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시대, 건물주의 가장 비싼 실수는? [더 머니이스트-김용남의 부동산 자산관리]

'건물주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공실'이라는 말이 요즘 들어 더욱 실감 나는 시대입니다. 고금리 기조가 시장의 예상보다 길게 고착화하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지형이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 저금리 시대에 유효하던 자본이득 중심의 낙관적 투자 공식은 자본환원율(cap rate)과 대출금리가 역전되는 네거티브(-) 레버리지 현상 앞에서 완전히 무력해졌습니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자산이 스스로 창출하는 실질적인 현금흐름, 즉 순영업소득(NOI)의 방어 능력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많은 건물 소유자가 범하는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이 같은 압박 속에서도 공실 리스크의 파괴력을 과소평가하고 기존 임차인 관리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것입니다.
최근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과 건자재 가격 부담 확대 역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비용과 유지보수비, 원상복구비, 리모델링 비용이 동반 상승하면서 고정 운영비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부채상환배율(DSCR) 악화는 단순한 이자 부담을 넘어 만기 연장의 성패를 가르는 실존적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국면에서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미국 부동산관리협회(IREM) 연구에 따르면, 신규 임차인 유치 비용은 기존 임차인 유지 비용보다 약 6배 더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신규 우량 임차인을 유치하기 위해 제공해야 하는 무상임대(rent-free) 기간, 공실 공간을 임차 가능한 상태로 새로 단장하는 비용, 공실 기간 임대수입 손실, 신규 임차인 중개수수료 지급 등 직접적인 비용만 해도 상당합니다. 여기에 공실 기간 소유주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고정 관리비와 공실이 길어질수록 자산 신용도가 떨어져 대출 만기 연장 시 더 높은 금리를 감수해야 하는 부담까지 더하면 그 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납니다. 고금리 환경에서는 이 비용이 NOI를 더 직접적으로 훼손하기 때문에, 임차인을 단순한 계약 상대가 아닌 자산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로 재정의하고 만기 도래 전 선제적으로 업황을 모니터링하며 유연한 갱신 조건을 제시하는 정밀한 접근이 절실합니다.
특히 고금리 환경에서는 이러한 비용이 순영업소득을 직접 훼손한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더욱 커집니다. 임차인은 단순한 계약 상대가 아니라 자산 가치를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기 도래 이전부터 임차인의 업황과 사업 상황을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임대 조건 조정이나 단계적 인상, 유연한 갱신 전략 등을 제시하는 임차인 리텐션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경계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많은 건물 소유자는 여전히 공실을 고려하지 않은 만실 기준 수익률에 익숙합니다. 그러나 고금리 시대에는 표면적인 수익률보다 공실과 운영비를 반영한 실질 순영업소득이 훨씬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높은 수익률을 보이더라도 핵심 임차인 이탈이나 공실 장기화가 발생하면 실제 현금흐름은 급격히 악화될 수 있으며, 이는 자산 가치 하락과 대출 조건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결국 지금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를 받고 있는가'가 아니라 '공실을 반영한 뒤 얼마를 남기고 있는가'입니다. 일본과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처럼 공실과 운영비를 반영한 순영업소득을 기준으로 자본환원율(cap rate)에 접근하는 것이 고금리 시대에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현금흐름 방어는 임차인 관리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금리 상승기에는 기존 대출 조건을 재검토하고 보다 유리한 구조로 재편하는 재무 전략을 병행해야 합니다. 동시에 비용의 절대적 절감에 매몰돼 필수적인 자본적 지출을 무작정 삭감하는 것은 더 큰 맹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건물의 생애주기를 고려하지 않은 근시안적 비용 통제는 물리적 노후화를 가속화하고 우량 임차인 이탈을 유도하는 부메랑이 될 뿐입니다.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일수록 저활용 공간을 공유오피스, 팝업 리테일, 단기 임대형 서비스 공간 등 수익형 모델로 전환하는 공간 리엔지니어링과 테넌트 믹스 재편을 통해 단위 면적당 부가가치를 높이는 구조적 접근이 고정비 상승 압박을 근본적으로 상쇄하는 전략이 됩니다.
임대료 책정 역시 섬세한 균형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시장 흐름과 괴리된 임대료는 공실을 키우거나 반대로 수익을 갉아먹는 양방향 위험을 동시에 안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시장 분석을 통해 수요와 공급의 변화를 파악하고, 경쟁력 있는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안정적 수익의 기반입니다. 여기에 더해 다양한 업종의 임차인으로 구성을 다각화하면, 특정 업종의 경기 침체가 건물 전체의 현금흐름에 미치는 충격을 효과적으로 분산할 수 있습니다.
법적 대비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임차인의 재정 상황이 악화하는 시기일수록 임대차 분쟁이나 채무 불이행 사태는 더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사전에 법적 리스크를 점검하고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은 자산을 지키는 최후의 방어선입니다. 나아가 이런 전략들을 실행할 내부 역량이 충분하지 않다면, 전문 자산관리회사에 운영을 위탁하는 것 역시 중요한 선택지입니다. 전문 관리회사는 일상적인 운영부터 재무·법적 대응까지 통합적으로 아우르며, 잠재적인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전환하는 역량을 갖췄습니다.
고금리 장기화 국면에서 건물 소유자에게 필요한 것은 더 높은 임대료를 기대하며 관망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임차인을 지키고 순영업소득을 방어하며 재무·운영·법무 리스크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능동적 자산관리 역량입니다. 결국 고금리 시대 건물주의 가장 비싼 실수는 금리 자체가 아니라 공실의 비용과 임차인 이탈이 순영업소득에 미치는 파괴력을 과소평가하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노재팬 넘고 매출 1조 찍더니…5년 만에 명동 돌아온 '유니클로'
- 롤러코스터 장세 속 최고가 행진…한달새 주가 두배로 뛴 이유 [종목+]
- "불참자 협박 있었다"…삼전 노조원들, 노동부에 지도부 진정
- '30% 와르르' 무너진 주가…회장님 3주 만에 또 80억 '베팅'
- "양파 사세요" 쇼호스트 변신한 송미령 장관…16만명 몰렸다
- "또 일본 갈 줄 알았는데"…5월 황금연휴 1위 여행지 어디?
- "일본의 콧대를 꺾었습니다"…러브콜 쏟아진 회사
- "한국에 최우선 공급하겠다"…중동 6개국 '깜짝 선언'
- "호텔서 커피 마셨더니…" 조회수 '300만' 대박 영상의 비밀 [현장+]
- "32만전자 간다"…삼성전자, 역대급 잭팟 예고에 주가 '들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