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 있으시죠?” 묻더니 30만원…이젠 ‘11만→4만원’ 반값 도수치료 시대 열리나

국내 의료 시장에서 ‘무법지대’로 불리던 비급여 진료 체계에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첫 번째 타깃은 연간 1조5000억원 규모의 도수치료다.
병원이 사실상 자율적으로 정해온 도수치료 가격을 정부가 직접 정하고 치료 횟수까지 제한하는 관리급여 제도가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단순히 치료비를 낮추는 것을 넘어 병원이 쥐고 있던 비급여 가격 결정권을 정부가 일부 환수한다는 점에서 의료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도수치료를 관리급여로 전환하기 위한 세부 기준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유력하게 검토되는 수가는 1회 30분 기준 4만원대 초반이다.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의 도수치료 평균 가격이 약 11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절반 이하로 낮아지는 셈이다. 정부는 5월 중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4만원 또는 4만3000원 안 가운데 최종 수가를 확정할 방침이다.
이번 조치의 핵심인 관리급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와 환자가 전액 부담하는 비급여의 중간 형태다. 비용의 95%는 환자가 부담하고 건강보험은 5%만 지원한다. 다만 정부가 가격과 횟수 상한을 직접 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통제 장치로 작용한다.
정부는 그동안 일부 병원이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한 뒤 10만~30만원에 달하는 고가 진료비를 책정하거나, 불필요한 장기 치료를 권해온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입장이다.
치료 횟수도 엄격하게 제한된다. 정부는 일반 환자의 경우 도수치료를 주 2회, 연간 최대 15회까지만 허용할 계획이다. 수술 후 재활이 필요한 경우에 한해 9회를 추가로 인정해 연간 총 24회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기준을 초과해 진료하면 해당 병원은 환자와 건강보험 양쪽 모두에서 비용을 받을 수 없는 임의 비급여 상태가 된다. 사실상 의학적 필요성을 넘어선 ‘쇼핑식 진료’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정부가 이처럼 강한 규제에 나선 배경에는 도수치료가 필수의료 붕괴의 한 원인이 됐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비급여 진료로 손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응급실이나 소아청소년과처럼 힘든 현장을 지켜야 할 의료 인력이 도수치료 시장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정책을 통해 도수치료 수익성을 낮추고, 의료 자원이 다시 필수의료 분야로 흐르는 구조를 기대하고 있다.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의사의 전문 지식과 치료 책임이 따르는 의료 행위를 시중 마사지 가격보다 낮은 4만원대로 책정한 것은 의료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인건비와 임대료 등 운영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가격이며, 결국 도수치료 시장 자체가 위축돼 환자의 치료 선택권만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시민사회는 이번 개편을 적극 지지하는 분위기다.
시민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일부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실손보험료 폭등을 유발하고, 사회 전체의 의료비 낭비를 키워왔다며 이번 관리급여 전환이 의료 정상화의 시작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도수치료뿐 아니라 신경성형술, 체외충격파치료 등 다른 과잉 비급여 항목으로도 관리 범위를 신속히 넓혀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도수치료 관리급여화를 비급여 시장 개편의 시험대로 삼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도수치료 가격이 효과에 견줘 지나치게 높게 형성돼 과잉 진료를 부추긴 측면이 크다”며 “7월 시행에 맞춰 의료 현장의 혼선을 최소화하고 다른 비급여 항목들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관리 방안을 순차적으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조수연 AX콘텐츠랩 기자 newsuye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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