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덮치는 스테이블코인…예금 이탈·수익성 악화 우려
결제·송금 기능 대체 시 인터넷은행 타격 더 클 전망
[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원화 스테이블코인 활성화가 국내 은행의 예금 이탈과 수익성 악화 등 구조적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 대비 높은 예대율과 요구불예금 중심의 조달 구조가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평가다.

10일 한국금융연구원의 ‘스테이블코인의 활성화가 은행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활성화는 예금 수취·신용 창출·결제 중개 등 은행의 핵심 기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자 자금이 은행 예금 대신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시 은행 유동성과 대출 재원이 줄어들고, 결제 기능 일부도 대체되면서 수수료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은행권은 구조적으로 스테이블코인 충격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주요 시중은행의 원화예대율은 100~110% 수준으로 글로벌 평균을 웃돌고 있어 예금 감소 시 대출 축소나 은행채 발행 확대 등 추가 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부담은 더 클 것으로 전망됐다. 인터넷은행은 요구불예금 비중이 높아 저원가 조달 구조를 기반으로 성장해왔는데,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기능을 대체할 경우 핵심 자금 기반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성장할 경우 인터넷은행의 수익성 하락폭이 시중은행보다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우려가 커지는 배경에는 글로벌 주요국의 제도화 움직임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을 마련했고, 유럽연합(EU)도 가상자산 통합 규제 체계를 도입했다. 일본 역시 은행 중심의 보수적 규제를 시행 중이다. JP모건과 씨티그룹 등 글로벌 대형 은행들도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무역금융 사업 확대에 나선 상태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의 영향은 규제 설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준비금 관리 방식과 발행 주체 범위, 디지털화폐(CBDC)와의 관계 설정이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권도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내 역할과 사업 기회를 선제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형일 (ktripod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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