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의 축소판, 평택을 선거를 보라

평택·김영화 기자 2026. 5. 14.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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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파전으로 치러지는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관심이 모인다. 유권자들의 반응은 하나로 요약되지 않았다. 각 선거캠프 관계자들은 “판세가 흥미로운 동네”라고 입을 모은다.
민주당 김용남 후보(오른쪽)가 5월4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상가 앞에서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는 6·3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되는 재보선 지역 중 눈여겨볼 점이 가장 많다. 중량급 정치인들이 선거전에 뛰어들면서 전선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후보·국민의힘 유의동 후보·조국혁신당 조국 후보·진보당 김재연 후보·자유와혁신 황교안 후보 등 다섯 명이 출마했다. 이 중 세 명이 당대표이고 원내정당 네 곳이 맞붙는다. 정치권에서 ‘전국에서 정치 스펙트럼이 가장 넓은 선거구’ ‘한국 정치 이념 지형의 축소판’ 등의 평가가 쏟아지는 까닭이다.

최근 여론조사 추세를 봐도 이러한 흐름이 자세히 포착된다. 〈뉴스토마토〉 의뢰로 여론조사 업체 ‘미디어토마토’가 5월1~2일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김용남 후보 지지도 28.8%, 유의동 후보 22.5%, 조국 후보 22.2%, 황교안 후보 8.9%, 김재연 후보 8.8%로 나타났다(평택을 거주 성인 남녀 804명 대상, 무선 ARS(자동응답) 방식, 응답률은 7.7%,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5%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론조사마다 순서가 약간씩 뒤바뀌지만 김용남·유의동·조국 후보가 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군소정당인 황교안·김재연 후보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5월7일 기준).

“2006년 주한미군 이전 당시 주민들이 쫓겨났던 ‘대추리 사건’ 이후 팽성이 이렇게 전국 이슈가 된 건 처음이다.” 경기 평택시 팽성읍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이용우씨(63)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며칠 사이 후보 다섯 명이 잇따라 팽성시장 오일장에 눈도장을 찍으러 왔다. 그는 유의동 후보를 제외하고 모두 타 지역 출신이라는 점을 짚으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이렇게 뜨겁지만 2년 후 총선까지 주소지를 그대로 둘 사람이 누가 있을까. 내 동네를 위해 끝까지 있을 사람을 뽑고 싶다.” 그와 달리 평택시 고덕동에 거주하는 40대 남성 박 아무개씨는 “그동안 지역 출신 정치인들이 평택의 무엇을 바꾸었나. 새롭고 유명한 얼굴이 많이 나오니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5월3~4일 평택을 지역에서 만난 유권자들의 반응은 하나로 요약되지 않았다. 각 선거캠프 관계자는 이런 여론 지형을 두고 “판세가 흥미로운 동네”라고 입을 모은다. 평택갑, 평택병 지역과 달리 평택을 선거구가 지닌 복합적 특성 때문이다. 8개 읍면동으로 구성된 평택을은 면적이 넓어 크게 세 단위로 구분된다. 서해 바다와 인접한 도농복합지인 서부 5개 면(안중읍·포승읍·청북읍·오성면·현덕면)과 주한 미군기지가 주둔한 팽성읍, 그리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있는 고덕국제신도시(고덕면·고덕동)다.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가 5월4일 평택 안중읍 주공1단지 아파트에서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고령층이 많은 팽성읍은 보수세가 강한 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21대 대선 개표 결과를 보면 팽성읍은 8개 읍면동 가운데 유일하게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득표율이 앞섰다. 외부 인구가 유입된 고덕동은 평균연령이 33.3세로 수도권에서 가장 젊은 도시라 불린다. 또 산업단지가 밀집한 포승읍 등은 노동조합과 진보정당의 명맥이 이어져온 곳이기도 하다.

이재명의 선택 vs 더 큰 평택

이 다양성 탓에 평택을이 ‘험지냐 아니냐’ 논쟁이 빚어지기도 했다. 4월14일 조국 대표가 평택을 재선거에 나서며 “지난 19대·20대·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내리 승리한 곳으로 민주개혁 진영에는 험지 중의 험지”라고 밝혔다. 평택을은 민주당 이병진 전 의원이 당선무효형을 받으며 재선거 지역이 되었다. 지난 2월 일찍이 평택을 출마 선언을 하고 지역 기반을 다져온 진보당 김재연 대표는 조국 대표를 향해 “평택을이 험지가 맞느냐”라며 따져 물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민주 진보 단일후보가 범보수 후보를 52.5% 대 29.4%로 압도했다. 민주 진보세력이 단결하면 압도적 승리가 가능한 평택에서 ‘4자든 5자든 경쟁을 하겠다’니, 이것은 오히려 필승지인 평택을 험지로 만드는 악수다(4월14일 페이스북).”

이곳이 최대 격전지로 급부상한 데는 조국 대표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정계에 복귀한 조 대표는 잠재적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그의 원내 입성 여부에 따라 여권의 권력 지형이 달라질 수 있다. 원내 리더십이 부재하던 조국혁신당 입장에서도 이번 평택을 선거에 사활을 걸었다. 조국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지역위원회도 없고 당세가 약한 곳을 선택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국 대표가 민주당 귀책사유가 있는 지역으로 ‘안전한’ 출마를 선택했다는 비판에 대한 반박이다. “지역이 넓어 사람들이 밀집한 지역과 시간대를 찾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후보가 가진 인물 파워로 이 어려움들을 돌파하고 있다.”

그런데 4월27일 민주당이 김용남 전 의원을 전략공천하며 예상치 못한 전선이 그어졌다. 국민의힘 전신 새누리당 출신인 김 전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통합 기조를 상징하는 인사 중 한 명이다. 개혁신당을 거쳐 지난해 대선 당시 민주당에 입당했다. 무엇보다 2019년 이른바 조국 사태 당시 ‘조국 저격수’로 활동했다. 이를 두고 정청래 대표가 조국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카드를 쓴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김용남 후보 캠프 한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뿐만 아니라) 민주당이 중도 보수로 외연 확장을 하려는 시도로 봐달라”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결과적으로 평택을은 ‘진짜 험지’가 되었다. 민주당 전통 지지층과 이른바 ‘뉴이재명’ 세력의 권력 다툼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조국 후보 선거 슬로건이 ‘더 큰 평택’인 반면, 김용남 후보 선거 슬로건은 ‘이재명의 선택’인 점이 눈에 띈다. 조국 후보는 인지도를, 김용남 후보는 집권 여당 프리미엄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김용남 후보는 ‘조국 후보와 차별화를 꾀한 슬로건인가’라는 〈시사IN〉 질문에 “그렇다. 조국 후보는 기본적으로 이재명 정부를 적극 도와주는 게 아니라 맞먹자는 자세 아닌가”라고 답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가 5월4일 평택 고덕동 거리에서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반면 조국 후보는 〈시사IN〉에 “(평택을에서) 정치 고관여층을 만나면 6·3 지방선거 이후 검사의 직접적 보완수사권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일어날 텐데 이 문제에서 확고한 입장이 있어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라고 말했다. 김용남 후보는 여러 방송에서 보완수사권 유지 입장을 밝혀왔는데, 이를 겨냥하며 선명성을 드러낸 것이다. 이른바 ‘민주당 DNA’를 둘러싸고 두 후보는 연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실제 평택을의 여권 지지층에서는 분화가 뚜렷이 관측된다. 고덕동에 사는 한 60대 여성 유권자는 김용남 후보가 나오는 유튜브 방송을 즐겨 본다며 “조국도 마음 아프지만 이번에는 예방주사 차원으로 생각하고 이재명 정부 지지를 위해 민주당 후보에게 기회를 주려 한다”라고 말했다. 12·3 계엄 이후 민주당원으로 가입했다는 고덕동 거주 40대 남성은 “조국 후보가 부산에 갈 듯하다 평택으로 온 것이 간 보는 듯해서 불쾌했다. 차라리 오랫동안 이곳에 공들인 진보당 김재연 후보를 찍으려 했는데 김용남 후보가 나와서 잘되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자신을 평택 토박이라고 소개한 이 아무개씨(64)는 “민주당원이지만 검찰개혁 선봉에 섰던 조국 후보를 찍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검찰 독재정권에 맞서 동고동락해온 민주당원들 입장에서 보면 김용남 후보는 ‘굴러온 돌’ 같은 이미지가 있다. 조국 대표가 국회에 입성해서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이 합당하기를 기대한다.”

여권 후보들이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는 선거 슬로건으로 ‘평생을 평택에서’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조국 후보가 평택시를 ‘평택군’으로 잘못 표기하는가 하면, 김용남 후보가 SNS에 ‘#용남하남가남’을 게재하며 하남갑 출마 의사를 내비쳤던 것을 집중 공략했다. 개혁보수로 분류되는 유의동 후보는 평택을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22대 총선에서 평택병 지역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유의동 후보 측은 조국·김용남 후보 등판을 호재로 여기는 분위기다. 평택을 지역에서 활동하는 국민의힘 관계자는 “처음에는 당의 지지율이 낮아 선거가 참 힘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외지 출신들이 공천되면서 확고한 구도가 생겼다. 지역 주민들에게 ‘여기가 배지 받으러 오는 시장도 아니고’ 하는 반감이 생기더라”고 말했다.

5월4일 진보당 김재연 후보가 평택 대추리 행정대집행 20년을 맞아 대추리 마을회관 주민들을 만났다. ⓒ김재연 후보 캠프

지난 1월 가장 먼저 평택을 선거 출마에 나선 황교안 대표도 무시하기 어려운 변수다. ‘윤석열 석방 촉구’ ‘선거 시스템 개입 요청’ 등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그에 대한 적잖은 지지세를 어떻게 봐야 할까. 유의동 후보 캠프 한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 때 국무총리를 지낸 황교안 대표를 아직도 국민의힘 후보로 착각하는 어르신이 많다. 본격적으로 유의동 후보 유세가 시작되면 제1야당으로 지지층 결집이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반면 황교안 후보 캠프 관계자는 “우리 쪽으로의 단일화를 원하는 것이지 반대 상황은 고려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황 후보 지지자들이 모인 오픈 카톡방에는 자유와혁신이 ‘진짜 보수’이고 국민의힘은 ‘명백한 부정선거에 입 닫고 침묵하는 당’이라는 내용의 포스터가 종종 올라왔다.

안갯속 판세에서 마지막 변수는?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황교안 대표가 평택을에 아무도 없을 때부터 혼자 달렸다 보니 선점 효과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마니악한 지지자들이 결집했지만 차차 줄어들 것이다. 이들이 보수정당 내 세력 재편 과정에서 주요 변수는 아니다.” 이런 가운데 5월5일 황교안 후보는 CPBC 라디오 〈김준일의 시사천국〉에서 “저는 단일화를 생각하고 있고, 그것이 넘어가면 합당도 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유의동 후보 캠프 관계자는 〈시사IN〉에 “아예 소통 채널이 없다. 그런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 개혁보수 성향의 유의동 후보와 부정선거 음모론자인 황교안 대표가 단일화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시너지보다 역효과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단일화가 어려운 건 범보수 후보만이 아니다. 〈시사IN〉이 만난 평택을 재선거 후보자나 캠프 관계자 중 단일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는 의견은 드물었다.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될 수 있겠다는 상황이 만들어지면 단일화를 얘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제가) 여론조사 1등이 나오고 있는데 굳이 단일화할 필요가 있겠나(김용남 후보, 5월3일)” “정치평론가들의 예측이나 여론조사에 결과가 좌우되지 않는다고 본다. 새벽부터 밤까지 거리에서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는데 민심의 격동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앞으로 한 달간 쏠림 현상이 서서히 만들어질 거라고 본다(조국 후보, 5월3일)” “현실적으로 (황교안 후보와) 단일화가 얼마나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으로선 이 지역 보수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제일 우선순위다. 단일화 논의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유의동 후보, 5월4일).” 압도적 1강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선거 연대보다는 선명성 전략을 통해 홀로 이기는 편이 낫다는 판단들을 하는 것이다.

5월6일 자유와혁신 황교안 후보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개헌 반대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황교안 후보 캠프

안갯속 판세에서 마지막 변수는 진보당 김재연 후보다. 실제 팽성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외지 출신’ 출마자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다가도 “그래도 김재연 대표가 일찍부터 와서 공을 많이 들였다” “와서 인사하고 사진만 찍고 가는 게 아니라 ‘평택지원 특별법 개정’ 같은 정책을 이야기해서 기억에 남았다” 등의 평가를 했다. 김 대표는 미군기지 이전으로 평택시에 24조원이 지원되었지만 주민 직접 지원은 4.8%뿐이었다며 국비 역차별을 바로잡겠다고 공약했다. 여론조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김재연 대표는 6% 이상 지지율을 기록하며 약진하고 있다.

진보당 신미정 평택시의원 후보는 약진의 이유로 진보당 지역 조직의 힘을 꼽는다. “이미 진보당 평택시위원회가 있고 지역 당원도 2000명이 넘는다.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진보정당을 찍었던 경험이 있는 분이 많다.” 또 다른 진보당 관계자는 “김재연 대표가 평택에 오자마자 지역 주민들을 직접 만나고 마을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민원을 해결했다. 그런 효능감 덕분에 만들어진 흐름이 아닌가 싶다”라고 평가했다.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사표 방지 심리로 인해 군소정당은 더욱 불리해질 수 있다. 진보당은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적 차원의 선거 연대를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중앙당 차원의 개입에 선을 그었다. 앞서의 진보당 관계자는 “평택을은 당대표가 나서기 때문에 완주를 할 수밖에 없다. 진보정당의 존재감을 증명하면서 내란 세력을 청산하는 것이 진보당의 과제인데,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지금으로서는 후보들 사이 선거 연대보다 각개전투를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진영 간 대립 구도보다는 진영 내 주도권 싸움이 두드러지는 국면이기 때문이다. 다른 선거구에서 보기 드문 평택을만의 5파전은 계속될까. 후보 사퇴나 단일화 같은 새로운 변수가 나타날까. 민주당 전통 지지층과 새 지지층 사이 주도권 경쟁부터 극우세력과의 단절, 진보정당의 미래까지, 평택을 재선거의 과정과 결과는 2026년 한국 정치의 축소판으로 두고두고 회자되기에 충분하다.

평택·김영화 기자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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