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프 붙여 쓰라니"…점자 없는 고유가 카드, 시각장애인 '한숨'
준비기간 2주 만에 지급 강행…"시간상 장애인 고려 못 해"
사용처 물어보다 핀잔도…"죄송하다고 고개 숙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한 고유가 피해지원금 카드에 '점자' 표기가 없어, 시각장애인들이 카드를 구분하지 못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지원금 카드 사용에 '장벽'이 있는 시각장애인은 잔여 금액이나 사용 가능 여부를 묻다 사용처에서 핀잔을 듣고 있다고 호소하는 가운데, 담당 기관 측은 "준비 기간이 부족해 발생한 일이다"라고 해명했다.
"바쁜데 일일이 알려줘야하냐"…'지원금 죄인'된 시각장애인
점자 카드로 발급받을 수 있는 복지 카드 등과 달리 고유가피해지원금은 점자 카드 신청이 불가하다. 특히 행정복지센터에서 지급하는 선불카드의 경우 관련법에 따라 충전 한도가 제한돼 기준 이상의 금액을 받아야 할 시 두 장의 비 점자 카드를 받게 된다.
가령 고유가피해지원금 60만 원을 지급받는 대상일 경우 10만 원과 50만 원이 나뉜 채로 비 점자 카드를 받아 시각장애인들의 혼란은 더 가중되고 있다.
앞서 시각장애인 유승렬(54)씨는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고유가피해지원금카드에 점자가 없어 어떤 카드인지 구분이 어렵다"며 "카드를 여러 장 받으면 어떤 게 얼마가 들어있는 카드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유 씨는 비 점자 고유가지원금 카드에 얼마가 남았는지, 이 카드의 사용처는 어느 곳이 있는지 등 정보 접근성이 제한돼 사용처로부터 "혼나기 일쑤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복지카드는 점자가 있어 눈을 감고도 구분할 수 있는데 고유가피해지원금 카드는 아무 표시가 없다"며 "50만 원짜리와 10만 원짜리를 따로 받는 데 얼마를 사용했는지 또 이 카드가 지원금카드는 맞는지 혼란스럽다"고 호소했다.
이어 "일일이 '이 카드가 맞냐' '이 카드 되냐'고 물어봐야 하는데 식당이 바쁘면 '이런 것까지 알려줘야 하냐'고 짜증을 내는 경우도 있었다"며 "그럴 때면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들어 고개를 숙이게 된다"고 덧붙였다.
"유리테이프 붙여써라"…주먹구구식 행정도
고작 2주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고유가지원금 카드가 뿌려진 만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시각장애인들의 애로 사항까진 고려하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전주시 관계자는 "준비 기간이 짧아 시각장애인의 점자 카드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별도의 지침이나 매뉴얼도 없었고, 이미 (고유가피해지원금 카드) 제작이 완료된 만큼 다음에 지급할 때 불편함이 없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 씨는 자신이 사용 중인 카드들을 꺼내 보이며 점자 유무를 비교했다. 실제 소지한 복지 카드와 개인 신용 카드 등에 점자가 새겨져 있었던 반면, 정부 지원금 성격의 선불카드들에는 점자가 없었다.

그는 전북 지역의 한 행정복지센터에 이와 같은 불편을 제기했지만, "유리테이프를 알아서 붙여 쓰라"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유 씨는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카드 발급 단계에서 점자를 새겨주는 등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문제인데 (기관이) 너무 소극적이다"며 "눈을 감고 카드를 한번 찾아보라. 찾을 수 있는지"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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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CBS 김대한 기자 kimabou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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