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빨아들일 스페이스X 상장… 피해 볼 종목은?
미국의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가 이르면 다음 달 12일 기업공개(IPO·상장)할 예정이다. 이번 상장은 기업 가치 1조7500억달러를 인정받고 약 750억달러(약 113조원)에 이르는 신규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전체 주식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그리 크지 않겠지만, 기존 우주 산업이나 인공지능(AI) 등 유사 업종에 머물던 투자 자금이 스페이스X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이렇게 되면 미래 성장 기대감으로 주가가 크게 올랐던 국내외 고평가 성장주나 반도체 관련 종목의 비중이 축소돼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113조원짜리 초대형 상장 쇼
스페이스X의 상장 일정은 당초 다음 달 하순으로 예상됐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신속한 서류 심사 덕분에 다음 달 12일로 앞당겨질 전망이다. 스페이스X는 골드만삭스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고, 2조달러에 달하는 기업 가치를 목표로 5대 1 주식 분할을 단행하는 등 상장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상장 작업에 막대한 규모의 자금 조달이 예상되면서 시장 수급에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지만, 미국 주식시장의 일평균 거래 대금 등을 고려할 때 증시 전체를 흔들 규모는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과거 2019년 사우디 아람코 상장 당시 신규 조달 금액이 글로벌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차지한 비율은 0.032%였다. 이번 스페이스X가 750억달러를 조달하더라도 현재 글로벌 시가총액 대비 0.049%, 미국 시가총액 기준 0.107% 수준에 불과해 실제 수급 부담은 아람코의 1.2~1.5배 규모에 그친다.
오히려 상장 직후 나스닥 100 같은 주요 지수에 포함되면, 이 지수를 기계적으로 똑같이 사들이는 거대한 펀드 투자금들이 자동으로 들어오면서 전체 시장의 상승을 이끌 수 있다.
◇우주·AI 등 유사 업종 자금 이탈 가능성… 고평가 성장주 부담
하지만 스페이스X와 사업 성격이 비슷한 기업들에서 자금 이탈이 있을 수 있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스페이스X의 대안으로 투자되던 기존 우주 산업 관련주들에서 매도세가 강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스페이스X가 자신들의 막강한 컴퓨터 인프라를 다른 AI 회사에 빌려주기로 하면서, 예전부터 이 대여 시장을 꽉 잡고 있던 오라클 등 기존 클라우드 기업들은 강력한 경쟁자를 맞닥뜨리게 돼 기업 실적과 주가에 악재가 될 수 있다.
스페이스X 상장으로 더 큰 위협을 받는 종목으로는 이른바 ‘주가 멀티플이 높은 성장주’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가 멀티플이 높은 성장주란 현재 회사가 벌어들이는 실제 이익에 비해 주가가 매우 높게 형성된 주식을 의미한다. 이 주식들은 당장 큰돈을 벌지는 못해도 미래에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주가에 미리 반영돼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엔비디아나 암, 팔란티어처럼 최근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였던 AI 관련주들이 이에 속한다. KB증권 김일혁 연구원은 “스페이스X 역시 주가 멀티플이 높은 성장주들의 자금을 흡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 금융 매체 글로벌 뱅킹 앤 파이낸스 리뷰는 “월가는 스페이스X를 전통적인 항공우주 기업이 아닌 고성장 AI·인프라 관련주로 벤치마킹해 1조7500억달러라는 이례적인 가치를 매기고 있다”며 “스페이스X 상장으로 막대한 자금이 쏠리게 되면 기존 고성장주들로 흘러가야 할 투자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페이스X는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외국인과 국내 투자자들이 스페이스X를 사기 위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한국 주식을 팔아 돈을 옮기면서, 우리 주식 시장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스페이스X에 투자하려고 그동안 주가가 크게 올랐던 종목부터 먼저 팔아 치울 가능성이 높다”며 “단기간에 주가가 많이 오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우리나라 반도체주들이 최근 주춤한 것도 스페이스X 상장 소식이 자금을 일부 끌어당겼을 수 있으며, 본격적인 투자 설명회(로드쇼)가 시작되면 국내 증시의 자금 이탈 압박이 더 거세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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