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도 청사진 모르는 전남·광주 통합? 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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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광주직할시 승격으로 분리됐던 광주와 전남이 40년 만에 다시 하나로 합친다.
광주·전남이 40년 만에 다시 합치며 '통합특별시'로서의 출발을 앞두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6월3일 지방선거에서 시장이 선출되고, 7월1일 정식 출범한다.
조진상 교수는 지난 15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시민주권제도 설계안을 마련하기 위한 시민사회 회의에서 시민청과 같은 주민자치기구와 관련해 "시군구, 읍면동, 마을단위까지 내려갈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시민주권이 어떤 구호나 절차, 권한 이런 것에 그쳐선 안 되고 실질적으로 경제적, 사회적 기반을 통해 지속적 지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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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통합 빛과 그림자] ③ 주민투표 없는 '톱다운' 행정통합 그늘
공동화 겪고 있는 전남권 원도심 지역, 행정통합 '결실' 퍼지려면
[미디어오늘 노지민, 김예리 기자]

1986년 광주직할시 승격으로 분리됐던 광주와 전남이 40년 만에 다시 하나로 합친다. 6월3일 지방선거에서 '통합특별시장' 선출을 앞두고 있지만, 속도전 속에 가려진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미디어오늘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통합 창원'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광주·전남 행정통합의 현주소와 부울경 메가시티 논의가 나아가야 할 길과 언론의 역할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6·3 지방선거를 20일도 채 남기지 않은 15일 금요일 오후, 전남 무안에서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다닌다는 읍내에도 거리는 한산했다.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파란색 배경에서 찍은 사진들이 주요 건물마다 큼직하게 내걸린 길목에서는 선거 운동복을 입은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자신이 나고 자란 무안에서 15년간 자영업을 해온 윤철영(가명)씨는 “상권이 다 죽어버렸다”라며 “선거 기간에도 군수나, 다 남악(신도시) 쪽으로 사람들이 있지. 여기는 안 온다”고 말했다.
광주·전남이 40년 만에 다시 합치며 '통합특별시'로서의 출발을 앞두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 수도권 1극 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으로 5개의 초광역권과 3개의 특별자치도로 나아가는 '5극3특' 지방균형발전전략을 세웠다. 그 일환으로 추진된 대구·경북, 대전·충남 통합이 무산된 가운데 언론에서도 전남과 광주가 통합의 첫 '결실'로 보도됐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6월3일 지방선거에서 시장이 선출되고, 7월1일 정식 출범한다. 정부는 4년 간 매년 5조 원, 총 20조 원의 재정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제46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도 여러 차례 '광주·전남 통합'의 의미를 강조했다.

“분리할 땐 분리되는 게 좋다고 하더니..”
전남권에서 만난 주민들은 통합 자체를 반대하진 않으면서도 그 '결실'이 자신이 사는 지역까지 이어질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 못했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있다는 이들도 구체적인 계획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느끼는 답답함을 전했다. 무안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박수길(가명)씨는 “이전에는 반대했지만 이번에는 통합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AI데이터센터 같은 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도 “찬성하는 사람들도 반대하는 의견이 있는 게 너무 다급하게 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약국을 운영하는 최정대(가명)씨는 “분리할 때는 분리되는 게 좋다고 하고, 이제 통합이 좋다고 한다”라며 “청사진이 안 나온 상태에서 장만 뽑고 나중에 시행하게 되면 주민 의견하고는 상관이 없어져버리지 않나”라고 말했다. 특히 “만약에 돈이 안 부어지면 다음에라도 기회가 생기는데, 한 번 명목적으로 지원이 돼서 효율까지 없어져버리면 또다시 받을 수 있는 지원이 없어지지 않나”라는 우려도 내비쳤다.

이런 반응은 정치권이 통합의 '속도'에 방점을 두면서 예견된 결과이기도 하다. 올해 초 이재명 대통령이 광역 통합을 “국가의 생존 전략”이라 강조한 신년사가 6·3 지방선거 전 광역통합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 가운데, 김영록 전남지사와 강기정 광주시장도 행정통합을 추진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1월15일 광주시와 전남도가 '광주·전남 행정통합 특별법' 초안을 공개했고, 이튿날 김민석 국무총리가 행정통합을 시행하는 지역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선언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주민투표 대신 시·도 광역의회의 동의를 얻는 방식으로 행정통합을 추진했다. 광주·전남 시도지사와 국회의원들은 1월15일부터 27일까지 네 차례 간담회를 거쳐 통합특별시의 명칭을 '전남광주특별시'(약칭 광주특별시)로 정했다. 2월4일엔 광주시의회와 전남도의회가 투표를 통해 행정통합 동의안을 가결시켰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 특별법'은 2월3일 발의, 같은달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의결돼 3월1일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했다. 22개 시·군 도민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는 1월9일부터 2월3일까지 진행됐다.
행정통합 관련 현장을 취재해 온 드림투데이(옛 광주드림)의 최문석 기자는 그나마 이뤄진 주민 공청회 등의 절차도 “졸속”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공청회에 막상 가보니 “통합 명분에 동의한 분들도 분명 있지만 영문도 모른 채 오신 듯한 분들이 많았다”라는 것이다.
“벼락치기 진행, 모든 절차적 방식 무시됐다”
일련의 과정을 두고 “'벼락치기' 형태로 진행되며 모든 절차적 방식이 무시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대희 전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토론, 간담회로 내용을 만들고 부정적 시각의 우려도 듣는 과정들이 없어졌다”라고 지적했다. 관련 지적에 대한 정치인들의 대응을 두고는 “김영록 전남지사는 철저히 무관심,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강기정 시장도 절차를 지키려 했지만 매한가지였다”며 “민형배 의원(전남광주특별시장 민주당 후보)만 절차적 민주성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각종 행사나 간담회 과정에서 공개 사과를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 운영위원장은 “시도의원들의 경우 선거를 앞두고 공천 문제 등이 걸려 공개적인 반대 등 아무런 의견 표시를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민투표 등 지역 주민들을 위한 숙의 과정이 생략되고 공천에서 자유롭지 못한 지역 의회가 찬성으로 일관했다는 진단은, 앞서 실패했다고 평가 받은 '마창진'(마산·창원·진해) 통합 과정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톱 다운' 방식으로 속도를 낸 통합 과정에선 기존 전남지역 내 통합을 거치며 확인된 부작용이나 한계가 전남·광주 통합 과정에서도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 김 운영위원장은 “전남 180만 명, 광주 140만 명의 통합은 기존 행정, 금융, 교육과 문화, 의료 등이 유리한 광주로 집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전남이 더 불리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라고 말했다. 관련해 1995년 '경제적 시너지'를 목표로 통합됐으나 농촌 지역 소멸을 불렀다고 평가 받는 순천·승주 통합 사례가 거론된다. 기우식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사무처장은 “모든 인프라를 순천 중심으로 흡수하는 구조였지 상생 구조가 아니었다”고 돌아봤다.
3청사 체제, 풀리지 않은 숙제들
주요 인프라를 둘러싸고 전남 서부권과 동부권 간의 줄다리기가 예상되고 있다. 특별법에는 광주청사, 전남도청, 동부청사 등 세 청사를 운영하도록 돼 있지만 지역의 관심은 이 가운데 '주 청사'가 어디가 될지에 쏠려 있다. 광주 군공항 이전이나 전남 국립의대 신설에 관한 논의도 교착 상태다.
김 운영위원장은 “전남 서부권은 전남행정중심도시로서의 기능을 광주로의 집중으로 인해 빼앗긴다는 불안감이 심해지고, 전남 동부권은 이낙연·김영록 도지사 체제에서 행정이나 공공시설이 전남서부권 중심으로 급속도로 집중화되면서 전남동부권에 대한 교통, 교육, 의료, 산업 지원정책이 이제 광주중심으로 갈 것이라는 불안감이 상존해있다고 본다”라고 짚었다.
전남권 구도심 지역의 주민들은 통합 이전에도 이미 신도심 개발에 따른 공동화를 겪고 있다. 순천시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임흥택(68세)씨는 “구도심이 예전에는 돈 깨나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살았던 동네이다. 연향동, 조례동 신도시로 인구들이 빠져나가면서 구도심이 노인층만 있는 지역으로 바뀌어버렸다. 인구가 없다보니 상권도 형성이 안 되고 점포들이 다 죽어가고 있다”라며 “애로사항 같은 것을 건의해도 (정치인들이) 귀를 닫고 있다”고 토로했다. 무안 주민 윤씨도 새로 개발된 남악 지역으로 젊은층이 다 빠져나간 지금 행정통합을 한다고 인구가 유입되지 않을 것 같다면서 “관심이 없다”고 했다.

지역을 지키고 있는 청년들은 당장의 인구 유출을 막을 만큼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가 마련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이야기했다. 전남 구례의 시장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백기현(30대)씨의 경우 당장 이번 선거에서 통합시장을 뽑아야 하는 것을 알지 못했다며 “전라도에서 젊은 사람들이 다 빠졌다. 직장을 잡을 수 있게끔, 돈을 그런 쪽으로 써야 하지 않나”라면서 “(친구들은) 거의 도시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진 광주청년센터장은 “단기전략이 너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합이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한다”면서도 “정치권이 AI 도시를 만들겠다, 뭐 하겠다 하는데 10년, 20년 후 좋아질 거니까 여기 머무르라고 할 수 없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연간 '5조 원'이라는 예산 투입과 동시에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지방자치 원칙 훼손 지적한 기사, 소수에 불과”
지역사회에선 이렇게 행정통합이 속도에 치우친 배경으로 언론 보도의 아쉬움을 지목하기도 한다. 김대희 운영위원장은 “주민투표 미실시와 이를 공청회, 지방의회 의견청취로 갈음하려는 문제가 지방자치 원칙의 훼손임을 지적하는 기사는 소수에 불과하다”라고 했다. 그는 “행정통합 당위성 중심 보도, 통합교육감의 절대적 권한에 비해 기초단위의 교육자치 강화 방안 부재” 등을 지적하며 “기존 3개 행정청사의 재배치와 지방의회 입지 등의 문제는 행정통합의 판을 바꿀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7월1일 통합시 출범이 많은 갈등을 잉태하고 있음에도 사전 논의와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특별법 통과와 통합시 출범 일정에 맞추어 일사천리로 처리되는 것을 당연시 하는 논조의 보도가 문제”라 비판했다.
조진상 동신대 도시계획학과 명예교수는 “언론은 어떤 문제가 있을지에 대해 침묵했고 정치권이 말하는 행정통합의 의미, 장밋빛 미래만 설명했다”라며 “시민 주권 제도랄지 다양한 형태의 위험성을 알리는 이런 보도자료들을 적극적으로 냈는데, 대부분 침묵했다”고 말했다. 특히 광주시나 전라남도 차원의 홍보성 자료를 보도한 기사가 다수라면서 “과대 포장이 됐고 정치 선전 홍보도 많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20조 원' 지급 방식과 사용처 모두 미지수
정부가 약속한 '20조 원'을 받는 방식과 구체적인 사용처는 모두 미지수로 남아 있다. 민형배 민주당 후보는 취임 즉시 '통합 지방정부 재정지원 TF'를 가동해 재정 집행 관련 로드맵을 확정하고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정현 국민의힘 후보의 경우 “20조 원이 실제 가능한 돈인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반문하고 있다. 최근엔 광주시청과 전남도청, 해당 지역 교육청 등의 행정통합 관련 실무 작업 과정에 필요한 재정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우식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사무처장은 독립적인 합의제 행정기구로서의 '시민청'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시도 의회 간 불비례성, 민주당 일색의 시의회와 행정 구조에서는 기존의 낡은 정치 문법에 의한 나눠먹기 말고는 나올 게 없다”라고 주장하면서 “집행을 감시할 수 있는 구조가 설계되지 않으면 행정통합은 실패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진상 교수는 지난 15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시민주권제도 설계안을 마련하기 위한 시민사회 회의에서 시민청과 같은 주민자치기구와 관련해 “시군구, 읍면동, 마을단위까지 내려갈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시민주권이 어떤 구호나 절차, 권한 이런 것에 그쳐선 안 되고 실질적으로 경제적, 사회적 기반을 통해 지속적 지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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