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경부선’이 승패 가른다…변수로 떠오른 ‘전북’
서울 ‘폭행 논란’ vs ‘철근 누락’…TK·PK, ‘정부 견제론’ 우위로
하정우 다 따라잡은 한동훈…“전북에서 민주당이?” 흔들리는 텃밭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9회말에도 야구는 모른다. 승부는 이기거나 지거나 둘 중 하나다. 상대의 실점은 곧 우리의 득점인 만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수밖에 없다."(6·3 지방선거 국민의힘 후보 캠프 관계자)
부산에서 시작된 보수 결집이라는 바람이 경부선을 타고 올라가 대구와 서울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선거 막판 피 말리는 초접전 구도 속에 한층 더 치열해진 상호 검증전까지, 세 곳의 격전지는 그야말로 혼전 양상이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 승부처로 평가받는 '서울 대전'에서는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폭행 사건'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철근 누락'을 놓고 양측의 외나무다리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당초 정 후보에게 기울어졌던 운동장 판세도 팽팽한 접전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대구와 부산에서도 점점 거칠어지는 싸움 속에 양당 후보들의 전광판 점수 격차가 좁혀지는 분위기다. '김부겸 돌풍'이 불던 대구에서는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턱밑까지 추격하며 판세 예측이 안갯속으로 빠졌다. 부산 역시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전재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인 혈투를 치르고 있는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선 무소속 후보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민주당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을 상대로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오차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첫 '골든크로스'를 만들며 보수 동남풍을 견인하고 있다.
격전지 현장 밖에서 부는 외풍도 만만찮다. 뜨거운 감자인 부동산 이슈부터 민주당의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추진 역풍과 국민의힘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망언 등 여의도발(發) 리스크까지 겹치며 샤이 보수 지지자가 대거 포진한 무당층과 스윙보터인 중도층의 민심이 계속 요동치고 있다. 여기에 여권 내 공천 논란 속에 민주당의 철통 요새였던 전북마저 돌발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역대 지선에서 단 한 번도 뺏기지 않았던 전북지사 자리를 무소속 후보에게 내준다면, 당권 연임을 노리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에겐 최대 악재가 될 전망이다. 과연 민심은 약 열흘 후 선거에서 '15대1 압승'(경북 제외 모든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석권)을 노리는 민주당에 힘을 실을까, '기사회생'을 갈망하는 국민의힘 손을 들어줄까.


"도덕성이냐 안전성이냐"…서울 민심 흔들
크고 작은 돌발 변수들은 전국 판세에도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한국갤럽 조사(5월12~14일 전국 유권자 1011명 대상) 결과에서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정권 지원론 응답은 44%,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정권 견제론 응답은 33%로 집계됐다. 두 응답의 격차는 11%포인트(p)로 직전 조사(4월 5주 차) 대비 5%p 줄어들었다. 특히 보수세가 강한 PK(정권 지원론 37%-견제론 43%)와 TK(정권 지원론 22%-심판론 46%)는 물론, 서울마저 정권 지원론 40%-견제론 40%로 나타나 당초 우위를 자랑하던 민주당에 경고등이 들어온 상태다.
최근 서울을 뜨겁게 달군 이슈는 단연 '부동산'이다. 오 후보 측은 이전 민주당 정부의 부동산 정책 트라우마를 연결해 '민주당 책임론'을 띄우고 있다. 반면 정 후보 측은 서울 집값 급등 문제를 '오세훈 시정'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모습이다. 5월13일 시사저널 인터뷰에서도 오 후보가 "정원오식 소극 행정으로는 2031년까지 31만 호 주택 착공이나 강북 대개조를 추진할 수 없다"고 견제하자, 정 후보는 "오세훈표 '신통기획'은 신통한 공급 효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더 빠르고 안전하게 재개발·재건축을 통합 지원하는 '착착개발'로 실제 착공을 이룰 것"이라고 역공했다.
부동산 정책 대결로 예열한 두 후보는 본격적으로 상대의 도덕성·실책 리스크를 꺼내며 혈투에 돌입했다. 추격자인 오 후보 측이 정 후보의 30년 전 폭행과 관련해 '여성 종업원 외박 강요' 의혹을 먼저 제기하자 정 후보 측은 재판 판결문과 당시 언론보도 등을 반박 증거로 내세우며 서로 고발장까지 내밀었다. 여기에 정 후보 역시 오 후보의 책임 논란이 일고 있는 'GTX-A 삼성역 구간 철근 누락' 사태로 반격에 나섰다. 해당 문제도 국회 상임위원회 긴급질의 현안으로 올라가는 등 일파만파 확산되는 분위기다.
"도덕성 의혹이 더 문제냐, 안전성 결여가 더 문제냐(박상병 정치평론가)" 구도로 민심이 흔들리면서 양 후보의 지지율 역시 여론조사 기관마다 천차만별로 나타나고 있다. 조선일보·메트릭스 조사(5월16~17일 서울 유권자 800명 대상)에선 정 후보(40%)와 오 후보(37%)의 격차가 오차범위 안인 3%p까지 좁혀졌다. 반면 중앙일보·케이스탯리서치 조사(5월17~19일 서울 유권자 800명 대상)의 경우 정 후보(45%)와 오 후보(34%)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밖인 11%p 차로 나타났다.

'초박빙' 김부겸 vs 추경호, 하정우 vs 한동훈
부산 역시 네거티브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지역 정가 취재에 따르면, 안상영·오거돈 등 양당의 전임 시장들이 사법 리스크로 임기를 채우지 못한 기억이 부산 유권자들 사이에선 트라우마로 남아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를 고리로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는 전재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의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등을 집중 제기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전 후보는 박 후보를 향해 가족 특혜 의혹과 시정 검증 문제를 꺼내며 맞불을 놓고 있다. 양측도 서로 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혐의를 내세워 고발하며 '진흙탕 싸움'에 돌입했다.
전광판 수치에도 지각변동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앞선 뉴스1·한국갤럽 조사(5월10~11일 부산 유권자 801명 대상) 결과에선 전 후보(43%)와 박 후보(41%)가 불과 2%p 격차로 초박빙 양상을 이뤘다. 하지만 이후 실시된 조선일보·메트릭스 조사(5월16~17일 부산 유권자 800명 대상)에선 전 후보(44%)와 박 후보(35%)의 격차가 9%p로 다시 벌어졌다. 중앙일보·케이스탯리서치 조사(5월17~19일 부산 유권자 804명 대상)에선 전 후보(42%)와 박 후보(35%)의 격차가 7%p로 집계됐다. 양 후보의 공방 수위가 거세질수록 여론도 함께 요동치는 모습이다.
낙동강 최전선에서 치러지는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민심의 변화가 감지된다. '명픽'(이재명 대통령 의중)과 '포스트 전재수' 간판으로 선전하던 하정우 후보를 한동훈 후보가 따라잡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채널A·리서치앤리서치 조사(5월17~19일 부산 북갑 유권자 500명 대상) 결과 한 후보는 34.6%, 하 후보는 32.9%의 지지율을 얻었다.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박민식 후보는 20.5%로 집계됐다. 중앙일보·케이스탯리서치 조사(5월17~19일 부산 북갑 유권자 505명 대상)에서도 하 후보(35%)와 한 후보(31%)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이뤘고, 그 뒤를 박 후보(20%)가 추격하는 형국으로 나타났다.
결국 부산 북갑의 핵심 변수는 같은 보수진영인 한 후보와 박 후보 간 '단일화' 여부다. 다만 현재로선 단일화 기류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취재에 따르면, 한 후보 측에선 2년 전 총선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3자 구도를 뚫고 경기 화성을에서 당선된 '동탄 모델'을 염두에 두고 단일화 없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다는 전언이다. 친한(親한동훈)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 후보가 선거 막판 치고 올라가는 중이다. 지난 총선에서 이준석 대표가 험지를 공략했을 때의 데자뷔"라며 "조급한 쪽은 장동혁 대표와 박 후보 측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장동혁 지도부를 뒷배로 둔 박 후보 측 역시 단일화는 절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권파인 조광한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5월21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한 후보가 당에 끼친 해악과 내부 총질로 인해 당원들에게 준 상처가 너무 크다"며 "단일화의 '디귿'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게 당 지도부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만 부산 지역구 의원들이 최근 회동에서 "단일화 없이 이 상태로는 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공유했던 만큼, 선거 직전 두 후보가 단일화를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선 결과로 차기 당권도 대권 판세도 바뀐다
보수 철옹성인 대구는 어느 격전지보다 초박빙 양상이다. 당초 불었던 '김부겸 돌풍'이 다소 잠잠해진 사이,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자당 경선에서 최종 후보로 확정된 직후 무서운 기세로 김부겸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를 따라잡은 모습이다. 뉴스1·한국갤럽 조사(5월9~10일 대구 유권자 803명 대상)에서 김 후보와 추 후보는 각각 44%와 41%로 오차범위 안 접전 양상이었다. 조선일보·메트릭스 조사(5월16~17일 대구 유권자 800명 대상)에선 김 후보(40%)와 추 후보(38%)의 지지율 격차가 불과 2%p까지 좁혀졌다.
대구는 비교적 진흙탕 공방 대신 중앙정치 이슈에 따라 판세가 크게 흔들리는 양상이다. 대표적으로 민주당이 추진했던 '윤석열 조작수사·기소 특검법' 역풍은 물론, '국민배당금' 논쟁과 삼성전자 파업 국면 속에 소환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책임론 등이 샤이 보수층의 결집을 불러일으키는 분위기다. 반대로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내란·탄핵 정국 책임에 대한 '회초리론' 기류 속에 최근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관련 송언석 원내대표의 '더러워서 안 간다' 발언과 당내 인사의 '스타벅스 극우 논란 동조' 설화까지 겹치며 중도층을 다시 등 돌리게 하고 있다.
여의도발 변수는 경부선뿐 아니라 호남선을 타고 내려와 전북에도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이번 선거에서 전북은 대구와 함께 양당의 철통 요새 대신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했다. 민주당 내 계파 갈등 속에서 친명계인 김관영 무소속 후보가 정청래 대표의 공정하지 않은 공천 기준으로 피해를 보았다는 프레임이 확산해 지역 민심이 요동치면서다. 현직 지사인 김 후보는 지난달 '대리비 지급 논란'으로 민주당에서 제명된 뒤 "정 대표가 '식사비 대납 의혹'을 받고 있는 친청계 이원택 민주당 후보를 공천하기 위해 나를 제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치에서도 전북 도민들의 표심이 김 후보에게로 점차 옮겨붙는 흐름이다. 새전북신문·한길리서치 조사(5월16~17일 전북 유권자 1001명 대상)에서 김 후보는 42.1%, 이 후보는 40.5%를 기록해 오차범위 내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만약 민주당이 사상 최초로 전북지사직 수성에 실패한다면 서울과 영남에서 선전하더라도 정청래 지도부를 향한 책임론이 불거질 전망이다. 특히 정 대표 입장에선 호남이 민주당 전체 당원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만큼, 차기 당권에도 빨간불이 켜지는 셈이다.
결국 이번 선거에 양당 후보들뿐 아니라 각 지도부의 명운까지 걸려 있는 만큼, 막판으로 갈수록 진흙탕 싸움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초접전 판세 속에 상대의 실책 하나로 승부가 갈릴 수 있는 만큼, 남은 기간 크고 작은 변수들이 전국 판세를 뒤흔들 전망이다. 박상병 평론가는 "서울·대구·부산 모두 막판 변수 하나에 판세가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다. 양측의 진흙탕 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오만해선 안 되고, 국민의힘도 끝까지 정신 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전국: 한국갤럽 자체 조사는 무선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서울: 조선일보·메트릭스, 중앙일보·케이스탯리서치 조사는 무선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다.
부산: 뉴스1·한국갤럽, 조선일보·메트릭스, 중앙일보·케이스탯리서치 조사는 무선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다.
부산 북갑: 채널A·리서치앤리서치, 중앙일보·케이스탯리서치 조사는 무선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다.
대구: 뉴스1·한국갤럽, 조선일보·메트릭스 조사는 무선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다. 전북: 새전북신문·한길리서치 조사는 무선전화 ARS 방식으로 진행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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