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전엔 "파격 금융지원"…착공 후엔 "인상 요구"

조은아 기자 2026. 5.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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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5구역, 신반포 19·25차 등 파격적 금융조건 제시
대조1구역, 마천4구역 등 연이은 공사비 증액 요구


압구정 5구역, 신반포 19·25차 등 치열한 수주전이 벌어지고 있는 정비사업장을 중심으로 최근 파격적인 금융 지원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확정공사비, 마이너스 금리 등을 제시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사업장에선 공사비를 올려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으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압구정5구역, 신반포 19·25차 등 파격적 금융조건 제시
오는 30일 최종 시공사 선정을 앞둔 압구정5구역 재건축 사업장에선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맞붙으며 경쟁적으로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다.

현대건설은 조합원 선택을 받기 위해 총공사비 1조 4960억원에 하이엔드 특화 상품과 각종 별도 부담 항목 등 약 1927억원 규모 비용을 포함한 '올인원 공사비'를 제시했다.

사업비 조달 조건의 경우 금리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0.49% 확정금리 조건으로 제시했다. 조달 금리가 이를 초과할 경우 현대건설이 차액을 부담하는 구조다. 이주비는 LTV 100% 조건으로 기본 이주비와 추가 이주비 모두 동일 금리를 적용했다. 추가 분담금은 입주 후 최대 4년(2+2년)까지 납부를 유예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입주 시 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경우에도 현대건설이 직접 자금을 조달한다.

DL이앤씨는 시공권 확보를 위해 압구정5구역에 물가인상 부담 없는 평당 1139만원의 공사비를 확정 제안했다. 조합이 제시한 예정공사비 대비 100만원 이상 낮춘 금액이다.

필수사업비 금리의 경우 최근 재건축 사업지 금리 중 최저 수준의 가산금리 0%를 제안했다. 이주비는 LTV 150%를 제시했고 추가 이주비 금리도 기본 이주비와 동일하다. 분담금 납부는 입주 후 최대 7년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공사기간은 압구정2구역 대비 4개월을 단축한 57개월로 조합원의 이주비 및 사업비 이자를 최소화했다.

이러한 가운데 급기야 사업비 대출금리를 은행 조달금리보다 낮게 제시하는 '마이너스 금리' 조건마저 나왔다. 조합 금융비용 부담을 낮춰 조합원 표심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가 수주권을 두고 경쟁하는 신반포 19·25차 재건축 사업장이 대표적 사례다. 포스코이앤씨는 은행조달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보다 1%p 낮게 사업비를 대출하겠다고 제시했고, 삼성물산은 은행조달금리 수준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경쟁하는 성수전략정비구역4지구 사업장에서도 비슷한 조건이 제시됐다. 첫번째 입찰 당시 대우건설은 CD금리보다 0.5%p 낮은 금리를 제안한 있다.

■ 대조1구역, 마천4구역 등 연이은 공사비 증액 요구

반면 공사가 한창이거나 준공을 앞두고 있는 정비사업장은 '공사비 폭탄' 부담이 큰 상황이다. 수주전 과열로 파격적인 금융조건이 제시되고 있는 초기 정비사업장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2월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에 약 222억원 규모의 추가 공사비를 요구한 데 이어 3월엔 중동 전쟁 여파에 따른 공사기간 연장과 추가 비용을 요청했다. 현대건설은 마천4구역, 등촌1구역 등에도 설계 변경과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증액을 요구한 상태다.

포스코이앤씨도 최근 일부 사업장을 대상으로 미·이란 전쟁 등 건설환경 악화에 따른 공기 지연과 원가 상승 가능성을 담은 문서를 전달했다.

건설업계의 공사비 부담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3월 건설공사비지수(기준연도인 2020년을 100으로 두고 산출)는 134.42로 2월 대비 0.49%상승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52% 오른 셈으로 미·이란 전쟁 여파가 본격 반영되면 공사비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설사가 제시한 파격적인 금융 조건들은 사실상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 시기 이전에 확정 공사비를 제시하고, 공사비 증액은 없다고 계약을 체결했던 사업장들도 코로나 등의 상황으로 결국 공사비를 올렸다"며 "시공사 입장에서 공사비가 계약 금액을 지나치게 넘어가게 되면 공사를 안하는게 나은 상황이 오게 되면 조합이 불리하게 되고 결국 건설사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은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