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을 정치 플랫폼 삼겠다”…‘절윤’ 못한 국힘, ‘윤어게인’ 침투 통로 됐다

문광호 기자 2026. 5. 1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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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보수 진영, 국민의힘 통해 제도권 침투 나서
5월 9일 서울 광화문에서 윤 어게인 집회가 열리고 있다. 문광호 기자

“투표를 해야 부정선거라고 하지.”

5월 9일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열린 ‘윤 어게인’ 집회, 참가자인 60대 남성 A씨는 ‘부정선거라고 생각하는데 지방선거에서 투표할 계획인가’라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손에 ‘부정선거 결사반대’ 팻말을 들고, “선거 앞두고는 이재명(대통령)을 까대기(비난)해야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외쳤다. 참가자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귀환을 위해 “못마땅하지만 국민의힘을 찍겠다”고 말했다. ‘절윤’(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하지 않은 국민의힘이 극우 세력의 대안이 된 셈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 후 1년, 극우·보수 진영이 6·3 지방선거를 계기로 제도권 침투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일부 ‘윤 어게인’으로 분류되는 후보들을 공천했고, 아스팔트 보수 진영에서도 국민의힘을 플랫폼 삼겠다는 목소리가 공공연히 나온다. 12·3 불법 계엄 후 처음으로 수천명의 공직자를 선출하는 이번 지선을 통해 ‘윤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의 회생’을 계획하는 것이다.

‘윤 어게인’ 집회 참가자도 공천

국민의힘은 지선에서 ‘윤 어게인’으로 분류되는 후보들을 대거 공천했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나선 이용(경기 하남갑), 박민식(부산 북구갑), 이진숙(대구 달성), 김태규(울산 남구갑), 김석훈(경기 안산갑) 후보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 당시 친윤(석열)계 혹은 공직자였다가 12·3 불법 계엄 이후에도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이용 후보가 문제”라며 “초선 때 그렇게(친윤) 했는데 공천을 해선 안 됐다”고 지적했다.

광역단체장에서는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가 친윤 공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2·3 불법 계엄 당시 원내대표였던 그는 같은 당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다만 추 후보는 “누구도 표결을 방해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국민의힘은 또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현직 시·도지사 11명을 그대로 공천했는데, 이들 대부분은 계엄 당일·직후 침묵하거나 입장 표명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기초단체장 후보 중 노골적으로 윤 어게인 행보를 보인 이들도 있다. 박용선 포항시장 후보는 지난해 탄핵 국면 당시 윤 전 대통령 발언 내용을 SNS에 게시글 형태로 전하며 “탄핵 무효” 등 외쳤다. 또 ‘대통령은 내가 지킨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윤 어게인 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최철규 정선군수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가 윤석열 정부 초대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을 맡은 친윤 인사다. 강원랜드 사장 직무대행 시절인 2024년 12월 3일 불법 계엄 직후 ‘정치집회 참가를 금지한다’는 지침을 내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박용선 국민의힘 포항시장 후보가 2025년 3월 2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 박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절윤·통합 실패…‘우클릭’ 공천으로

국민의힘에서 윤 어게인 공천이 이뤄진 가장 큰 원인으로는 당 지도부가 절윤하지 않았다는 점이 꼽힌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로서는 공천 기준으로 윤 어게인 인사를 배제할 명분도, 이유도 없던 셈이다. 실제로 이번에 공천을 받은 후보들 대부분은 공관위의 컷오프 없이 전략공천을 받거나 경선을 치러 후보가 됐다. 다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5월 8일 윤 어게인 공천이라는 비판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 당협위원장 등은 윤석열 정부와 함께 싸워왔던 사람들”이라며 “윤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을 공천했다는 그 기준이 매우 주관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당 지도부가 외연 확장에 실패한 점도 윤 어게인 공천으로 이어졌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1월 29일 당원게시판 의혹을 이유로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제명을 최종 확정했다. 당내 친한동훈계는 강하게 반발했고 선거 국면에서 소극적 참여로 이어졌다. 여기에 한 전 대표는 부산 북구갑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박민식 후보와 맞붙는다. 합리적 중도보수로 여겨지는 유승민 전 의원도 국민의힘의 출마 요구를 거절했다.

외연을 확장할 인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선택한 건 인지도 있는 인물의 재기용이다. 16곳의 광역단체 중 11곳에 현직 시·도지사를 공천한 것이 그 결과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대구나 울산은 사정이 안 좋아서 이렇게 공천하지 않으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득표에 도움이 되는 후보를 찾다 보니 그렇게(윤 어게인)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심의 우경화도 윤 어게인의 복귀에 일조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공천에서 경선을 치르는 경우 당원투표와 일반 여론조사를 50%씩 반영했다. 일반 여론조사는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 집계한다. 강성 당원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최근 몇년간 당심은 윤 어게인에 가깝게 우경화됐다. 실제로 계엄·탄핵 역풍이 거셌던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은 김문수 당시 당대표 후보보다 더 강경하게 ‘반탄’(탄핵 반대)을 주장했던 장 대표를 선출했다.

보수 결집을 기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매한 중도 확장을 시도하는 것보다 차라리 극우 진영을 포섭하는 전략을 취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5월 5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보수가 결집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이 잘해서 그런 게 아니라 현재 민주당이 일방독주로 지금 가고 있지 않아서 균형을 좀 잡아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주장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가 5월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당선 어려운데…윤 어게인 후보 낸 이유

거리에서 투쟁하는 소위 ‘아스팔트 우파’의 선거 전략도 국민의힘을 향하고 있다. 5월 8일 유튜버 전한길씨,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 이하상 변호사(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 등은 보수연합 기자회견을 열고 극우 진영의 연대를 선포했다. 이 자리에서 전씨는 “보수 연합의 문호를 전면 개방하겠다”며 국민의힘 후보들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개별 후보들을 윤 어게인 진영으로 포섭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실적으로 극우 표심만으로는 당선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힘을 일종의 플랫폼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우리가 정치 플랫폼이 없다. 이걸 되찾아 와야 한다”며 “우리가 손은 국민의힘에 내밀겠지만 안 오면 때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극우 연대가 국민의힘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보수표를 갈라먹을 수 있다고 압박해 향후 후보 단일화 등을 추진할 때 카드로 쓸 것이라는 분석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화에서 “평택을의 경우 생각보다 보수세가 강하다”며 “여기서 황교안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되면 당선 가능성이 있으니 국민의힘을 강하게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후보들은 실제 출마해 제도권 진입에 나섰다. 불법 계엄 당시 계엄군을 이끌고 국회에 진입했던 김현태 전 육군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은 인천 계양을 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단장을 지지한다고 밝힌 전씨는 “국민의힘 후보는 너무 인지도도 낮고 현재로서는 지지를 못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민의힘이 포기했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인천 계양을에 황교안 후보가 자유한국당 대표를 지낼 때 특보였던 심왕섭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을 공천한 바 있다.

부정선거론자도 “일단 찍는다”는 전략
5월 9일 서울 광화문에서 윤 어게인 집회가 열리고 있다. 문광호 기자

극우 성향의 유권자들도 일단 국민의힘을 찍겠다는 입장이다. 5월 9일 윤 어게인 집회에서 만난 윤 전 대통령 지지자 A씨는 “국민의힘이 못마땅하다”면서도 “무조건 2번(국민의힘)을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양당 체제라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당은 국민의힘뿐이니 찍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역시 개헌 저지를 위해 국회 내 보수 진영이 100석 이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극우 단체들은 이재명 대통령 악마화를 통해 국민의힘에 대한 투표를 유도하기도 했다. 윤 어게인 집회에 나선 한 연설자는 이 대통령을 욕하며 증오와 적대감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집회를 주최한 김상진 신자유연대 대표는 지지자들을 향해 “선거가 한 달이 안 남았다. 이 타이밍에 우리의 가장 중요한 구호 중의 하나가 이재명 재판하라 아닌가”라며 “지금 그게 많이 먹히고 있다고 한다. 선거 앞두고는 이재명을 까대야(비판해야) 우리가 윤 어게인 할 수 있는 기초 발판이 만들어지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역설적이게도 극우 부정선거론자들은 이번 지선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 참여 자체를 부정선거 투쟁의 일환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하상 변호사는 5월 8일 “이번에도 많은 후보를 내서 적들의 부정선거 작전을 교란하고, 또 당에서 투표해서 반드시 승리하고 선거 무효 투쟁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부정선거 프레임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지선에 후보를 낸 정당과 후보는 투·개표 시 참관인을 둘 수 있고, 이의 신청 권한도 단순 유권자보다 더 폭넓게 보장된다. 지선 이후 부정선거 단서를 찾고 문제를 제기하려면 선거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것이다. 부정선거론자들은 지난 선거들에서도 참관인으로 투·개표 과정에 참여해 SNS 등에 공유하는 방식으로 실시간으로 문제를 제기해 논란 확산을 시도했다. 윤 어게인 집회 참가자 B씨는 “우리가 투표를 하고 나서야 그다음에 (문제가 있다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미·중 갈등의 일부로 보는 음모론자들은 미국이 투표에 개입해줄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김영윤 폴리티코정치연구소장은 지난 5월 5일 유튜브 채널 ‘한길뉴스’에 출연해 “부정선거 그거 해킹이지 않나. 미국에서 해킹 좀 해줬으면 좋겠다”며 “사이버전에 미국의 개입이 있으면 이 게임은 괜찮은 게임”이라고 주장했다. 투표에 회의적인 부정선거론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지선에서 선방하거나 승리한다면 보수·극우 진영은 이를 ‘내란에 대한 면죄부’로 해석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엄 소장은 “(국민의힘이 선방할 경우) 계엄이 잘못된 게 아니었다는 퇴행적인 주장까지 할 우려가 있다”며 “그러나 이번 지선은 계엄·탄핵으로부터 1년도 더 지난 시점에서 치러진다는 점에서 이재명 정권 1년차에 대한 평가 정도로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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