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국채 19년만 최고치가 한국에 보낸 경고

케빈 워시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취임을 앞두고 미국 통화 정책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워시는 연준의 금리인하를 압박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명했다. 하지만, 이란 전쟁 발발 후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리면서 금리인하에 나서기에는 부담이 커졌다.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와 연준 독립성 논란 속에 취임하는 워시의 첫 시험대는 6월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전 의장이 금리를 내리지 않아 미국에 손실을 입혔다고 수 차례 비판했으며 워시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이란 전쟁에 따른 물가 급등으로 워시 앞에 놓인 선택의 폭은 더욱 좁아졌다. 4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8%까지 치솟으며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연준이 금리 인하가 아니라 인상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장기 금리 역시 상승세다. 지난 주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5.13%까지 상승했다. 30년물 금리가 5%를 넘어선 건 2007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 장기 금리 상승은 글로벌 증시를 위협하는 뇌관이다. 무위험자산인 미 국채 수익률이 높아지면 위험자산인 신흥국 증시의 투자 매력은 낮아진다. 외국인 투자자가 지난 7일 이후 18일까지 8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며 유가증권시장에서 41조원에 달하는 주식을 팔아치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은 더 커질 수 있다.
워시 체제 연준이 금리 인상 기조로 전환하면 한국은 더 큰 금리 인상 압박을 받는다. 미국 기준금리는 연 3.5~3.75%로 한국(2.5%)보다 상단기준 1.25%포인트 높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중소기업의 이자부담이 급증하고 한계기업은 부실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사모대출로 공격적인 설비투자에 나선 빅테크 기업들의 이자부담을 늘려 글로벌 증시의 AI(인공지능) 랠리도 흔들릴 수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워시 체제 연준의 금리 정책이 가져올 충격에 선제적 대응책을 갖춰야 한다. 주가가 떨어질 경우, 사상 최대 36조원 규모 '빚투'에 나선 개미 투자자의 연착륙을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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