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에 구타당해 귀 잘 안 들려"...나포 한국인 귀국, 가자행 구호선서 무슨 일이
육지 감옥 아닌 바다 위 컨테이너 구금
"수차례 구타, 인종 차별적 대우" 증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선에 탑승했다가 이스라엘군에 나포된 한국인 2명이 22일 귀국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에 구금되는 과정에서 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활동가 김아현씨(활동명 해초)와 김동현씨는 이날 오전 6시 23분쯤 태국 방콕발 항공편을 통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오전 7시쯤 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둘은 마중 나온 다른 활동가들과 얼싸안으며 무사 귀국을 기뻐했다.
김동현씨는 자유선단연합(FFC) 소속 '키리아코스 X' 호에, 김아현씨는 '리나 알 나불시' 호에 올라 가자지구로 항해하던 도중 지중해 공해상에서 각각 18,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에 체포됐다 20일 석방됐다.
취재진 앞에 선 김아현씨는 이스라엘에 구금됐을 당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마지막으로 나포된 배 중 하나였는데 당시 이스라엘군이 굉장히 격앙된 상태였다"며 "감옥에 갔을 때는 이미 구타당한 사람이 많았고 얼굴을 여러 차례 맞아 현재 왼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상태"라고 말했다.
김동현씨도 "공해상에서 무기가 없는 배를 나포하고 민간인을 감금한 행위는 폭력"이라며 "이스라엘은 이를 합법적인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스라엘이 구호선을 나포한 뒤 활동가들 손을 결박하고 무릎을 꿇리는 등 가혹 행위를 하는 영상과 사진이 공개돼 국제사회에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김아현씨는 가자지구 진입을 시도한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이 폭격뿐 아니라 기아로 죽어가고 있다"며 "중동 정세가 아무리 위험하더라도 다시 항해를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언제든 다시 가자지구에 갈 계획이 있다"며 "정부가 여권이라는 법적 절차로 막더라도 사람에게는 이동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의 영사 조력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 영사들이 중동 정세를 이유로 외교적 갈등을 피하려 했던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김아현씨의 귀국을 위해 여행증명서를 발급했다. 김아현씨는 지난해 10월에도 가자지구행 선박에 탔다가 이스라엘군에 체포됐던 적이 있다. 당시 외교부는 여권 반납 명령을 내렸지만, 김씨는 재출국했고 현재 여권은 무효화된 상태다.
김아현씨와 같은 배에 탔던 한국계 미국인 조나단 빅토리 리(활동명 승준)는 현재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체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국제 활동가들도 전원 석방돼 튀르키예로 이동했다. 세 활동가를 지원해 온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 한국본부는 공항 기자회견에서 "이번 항해는 비폭력 평화운동"이라며 "팔레스타인 해방이 종착점이며, 도달할 때까지 항해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아현씨와 김동현씨는 이날 오후 6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열린 귀국 기자회견에도 참석해 나포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김동현씨는 "몸이 포박된 상태로 구타를 당했고, (귀국 후 병원 검진에서) 근육 조직이 많이 파열돼 장기 입원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들었다"고 말했다.
김아현씨는 "이스라엘군은 별도 경고 없이 배에서 사용하는 무전기에 음악을 틀며 접근했다"며 "응급 상황을 알리는 채널이 막힌 상태에서 선체를 파손했다"고 설명했다. 또 "육지 감옥이 아니라 바다 위 좁은 컨테이너 박스로 된 공간에 갇혔다"며 "여권 검사와 신체검사 과정에서도 설명 없이 인종 차별적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오전 공항에서 밝힌 가자지구행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고, 어떤 시민 행동을 할 수 있을지 의논할 것"이라고 했다. 활동가들은 정부를 향해 여권 무효화 조치 재검토를 재차 촉구하며 이스라엘에 무기를 수출하는 기업 활동에 대한 점검을 요구하기도 했다.
나민서 기자 i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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