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시진핑에 쏠리는 러브콜… 中 중심 새 ‘조공질서’ 열린다
푸틴, 정보비대칭 낮추려 중국행
中 교류 ‘기회·성장의 상징’ 인식
달리오 “현대판 조공 질서 진입”

세상의 눈이 다시 중국 베이징으로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떠나자마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발을 디딘다. 지난해 9월 방중에 이어 불과 8개월 만에 다시 베이징을 찾는다. 짧은 기간 안에 미국과 러시아 정상을 동시에 불러들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행보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외교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미중정상회담 이후 국제질서에 대해 “중국 중심의 새로운 조공 체제(Tribute System)가 돌아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외교부는 17일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의 초청으로 19~20일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양국 선린우호협력조약 25주년 기념일에 맞춘 일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박 3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지 단 나흘 만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를 두고 “중국이 미·러 정상을 같은 달에 맞이하는 첫 사례”라고 보도하며 시 주석의 외교적 장악력을 조명했다.
이번 연쇄 정상회담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와 ‘전략적 밀당’에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방중 기간 시 주석으로부터 직전 미·중 정상회담의 내밀한 결과를 공유받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이 중·미 간 상호작용에 대해 중국 측과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며 “중국에 도착하면 직접적인 정보를 얻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러시아로서는 혹시라도 있을 미·중 관계 개선의 불똥이 자국에 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선딩리 상하이 국제관계학자는 “러시아의 관심과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오는 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간의 일정으로 베이징을 찾는다.
또 세르비아의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떠난 직후 베이징을 방문할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부치치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중국 측의) 최종 확인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푸틴 대통령의 방중 며칠 후에 우리 역시 중국에 가게 된다”고 말했다.
베이징이 세계 외교 무대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양상은 지난해 8월 상하이 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이후 도드라지고 있다. 이 당시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총리,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했다. 이어 9월 북중러 정상들이 텐안먼에서 동맹을 전세계에 과시했고, 11월에는 스페인의 펠리페 6세 국왕, 12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시 주석을 만나러 왔다.
올해도 외교 행렬이 이어져 1월 이재명 대통령이 방문한 데 이어 미홀 마틴 아일랜드 총리가 14년 만의 최고위급 방문을 통해 농업 및 디지털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 또 키어 스타머 총리가 영국 총리로서는 2018년 이후 8년 만에 방문해 무역 관계 정상화를 도모했다. 2월에는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가 환경 및 청정에너지 협력을 위해 베이징을 찾았고, 야만두 오르시 우루과이 대통령이 남미 국가와의 자유무역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베이징을 다녀갔다.
이에 대해 장훙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점점 더 많은 국가가 중국과의 교류를 기회, 안정, 성장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이 광폭 외교 행보를 보인 가운데 이번 미중 정상회담 직후 월가의 거물 레이 달리오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좀더 냉혹한 진단을 내렸다. 달리오는 “미국이 분쟁 시 믿을 수 없는 파트너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80개국에 750개의 해외 군사 기지를 가진 미국의 약속이 예전만큼의 무게감을 갖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비서방권은 물론이고 전통적인 우방국가들조차 중국과 관계 개선이나 밀착하는 현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초했다는 비판이 담겼다.
달리오는 이어 중국 중심의 ‘새로운 조공체제’라는 개념으로 향후 국제질서를 설명했다. 그는 과거 중국 황제를 중심으로 주변국이 예물을 바치며 질서를 유지하던 위계 구조를 뜻하는 조공에 빗대어 “각국 정상이 잇달아 중국을 찾는 것은 강대국의 힘을 인정하기 위해 방문하던 역사적 모습과 본질적으로 같다”고 진단하며 ‘현대판 조공 질서’로 진입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달리오가 언급한 조공 체제나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언급한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결국 힘의 이동을 의미한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신흥 강대국이 기존 패권국에 도전할 때 발생하는 마찰 속에서 시 주석은 “미·중은 공존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판을 주도하고 있다.
권순욱 기자 kwonsw87@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명 사망’ 대참사…일본 뒤흔든 미국산 혈관염 치료제 쇼크
- “그냥 심심해서”…새총으로 쇠구슬 쏴 택시 유리창 파손한 60대 아버지와 아들
- 음주운전 실형 받고도 또 ‘만취 운전대’ 배우 손승원…징역 4년 구형
- 에어포스원 막판 합류한 젠슨 황 “두 정상 놀라웠다”… 호랑이 가방 멘 머스크 아들도 ‘시선
- “죄송하다”던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반성문은 안썼다
- “이래 봬도 맹금류!”…상점 들어온 황조롱이, 119소방대 구조
- “임신했다, 가족에 알려줄까?”…20대女, 남친 속여 1000만원 뜯어내
- 금강서 여성 추정 시신 발견…경찰 “부검 진행”
- 전광훈 측 “출국금지는 도피 낙인…건강 안좋고 얼굴 알려져 그럴 상황 아냐”
- “문 잠겨 못들어 갔다”…경찰, ‘흉기 사망’ 노래방 1시간반만 늑장진입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