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버티고 강서 무너졌나…경매 살펴보니
서남권 빌라·연립, 전세사기 후폭풍 몰려
강서 10채 중 4채, 강제경매로 넘어가
고금리·집값 하락... 빚 못 갚는 집 늘어

부동산 정보 앱 집품이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4월 서울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상가 등)의 강제경매 소유권이전등기 신청은 총 59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399건)보다 49.1% 증가한 수치로, 전달(482건)과 비교해도 뚜렷한 상승세다.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둔화가 맞물리면서 채무를 상환하지 못해 자산을 처분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자치구별로 보면 특정 지역에 신청이 집중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강서구는 4월 한 달 동안 221건이 접수돼 전체의 37.1%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 대비 71건, 전년 동월 대비로는 90% 이상 급증한 수치다. 이어 금천구(67건), 구로구(66건), 양천구(56건)가 뒤를 이었으며, 이들 4개 구의 합산 건수는 410건으로 전체의 약 69%에 달한다.
이들 지역은 공통적으로 저가 빌라와 연립주택 비중이 높고, 과거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피해가 집중됐던 곳이다. 세입자의 보증금 미반환 문제에 더해 집주인의 대출 연체와 세금 체납이 겹치면서 강제경매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경매를 신청해 낙찰 또는 배당을 통해 일부라도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증가율 측면에서도 눈여겨볼 지역이 나타난다. 강동구는 지난해 4월 3건에서 올해 13건으로 늘었고, 영등포구 역시 4건에서 20건으로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절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향후 확산 가능성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강남구, 마포구, 서대문구, 노원구 등은 각각 4건 수준에 그쳤고, 용산구는 1건으로 가장 낮았다. 고가 아파트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자산가치 방어력이 상대적으로 높고, 금융·세제 측면에서 대응 여지가 크기 때문에 강제경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강제경매 증가의 배경으로 세 가지 요인을 꼽는다. 우선 금리가 일부 하락했음에도 여전히 높은 금융비용과 주택가격 약세가 겹치며 상환 능력이 약화된 점이다. 여기에 전세보증금 반환 부담과 대출 만기 도래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유동성 압박이 커지고 있다.
또한 전세사기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빌라 밀집지역에서 보증금 회수를 위한 경매 신청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주요 원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피해 주택을 매입하거나 경매에 참여하면서 시장 유동성이 일부 회복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최근 법원 경매시장에서 일부 아파트 낙찰가율이 90%를 웃도는 등 매각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신청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이러한 흐름은 인기 지역과 단지에 국한된 경향이 강해,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채무 부담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이처럼 서울 내 강제경매 증가는 거래 지표를 넘어 지역별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전세시장 불안과 자산가치 하락, 금융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는 지역일수록 경매로 이어지는 경로가 길어지고 있다. 반면 고가 주거지 중심 지역은 상대적 안정세를 유지하며 격차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전세보증금 미반환 피해 구제와 저가 주택에 대한 금융·법률 지원, 소액 채무자 대상 채무조정 프로그램 강화 등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부동산 컨설턴트는 "강제경매가 주거 불안으로 확산되기 전에 세입자와 집주인을 아우르는 정교한 지원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