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시력 테스트’ 하는 한동훈 캠프 [아침햇발]

이재성 기자 2026. 5. 1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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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한동훈’ 갈무리

이재성 논설위원

‘정치인’ 한동훈은 카메라 앞에서의 행동이 유난히 자주 구설에 오른다. 2년 전 국민의힘 대표 시절, 경기 부천 호텔 화재 현장에서 카메라를 흘깃 쳐다본 뒤, 고뇌하듯 어색하게 턱을 괴는 자세를 취해 ‘발연기 논란’을 자초했고, 같은 해 4월 비상대책위원장 신분으로 총선 유세 지원을 가서는 무대 위로 올라오려는 해당 지역구 후보를 억지로 밀어내고 홀로 무대를 독점해 본인 선거운동하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미지 정치’를 향한 과도한 열망과 돋보이고 싶은 욕심이 괴이하게 뒤섞인 흔치 않은 장면들을 이밖에도 다수 연출했다.

최근엔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기자회견장에서 자신을 촬영하던 방송사 영상기자가 무대 밖으로 떨어지는 걸 보고도 별다른 반응 없이 연설을 시작해 논란이 됐다. 무대 위로 올라오는 한 후보를 촬영하던 영상기자는 거리 확보를 위해 뒤로 물러서다 발을 헛디뎌 아래로 떨어졌다. 한 후보는 고개를 돌려 소음의 진원지를 쳐다봤고, 몸을 한 차례 더 기울여 자세히 들여다본 뒤, 별일 없었다는 듯 주머니에서 연설 원고를 꺼냈다. 추락한 기자의 상태를 살피려 우르르 몰려들었던 주변 사람들의 반응과 한 후보의 무신경해 보이는 행동은 확연히 대조됐다. “걱정은커녕 놀라는 척도 안 한다” “쳐다만 보고 미동도 안 한다”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사람이 많고 소란해 순간적으로 판단을 잘못했을 수도 있고, 얼른 연설을 마쳐야 한다는 생각에 무심코 지나쳤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진솔하게 사과하면 된다. 하지만 한 후보 캠프는 다음날 이렇게 밝혔다. “한 후보는 해당 기자가 넘어지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으며 이는 영상에서 충분히 확인 가능하다.” 어처구니없는 대응이다. 정상적인 지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후보가 이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을 리 없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영상을 정반대로 해석했다. ‘바이든-날리면’으로 국민 청력 테스트하던 윤석열에 이어 이번엔 시력 테스트인가. 그러곤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 예정”이라고 을러댔다. ‘입틀막’까지 윤석열과 닮았다. 괜히 유유상종이고, 초록은 동색이겠나.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2일 한 후보가 직접 나섰다. “대변인한테 물어봤는데 (…) 괜찮냐고 하니까 괜찮다고 해서 (…) 저는 그 당시 상황을 인지는 전혀 못 했습니다만 (…) 그래도 큰일 날 뻔했다, 그런 점에서는 제가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마음이 있어요.” 대체 뭐가 죄송하다는 말인지 알 수가 없다. 잘못을 인정하기 싫으니 말이 계속 꼬인다. 여러 버전의 영상을 찾아봐도 한 후보가 대변인에게 말을 거는 장면은 보이지 않는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하기 싫어하는 ‘윤과 한’ 두 사람의 공통점은 ‘검사’라는 직업과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렵다. 평생 특권계급으로 군림해온 오만함에, 모든 사안을 법적 갈등으로 간주하는 태도가 몸에 밴 결과다. 법정에선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보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쪽이 훨씬 유리하다. 이번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국정조사’에서 사실로 확인된 불법 행위조차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던 전·현직 검사들이 좋은 예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으로 폭주해 스스로 임기를 단축하고 감옥에 들어간 사태의 출발점도 결국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했다. 사소한 듯 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치명적 결함이다.

검사들에게 유전되는 또 다른 최악의 디엔에이가 ‘공감능력 부족’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진 권력기관에서 피의자를 닦달하고 옭아매는 역할에 익숙해진 탓일 것이다. 모든 사람을 잠재적 범죄자로 생각하는 그들의 마음에는 연민이나 동정 따위 생겨날 여유가 없다.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 치하에서 비일비재 겪었다. 수도권 집중호우에도 평소처럼 퇴근하더니,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신림동 반지하 집을 동물원 들여다보듯 하는 대통령에 모멸감을 느꼈고, 이태원 참사와 채상병 사망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기 급급했던 정권에 분노했다. 공감능력이야말로 정치인이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이라는 사실을 윤 전 대통령이 몸 바쳐 증명했다.

법정에선 ‘검사 유전자’가 유리할지 모르겠지만, 정치에 쓰이면 독이 된다. 한국 정치의 가장 고질적인 병폐가 모든 사안을 법으로 해결하려는 ‘정치의 사법화’인데, 대화와 타협이 사라지기 시작한 시점과 여의도에 검사 출신들이 많아진 시점이 대체로 일치한다. 검찰을 동원해 정적 제거에 나섰던 윤 전 대통령이 그 정점에 해당한다. 한동훈 후보는 윤석열 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대열의 선봉에 섰다. ‘싸움닭’ 이미지도 그때 생겼다. ‘정치인 한동훈’은 ‘윤석열 정치’의 부산물이자 잉여물이라는 꼬리표를 스스로 잘라낼 수 있을까.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떼는 심정으로 ‘검사 유전자’를 버릴 수 있을까.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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