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하나에 흔들린 롯데 신뢰, 책임은 어디까지
노무현재단, 유감 표명하며 스포츠 공적 책임 강조
롯데 의도 부인에도 팬들 비판 여론 가라앉지 않아
검수 강화 약속에도... 콘텐츠 윤리 과제 여전히 남아
![[사진=유튜브 자이언츠 TV]](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3/552811-SkehRsW/20260513210348028cygy.jpg)
논란의 발단은 지난 10일 공개된 KIA 타이거즈전 승리 영상이다. 영상 속에서 내야수 노진혁이 박수를 치는 장면과 함께 ‘무한 박수’라는 자막이 등장했다.
표면적으로는 응원과 축하의 의미로 보일 수 있으나, 일부 팬들은 선수 이름의 ‘노’와 자막 표현이 결합되며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용되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은어를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문제 제기가 확산되면서 해당 장면은 빠르게 논란의 중심에 섰다.
노무현재단은 즉각 반응했다. 13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대중적 영향력이 큰 프로스포츠 구단의 공식 채널에서 혐오 표현이 여과 없이 사용된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재단 측은 하루 전 부산 사직구장을 직접 찾아 항의 서한을 전달하며 경위 공개와 책임자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다.
특히 이번 사안이 광주 연고 팀과의 경기 직후였고,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사회적 맥락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단은 스포츠가 지향해야 할 가치는 경쟁을 통한 즐거움과 더불어 존중과 공존임을 분명히 했다.
롯데 구단은 해당 표현이 의도된 혐오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영상 제작 과정에서 협력사 직원이 표현의 연상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해당 직원은 사건 이후 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단은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도 내놓았다. 외주 제작 콘텐츠에 대해 내부 2차, 3차 검수 절차를 도입해 표현의 적절성을 보다 면밀히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건은 스포츠 구단이 운영하는 미디어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다시 보여준다. 구단 유튜브 채널은 팬과의 소통 창구이자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는 핵심 플랫폼이다.
짧은 자막 하나라도 사회적 맥락과 결합되면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콘텐츠 제작 과정의 신중함이 더욱 중요해졌다. 특히 온라인 문화에서 특정 표현이 어떤 맥락으로 소비되는지에 대한 이해 없이 제작된 콘텐츠는 의도와 무관하게 상처를 남길 수 있다.
과제도 제기된다. 우선 구단 차원에서는 검수 체계 강화에 그치지 않고 제작 인력 전반에 대한 교육과 가이드라인 정립이 필요하며, 외주 업체에 대한 관리 기준도 보다 엄격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스포츠 산업 전체가 디지털 콘텐츠 시대에 걸맞은 윤리 기준을 마련하고, 혐오 표현과 관련된 감수성을 높이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팬들 역시 콘텐츠 소비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건강한 비판 문화를 형성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한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이번 논란은 하나의 사건으로 끝날 수 있지만 그 여파는 길게 남을 가능성이 크다"며 "스포츠가 사회와 긴밀히 연결된 영역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표현 하나에도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