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주왕산서 돌아오지 못한 초등생···급경사 협곡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당국, 등산로 벗어나 급경사 구간 이동 추정
주봉 완등 후 탈진·실족 등 여러 가능성 조사 중

“너무 안타깝죠. 등산로는 잘 돼 있어도 경사가 급한 곳이 많아서 미끄러지면 위험하거든요.”
12일 경북 청송군 주왕산국립공원 주봉(해발 720.6m)으로 향하는 등산로에서 만난 한 등산객이 등산로 옆 깎아지른 비탈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은 초등학생 A군(11)이 실종 사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주봉 인근이다.
주봉 방향으로 이어지는 탐방로는 비교적 잘 정비돼 있었다. 나무 데크와 돌계단, 목책이 곳곳에 설치돼 있었으며, 탐방객들 발길도 이어졌다. 하지만 목책 너머로는 바위와 수풀이 뒤엉킨 급경사 지형이 이어졌다. 다른 등산객은 “비라도 오면 바위가 굉장히 미끄럽다”며 “등산로를 조금만 벗어나도 위험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대구에서 거주하는 A군은 지난 10일 가족과 함께 주왕산국립공원 내 사찰을 찾았다가 실종됐다. 국립공원 폐쇄회로(CC)TV에는 A군이 당일 오전 11시52분쯤 어머니와 함께 주봉 방향으로 향하는 모습이 담겼다.

경찰 등에 따르면, A군은 등산로 입구에서 “잠깐 혼자 올라갔다 오겠다”며 생수 한 병만 든 채 홀로 산에 올랐다. 휴대전화는 소지하지 않았다. A군 어머니는 아이가 돌아오지 않자 같은 날 오후 5시53분쯤 119에 신고했다.
A군은 이날 오전 10시13분쯤 주봉 인근 등산로에서 약 400m 떨어진 곳에서 수색견에 의해 발견됐다. 샛길이나 탐방로가 없는 외진 곳으로 암벽과 수풀이 우거진 협곡 지형인 것으로 전해졌다. 발견 지점은 해발 660m 정도로 경사도 50~60도에 달하는 급경사 비탈면 아래였다.
수사당국은 A군이 등산로를 벗어나 약 400m가량 이동한 뒤 협곡 사이 급경사 구간으로 내려간 것으로 보고 있다. 김기창 국립공원공단 주왕산국립공원사무소 재난안전과장은 “특별한 목적이나 의도를 갖지 않으면 일반 탐방객은 들어가지 않는 곳”이라며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무릎 등에 찰과상을 제외하면 A군에게 별다른 외상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A군은 1년 전에도 주왕산 주봉을 가족과 함께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A군 가족은 경찰 등에 “아들이 1년 전에 주왕산을 찾았지만 힘들어해 중간에 하산한 적이 있다”며 “한번 오른 적이 있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A군이 주봉을 다녀간 후 체력이 떨어지면서 제대로 길을 못 찾은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A군은 키 145㎝가량에 마른 체형이다.
경찰은 A군 사망 경위와 관련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고 있다. A군이 산길에서 길을 잃은 뒤 탈진이나 저체온증 증세를 겪었을 가능성과 이동 과정에서 실족했을 가능성 등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이 수습되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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