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재무제표 아닌 기술 보는 금융으로 진화해야" 강조 국민성장펀드, 올 들어 AI에만 2조원 집행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2일 오후 국내 대표 AI반도체 기업인 서울 강남구 퓨리오사 AI에 방문해 대표 AI기업들과의 간담회 후 생산 및 연구시설을 둘러보고 있다./제공=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가 국내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을 위해 AI 반도체와 파운데이션 모델 기업에 대한 대규모 금융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무제표와 담보 중심의 기존 금융 심사에서 벗어나 기술력과 산업 생태계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자금을 공급하는 '산업금융' 전환을 본격화하겠다는 구상이다.
12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서울 강남구 퓨리오사AI 본사를 방문해 생산·연구시설을 둘러보고 AI 반도체·모델 기업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퓨리오사AI를 비롯해 업스테이지, LG AI연구원, 뤼튼AI, 로앤컴퍼니 등이 참석했다. 퓨리오사AI는 국민성장펀드의 직접투자 검토 대상 중 하나다.
이 위원장은 이날 "AI는 이제 하나의 산업을 넘어 전기와 인터넷처럼 모든 산업 위에서 작동하는 새로운 국가 인프라이자 성장 기반"이라며 "현재 우리의 AI 생태계는 외국 기업의 GPU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AI 모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독자적인 연산 인프라와 데이터, 모델 역량 확보는 AI 주권과 산업안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국민성장펀드를 AI 산업 지원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민성장펀드는 올해 4월까지 11건, 8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승인했다. 이 가운데 AI 분야에만 4건, 2조원이 투입됐다. 전체 승인액의 약 24%가 AI에 집중된 셈이다.
세부적으로는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에 6400억원, 기업·정부용 AI 솔루션 및 거대언어모델(LLM) 기업 업스테이지에 5600억원이 직접 투자됐다. 국가AI컴퓨팅센터에는 4000억원 규모의 인프라 투융자가 집행됐고 네이버에는 독자 LLM 고도화를 위한 4000억원 규모 저리 대출이 지원됐다.
정부는 향후 5년간 AI·반도체 분야에 50조원 이상의 자금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성장펀드 1차 메가프로젝트에는 'K-엔비디아' 사업이 포함됐고, 2차 메가프로젝트에는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응용서비스로 이어지는 '소버린 AI 프로젝트'가 담겼다. AI 밸류체인 전반을 정책금융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취지다.
이날 퓨리오사AI는 차세대 추론 특화 AI 반도체인 신경망처리장치(NPU) '레니게이드'를 시연했다. 회사 측은 레니게이드가 글로벌 GPU와 비교해 전력 대비 성능이 높아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문제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퓨리오사AI는 향후 증자를 통해 수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해 2세대 반도체 양산과 3세대 반도체 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다.
최근 국민성장펀드 투자를 유치한 업스테이지는 기업간거래(B2B) AI 모델 고도화와 일반 소비자용 LLM 모델 '솔라 오픈' 개발 계획을 밝혔다. 금융위는 AI 반도체와 모델 기업뿐 아니라 향후 피지컬 AI 등 첨단 산업 분야 기업도 적극 발굴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국민성장펀드는 리벨리온과 업스테이지 등 국내 대표 AI 밸류체인 기업에 전례 없는 수천억원대 직접투자를 집행했다"며 "AI의 길은 단기간에 결과가 나오는 짧은 경주가 아닌 만큼 모험자본과 인내자본이 반드시 필요하고 금융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