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과열이 아닌 전환의 신호

글로벌 증시가 사상 최고치 경신 이후 급등락을 반복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은 때론 지나치게 빠르게 움직이며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런 변동성은 단순한 과열이라기보다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에 가깝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인공지능(AI) 산업 버블 우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장기화, 유가 급등, 인플레이션 등 증시를 흔들 만한 악재가 이어졌지만 장기적으로 글로벌 증시는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가장 큰 배경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이다.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이 이어지면서 AI 버블 우려는 상당 부분 완화됐고, 오히려 AI 산업 성장 기대는 더 커졌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AI 성장 수혜를 놓칠 수 없다는 포모(FOMO) 심리도 강해지고 있다.
올해 증시 주도주의 변화 역시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수년간 AI 랠리를 이끌었던 엔비디아의 연초 이후 상승률은 20%대에 머물렀지만, 다른 반도체 기업들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AI 성장 스토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중앙처리장치(CPU) 기업들이 급부상한 것이다. 인텔은 연초 대비 190%, AMD는 약 100% 상승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종의 움직임은 더 극적이다. 낸드(NAND) 업체 샌디스크는 490% 급등하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편입 종목 가운데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일본 키옥시아홀딩스도 300% 넘게 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에 이어 강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기업 실적은 이런 변화의 속도를 잘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수준인 57조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미국의 CPU업체인 AMD의 AI 관련 매출은 60% 증가했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시장이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다. 결국 올해 주도주 변화와 급격한 주가 상승은 AI 산업 중심축 이동에 대한 시장의 재평가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최근 AI 산업은 ‘학습’에서 ‘추론’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AI 모델 학습용 GPU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실제 서비스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실행되는 추론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 역시 추론 모델 확장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추론 수요가 늘수록 데이터 처리·저장·이동 규모도 급증하게 되며 GPU뿐 아니라 메모리·CPU·네트워크까지 AI 산업 핵심 인프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AI 산업은 종종 ‘캄브리아기 대폭발’에 비유된다. 수많은 종이 동시에 등장하며 생태계가 급변했던 시기처럼 AI 역시 모델과 서비스가 빠르게 분화하며 산업 구조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나타나는 주도주 변화와 높은 변동성 역시 과열보다는 새로운 생태계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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