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장기화 조짐... 주요국 중앙은행 ‘금리 인상’에 무게

“인플레이션을 바로 지금 잡아야 한다.”(호주 중앙은행 미셸 불록 총재) “이르면 6월 회의 때 기준금리를 바로 인상해야 할지 모른다.”(이자벨 슈나벨 유럽중앙은행 집행이사)
지난 2월 말 발발한 중동 전쟁이 2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고공 행진을 하자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호주·노르웨이 중앙은행은 “더 늦기 전에 인플레이션을 막겠다”며 이달 회의 때 기준금리를 올렸고, 유럽과 일본의 중앙은행 당국자도 인상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 또한 전쟁이 초래한 글로벌 유가 상승으로 물가 상승 위험이 커져 금리를 올릴 때가 됐다는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신현송 신임 한은 총재가 주재하는 첫 기준금리 결정 회의는 오는 28일 열린다.
◇호주·노르웨이는 금리 인상기 돌입
지난 5일 기준금리를 연 4.1%에서 연 4.35%로 3연속 올린 호주 중앙은행의 불록 총재는 “유가 급등으로 호주 국민은 더 가난해졌다. 이대로 여기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고 금리 인상 이유를 설명했다. 노르웨이 중앙은행도 지난 7일 회의에서 ‘인플레이션 방어’가 필요하다며 금리를 연 4.25%로 0.25%포인트 올렸다.

일본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 당국자들은 지난달 말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도 인상 가능성이 커졌음을 시사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소수 의견으로 인상을 주장한 위원 세 명의 의견을 엄중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일본은행은 이 회의에서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2.8%로 상향 조정했다.
ECB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지난달 말 “오랜 시간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 데 이어 이자벨 슈나벨 집행이사는 지난 7일 런던정치경제대 연설에서 “에너지 가격 충격이 확산한다면 통화 정책 긴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건영 신한은행 패스파인더 단장은 “세계적으로 성장 둔화 및 물가 상승의 위험이 동시에 커지는 상황이지만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방어를 더 중요한 책무로 여긴다”며 “중동 전쟁이 2개월 넘게 이어져 물가 부담이 커지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는 중”이라고 했다.
◇멀어지는 인하, 미 국채 금리 상승
중동 전쟁 휴전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 세계 물가에 전방위적 영향을 미치는 국제 유가(브렌트유, 7월물 기준)는 11일 전일보다 4% 오른 배럴당 105달러에 거래됐다. 전쟁 전 약 70달러보다 50% 높은 가격이다.
고유가의 직격탄을 맞는 한국에서도 금리 인상기 진입이 머지않았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인 유상대 한은 부총재가 지난 3일 “금리 인상을 고려할 때가 됐다”고 한 데 이어 11일 신성환 금통위원도 “유가로부터 파생되는 물가의 2차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한은의 중요한 책무”라며 인플레이션 방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 위원은 12일 임기가 종료되지만 그의 발언은 금통위 내부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소비자물가에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한국의 수입 물가 상승률은 지난 3월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16.1%를 기록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번지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기준금리 인하 압박을 받는 미 연방준비제도도 적극적으로 금리를 내리기가 어려워진다. 이런 전망이 확산하면서 기준금리 전망치와 연동되는 미 국채 금리는 가파르게 상승해,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최근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으로 연 5%를 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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