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로고송과 SNS 홍보에 잠식된 도시, 조용히 사라지는 시민의 시간

신승남 기자 2026. 5. 2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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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들을 위한 배려와 차분한 설명 아쉬워
신승남 기자.

21일 본격적인 선거운동의 막이 올랐다.

아침 출근길부터 거리는 요란하다. 사거리 횡단보도 앞 유세차에서는 익숙한 대중가요 멜로디가 쉴 새 없이 흘러나오고 서로 다른 후보들의 이름이 박자에 맞춰 뒤엉킨다. 한쪽에서는 '변화'를, 다른 쪽에서는 '도약'을 외쳤지만 시민의 귀에는 그저 소음처럼 겹쳐질 뿐이다.

후보와 선거운동원의 옷 색깔, 유세차와 거리에 내걸린 현수막도 눈을 피곤하게 한다. 온통 빨깧거나, 파랗거나, 하얗거나. 도시가 이들 몇가지 색만으로 도배된 듯 하다.

잠시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는 몇 분조차 고요하지 않다. 소음에 누군가는 이어폰 볼륨을 높이고 또 누군가는 인상을 찌푸린 채 발걸음을 재촉한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확성기 속에 들어앉은 듯한 하루다.

피곤한 것은 오프라인뿐만이 아니다.
휴대전화를 열면 더 숨이 막힌다. 지역 소식을 보려고 SNS를 켰다가 후보들의 카드뉴스와 짧은 영상, 인증 사진, 지지 호소 글에 파묻힌다. 알고리즘은 시민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보다 누가 더 자주 노출되는지를 먼저 계산하는 듯하다.

밥을 먹는 사진에도, 시장을 걷는 영상에도, 아이와 악수하는 장면에도 음악이 깔린다. 정치는 어느새 설명보다 연출에 가까워졌고, 공약보다 노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물론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라고 한다. 후보는 자신을 알려야 한다. 거리 유세도, 온라인 홍보도 선거의 일부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시민의 일상이 점점 지쳐간다는 데 있다.

시민들은 거창한 말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잠시 귀를 쉬게 해줄 배려, 과장된 구호 대신 차분한 설명, 상대를 향한 비난보다 지역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목소리를 듣고 싶어한다.

하지만 선거철만 되면 도시 풍경은 늘 거기서 거기다. 더 크게 틀고, 더 많이 올리고, 더 자주 보이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처럼 흘러간다. 그러는 사이 정작 시민들의 피로감은 아무도 공약으로 다루지 않는다.

오늘도 무심코 SNS를 열었다가 몇 초 만에 다시 닫았다. 지역 소식을 듣고 싶었는데, 돌아온 것은 현란한 자막과 반복되는 로고송뿐이었다.

선거가 끝날 때까지 잠시 조용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 어쩌면 지금 거리를 오가는 많은 유권자들도 같은 마음일지 모른다.

신승남 중부본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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