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트럼프, 세무조사도 '셀프 면제'... "정부 빙자한 공금 횡령"
개인 변호사 출신 장관 대행 서명
보상 명목 측근 지원 기금도 확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일가 및 사업체 대상 세무조사를 사실상 스스로 면제했다.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며 사적인 이익을 챙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탈세 면죄부
미국 법무부는 19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미 국세청(IRS)이 트럼프 대통령, 그의 가족, 그가 보유한 업체를 상대로 이미 제출된 납세 신고서와 관련한 세무 조사나 세금 추징 목적 제소를 일체 시도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1쪽 분량 합의서를 게시했다. 해당 문서에 따르면 18일 이전에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가족 구성원이 저지른 탈세나 체납에 대해서는 IRS가 영원히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다만 18일 이후 접수되는 세금 신고서에는 합의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 합의는 올 초 트럼프 대통령이 두 아들 및 일가 사업체와 함께 자신의 첫 임기 중 발생했던 납세 기록 유출의 책임을 지라며 IRS를 상대로 낸 100억 달러 규모(약 15조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취하한 대가의 일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송을 포기하는 대신 연방정부의 사법제도 악용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보상금을 주기 위한 17억7,600만 달러(약 2조7,000억 원) 규모의 기금을 정부가 조성한다는 데에도 법무부와 합의했다.
이날 추가적으로 공개된 세무조사 면제 합의서는 9쪽 길이인 보상 기금 설립 합의서보다 더 단출하다. 게다가 IRS 청장과 트럼프 대통령 변호사의 서명이 빠졌다. 스탠리 우드워드 법무부 차관 서명은 토드 블랜치 법무부 장관 대행의 서명으로 대체됐는데, 블랜치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 개인 변호사로 활동하다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법무부 부장관으로 기용된 인물이다. 팸 본디 법무부 장관이 4월 경질된 뒤 장관 대행을 맡고 있다. 미국 현행법상 세무조사 지시와 중단은 법무부 장관만 가능하다.
“사익 위한 국고 약탈”

당장 권력 남용이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미국 연방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인 척 슈머(뉴욕) 의원은 이날 성명에서 “그(트럼프)는 자신이 운영하는 정부를 고소하고 자신의 법무부를 동원, 사건을 합의로 마무리한 뒤 트럼프 일가에 ‘특별 IRS 보호권’이라는 특혜를 안겼다”며 “이는 정부를 빙자한 공금 횡령”이라고 비난했다. 연방 하원 세입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리처드 닐(매사추세츠) 의원도 성명에서 “대통령 개인 변호사와 법무부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것을 보면 트럼프의 계획이 분명해진다”며 “정부 전체를 사병처럼 부려먹으면서 국민 주머니를 털어 자기 이익을 챙기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임명한 관료가 대통령, 그의 가족, 그의 사업체를 세무 집행 대상에서 제외하는 데 동의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열린 연방 상원 세출위원회의 법무부 예산 관련 청문회에서는 기금 조성과 관련해 민주당 의원들이 블랜치 대행에게 포화를 퍼부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 측근 및 지지 세력이 보상금 수혜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들의 성토였다. 패티 머레이(민주·워싱턴)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친구들을 부유하게 만들기 위한 비자금을 조성했다”며 “현직 대통령이 사익을 위해 국고를 약탈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존 코스키넨 전 IRS 청장은 WSJ에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돈(세금)을 나눠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사 면책권까지 보유하게 된다. 무슨 짓이든 서슴없이 저지르는 자들이 바로 그들”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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