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광주 여고생 살해범 사이코패스 아니라지만 선명해지는 계획범죄 정황
피의자 ‘우발적’ 주장 흔드는 행적
범행 前 성폭행·스토킹 고소건과
심리적 연결고리 입증 ‘최대 관건’

일단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는 아니었다. 광주 도심에서 생면부지의 여고생을 살해한 피의자 장모(24)씨의 범행 동기를 둘러싼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장씨는 초기 경찰조사에서 우발적인 범행이었다고 진술했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그의 행적은 사전에 범행을 계획하고 저지른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 수사는 이제 장씨가 왜 흉기를 들고 거리로 나섰고, 왜 일면식 없는 10대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는지를 밝히는 데 모아지고 있다. 또 경찰은 추가 프로파일러 면담을 진행하며 범행 동기와 정신 상태 분석을 이어갈 방침이다.
◇경찰 "사이코패스 기준 미달"
11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살인·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된 장씨에 대한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PCL-R) 결과, 국내 분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장씨와 여러 차례 면담했다. 이후 충동성, 공감 능력 부족, 무책임성 등 성격적 특성을 20개 문항으로 나눠 점수화했다.
국내에서는 통상 40점 만점 가운데 25점을 넘으면 사이코패스로 분류한다. 장씨는 25점 미만으로 나왔다.
이번 검사는 장씨가 뚜렷한 동기 없이 일면식 없는 고교생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두른 점을 고려해 이뤄졌다. 반사회적 성향과 심리 상태, 범행 배경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다만 사이코패스 기준 미달은 하나의 검사 결과일 뿐, 범행 동기와 계획성 여부는 별도로 규명해야 할 수사 쟁점이다.
◇'우발' 주장 흔드는 행적
장씨는 조사 과정에서 "사는 게 재미없었다. 자살을 고민하던 중 범행을 결심했다. 누군가 데리고 가려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주지 일대를 배회하다 별다른 목적 없이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했다는 주장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장씨의 범행 전후 행적은 단순한 충동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장씨는 범행 전 흉기를 소지한 채 일정 시간 배회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직후에는 옷을 세탁한 정황도 확인됐다. 흉기를 들고 나온 직후 곧바로 범행한 것도 아니었다.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피해자가 선택된 흐름을 보였다는 점에서 장씨의 '우발' 주장은 수사의 검증 대상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이 일반적인 우발적 흉기 난동과는 다른 흐름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흉기 준비와 범행 뒤 세탁 등 증거인멸 정황이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 우발 범행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라도 상관없는 범행이었다면 흉기를 들고 다닌 초기에 이미 사건이 발생했어야 한다"며 "일정 시간이 지난 뒤 피해자가 선택됐다는 점에서 무조건 우발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살해대상 바꿨나
경찰은 장씨의 진술과 실제 행적을 대조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장씨가 왜 흉기를 들고 거리로 나섰는지, 범행 전 어떤 생각과 행동을 했는지, 피해자들이 어떤 흐름 속에서 범행 대상이 됐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최대 관건은 '성폭행·스토킹 고소' 건과 '여고생 살해' 사이의 심리적 연결고리를 경찰이 어떻게 입증하느냐다.
경찰은 범행 하루 전 장씨의 지인인 베트남 국적 여성이 경북지역 경찰서에 제출한 고소장 내용을 확인 중이다.
신고자는 장씨와 함께 일했던 외국인 여성으로, 3일 새벽 장씨가 자신의 주거지를 찾아와 폭력을 휘두르고 성폭행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자신이 스토킹한 여성이 떠난 3일부터 범행에 사용할 흉기 2점을 구입해 도심 일대를 돌아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계획범죄 가능성에 대해 "1차 프로파일러 면담을 진행했고 추가로 2차 면담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씨는 어린이날인 지난 5일 오전 0시 11분께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보행로에서 고교 2학년생 A(17)양과 B군에게 흉기를 휘둘러 A양을 살해하고 B군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구속돼 수사받고 있다. /조태훈 기자 thc@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