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가계빚 1993조 ‘역대 최대’…2분기 2000조 돌파 가시권

올해 1분기 가계부채가 1993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 규모를 다시 경신했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가 본격화하면서 2금융권으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쏠리는 ‘풍선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2분기에는 가계신용 잔액이 처음으로 2000조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993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대비 14조원 늘어난 규모로,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과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을 더한 포괄적 가계부채 지표다.
1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1865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 말 대비 12조9000억원 증가했다. 전 분기(11조3000억원)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상품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이 8조1000억원 늘어 전 분기(7조2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커졌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도 증권사 신용공여액을 중심으로 4조8000억원 증가했다.
기관별로는 은행권과 비은행권 간 ‘온도차’가 극명했다.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09조6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000억원 줄어 12분기 만에 감소 전환했다. 특히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3000억원 증가에 그쳐 직전 분기 증가폭(4조8000억원)의 6.3%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는 2023년 1분기 이후 가장 작은 증가폭이다.
반면 저축은행·상호금융·신협·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8조2000억원 늘어 전 분기(4조1000억원) 대비 두 배로 확대됐다. 특히 비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1분기에만 10조6000억원 급증해 2007년 4분기 관련 통계 작성 이래 분기 기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기존 최대치였던 2024년 4분기 7조2000억원을 큰 폭으로 웃돈다.
이혜영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은행은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에 따라 1분기 연간 목표치를 금융당국으로부터 받기 전 보수적으로 운영한 측면이 있다”며 “비은행권은 금융당국의 관리 강화 조치 시행 이전 대출 수요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농협중앙회·새마을금고 등이 모집인 대출 접수 중단과 집단대출 중단을 발표한 만큼 향후 비은행권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매물이 출회하면서 주택 거래가 늘어난 점은 변수다. 이 팀장은 “선행지표인 주택매매 거래가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주담대가 일시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증권사 신용공여 확대도 가계부채를 끌어올린 요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증권사 신용공여액은 7조3000억원 증가해 전 분기(3조3000억원) 대비 두 배를 웃돌았다. 분기 증가폭 기준 역대 세 번째 수준이다. 보험·카드·증권·연금기금 등 기타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증가폭도 전 분기 1조2000억원에서 5조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한편 한은은 이번 통계부터 ‘예금은행 전세자금대출’ 항목을 별도로 분리해 공표하기 시작했다. 1분기 말 기준 예금은행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65조7000억원으로 전 분기(166조6000억원) 대비 9000억원 줄었다. 전세자금대출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말 4.5%에서 지난해 말 16.5%로 확대된 바 있다. 이 팀장은 “전세자금대출 자료 요구가 꾸준했고 증가세도 가팔라 동향 파악과 중장기 추세 분석에 활용할 수 있도록 별도 공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판매신용 잔액은 127조3000억원으로 여신전문회사를 중심으로 전 분기보다 1조1000억원 늘었다. 전 분기 증가폭(3조원)보다는 둔화됐으나, 개인카드 이용액은 지난해 1분기 192조원을 저점으로 올해 1분기 204조7000억원까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하락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팀장은 “1분기 가계신용은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고 실질 GDP 속보치 성장률은 3.6%였다”며 “명목 GDP 증가율은 통상 실질 GDP보다 높게 나타나는 만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더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은지 기자 blu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