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편집장' 미란다는 더 이상 악마일 수 없음에도

정민경 기자 2026. 5. 9.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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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는 영화의 주요 줄거리가 포함돼 있습니다. 아직도 저널리즘 타령을 하는 기자 앤디(앤 해서웨이 역)는 기자상 시상식 자리에서 해고 통보를 받게 된다. 과거 앤디가 사회초년생일 때 '악마 편집장'으로 유명했던 미란다(메릴 스트립 역)와 디렉터 나이절(스탠리 투치 역)이 남아있는 곳이다. 결말에 이르기까지 앤디는 자신이 처음에 생각했던 이상적인 저널리즘에 가까운 기사와, 광고주를 위한 기사, 클릭을 위한 기사, 편집장 마음에 들 기사들을 써대면서 그 '합의점'을 찾아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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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고사직전 미디어 업계 현실 생생하게 드러내
광고주와 독자, 기자 스스로가 모두 만족하는 기사는 가능한가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스틸컷.

※ 이 글에는 영화의 주요 줄거리가 포함돼 있습니다.

“저널리즘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아직도 저널리즘 타령을 하는 기자 앤디(앤 해서웨이 역)는 기자상 시상식 자리에서 해고 통보를 받게 된다. 그러나 다행히 울분의 수상 연설이 SNS에서 화제가 된 덕에 과거에 일했던 잡지사 '런웨이'에서 기획기사를 쓰는 시니어 에디터 자리를 제안받게 된다. 과거 앤디가 사회초년생일 때 '악마 편집장'으로 유명했던 미란다(메릴 스트립 역)와 디렉터 나이절(스탠리 투치 역)이 남아있는 곳이다. 연설의 진정성은 '알고리즘'을 타야 전달된다는 사실부터, 영화는 뼈를 때리고 시작한다.

오랜만에 돌아간 그곳에서 '악마'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앤디의 기억 속에 미란다는 절대 직접 코트를 건 적도 없고, 후배 기자들에게 악마의 평을 해대고도 아무런 가책을 느끼지 않고, 광고주에게도 당당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악마라는 수식어가 흔들릴 정도로 맥이 빠진 미란다의 모습은 패션 잡지 업계, 즉 미디어 업계의 고사 상황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영화는 미란다라는 잡지계의 상징적인 아이콘이 흔들리는 모습을 통해 잡지와 저널리즘이 흔들리는 상황을 통해 '아직은 죽지 않은', 혹은 죽기 직전의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2시간 내내 미디어 업계의 현실과 기업으로부터의 인수 합병을 주로 다룬다. 공교롭게도 한국에서도 가장 큰 미디어 그룹의 인수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만큼 미디어 업계 위기는 전세계 공통이다. 아무리 화려했던 미디어라 할지라도, 혹은 지금까지는 어느 정도 목숨을 지켜냈다 하더라도 예외는 없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고 외쳤던 언론인들은 '팔릴 거면 돈 많은 곳이 사줬으면 좋겠다'고 바랄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됐다. 어쩌면 인수합병 이야기가 나오는 미디어라면 다행인 것이 진짜 현실일테다. 웬만큼 큰 미디어가 아니면 인수할 기업도 없이 조용히 고사할테니 말이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스틸컷.

영화 시작부터 정신없이 쏟아지는 미디어 홍수와 영화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미디어 업계의 인수 합병 이야기는 뉴스가 미친 듯이 쏟아지지만 그것이 뉴스의 활황이 아니라, 사실상 고사직전이기 때문이라는 현실을 보여준다. 뉴스 값이 헐값이기에 미친 듯이 쏟아진다. 광고주가 원하는 지면도 이전에는 비싼 돈을 줘야했지만 이제는 헐값에 내어줄 수밖에 없다. 가장 잘 나가던 패션 잡지는 이전에 아프리카에 몇주 동안 출장을 가서 화보를 찍어댔지만 이제는 스튜디오를 이틀 빌리는 것도 감지덕지 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광고주와 독자, 기자 스스로 만족하는 기사는 가능한가

'런웨이' 잡지로 돌아간 앤디는 노동 착취 의혹으로 위기에 처한 미란다를, 나아가 잡지를 살려낼 듯한 기획 기사를 써낸다. 앤디가 처음 생각한 저널리즘에 부합하는 기사였다. 칭찬을 기대한 다음 회의에서, 미란다는 한마디로 정리해버린다. “트래픽은?” 예상대로 트래픽은 처참하다. 그리고 이어지는 피드백은 이렇다. “그런 기사를 문화부 기자 말고 누가 봐?” 앤디는 좌절한다. 더 이상 저널리즘을 구현할 공간 자체가 사라지는 것인가.

앤디와 함께 일하는 인턴 진차오(선위톈 역)는 이같은 위기에 이렇게 말한다. “똑똑하면서도 재밌는 걸 하면 되죠.” 이 한마디는 기자들이 상사에게 한번 이상은 무조건 들어봤을 소리다. 사실상 둘 다 하라는 말이다. 현실에 치이는 앤디는 런웨이 잡지의 가장 큰 광고주 홍보 기사를 열정적으로 쓰기도 한다. 미란다 마음에 들기 위해 몇 년 동안 패션 잡지와 인터뷰를 거부한 거물의 인터뷰를 따려고도 고군분투한다. 결말에 이르기까지 앤디는 자신이 처음에 생각했던 이상적인 저널리즘에 가까운 기사와, 광고주를 위한 기사, 클릭을 위한 기사, 편집장 마음에 들 기사들을 써대면서 그 '합의점'을 찾아나간다. 물론 영화이기에 그 결말은 아름답다.

그래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에서 제시하는 저널리즘 이야기는 일종의 판타지다. 그 누구도 읽지 않고 스스로만, 혹은 자신이 속한 서클에서만 공유되는 저널리즘이 아니라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고, 알고리즘의 선택도 받고, 광고주에게도 만족을 주면서도 편집장의 기를 세워주는 기사는 가능한가? 영화는 앤디의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좋은 기사란 무엇인지, 고사 직전의 쓰레기 같은 기사가 넘쳐나는 스크린에서 읽히는 기사란 무엇인지 질문하게 만든다.

애초에 잡지 편집장이라는 사람이 이토록 잘나갈 수 있는지부터 한국 사회에서는 판타지같은 일이긴 하다. 영화 후반부는 '부활'하는 미란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직은 침몰하지 않은 타이타닉 호에서 우아하게 음악을 켜는 오케스트라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말한다. 우리 모두 결말을 알지 않느냐고. 그리고 그 결말을 아는 우리에게 제안한다. 타이타닉에서 마지막에 음악을 켜는 오케스트라가 되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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