비용이 크다. 신규 업체가 쉽게 진입하기 어렵다. 공급 구조가 단기간에 바뀌기 어려운 만큼 원자재 가격이 안정돼도 최종 자재 가격은 더디게 내려간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유연탄 가격 급등으로 시멘트 가격이 오르며 건설비가 뛰었지만 이후 유연탄 가격이 안정된 뒤에도 공사비는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번에도 유가와 나프타 관련 자재 일부는 조정될 수 있지만 전체 공사비가 크게 낮아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전쟁 영향으로 오른 일부 자재 가격은 조정될 수 있지만 인건비와 철근, 형강 등 다른 비용까지 같이 내려가기는 어렵다"며 "조합 입장에서는 공사비 협상 부담이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조합원 분담금·일반분양가 동시 압박

기존 용적률이 높거나 일반분양 물량이 제한적인 단지는 부담이 더 크다. 공급 가구 수를 크게 늘리기 어려워 공사비 상승분을 흡수할 여력이 작기 때문이다. 한강변과 강남권 사업지는 입지가 우수해 분양가를 높일 수 있지만 고급화 경쟁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공사비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일반분양가도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최근 1년간 서울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격은 1766만1000원으로 집계됐다. 3.3㎡ 기준으로 환산하면 5838만원 수준이다. 전월 대비 6% 넘게 오른 수치다. 공사비 상승이 이어지면 서울 민간분양가의 추가 상승 가능성도 커진다.
사업 지연 우려도 커진다. 공사비를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의 이견이 커지면 시공사 선정이나 계약 변경, 관리처분인가 단계에서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이미 일부 사업장에서는 공사비 증액 요구를 놓고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사비가 과거처럼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사업을 끌고 가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조합은 분담금 부담을 어떻게 설명할지, 시공사는 어느 수준까지 원가를 흡수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 수주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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