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잘 살기만을...” 통곡한 친모 5명 ‘눈물의 사연’
진화위에 진실규명 신청

환히 웃는 아이의 액자를 들고 있는 여성 5명이 카네이션을 선물 받으며 눈물을 훔쳤다. 그들의 가슴팍에 카네이션을 달아준 이들은 사진 속 아이들이 아니었다. 한 여성은 “엄마가 미안해. 그 사람들 말을 믿지 말고 너를 찾았더라면”이라며 통곡했다.
시민단체 ‘TRACE 해외입양·아동권리 진상규명 연대’는 8일 오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외입양인 친모 5명의 진상규명을 진화위에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납치, 가족에 의한 탈취, 위조 서류, 신생아 사망 기망, 무단 입양 처리 등 방식은 달랐지만 결말은 같았다”며 “어머니들은 아이를 잃었고 아이들은 자신이 버려진 줄 알고 평생을 살았고 어떤 이는 비극적 죽음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지난 3월 해외입양인들의 진상규명을 진화위에 신청한 바 있다.
친모 5명의 사연은 각양각색이다. 이귀임씨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남편을 잃고, 1983년 생활고로 당시 7살과 5살이었던 두 아들을 목포의 한 보육원에 잠시 맡겼다. 이씨는 “3개월 있다가 목포로 갔는데 전주로 아이들이 갔다고 했고, 그 후엔 홀트아동복지회로 갔다고 했다가 홀트로 가니 이미 아이들은 프랑스로 가버리고 없다고 했다”며 “현재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만나도 말도 안 통하겠지만 잘 살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단체에 따르면 당시 입양기관이 친모의 동의 없이 아이들을 입양 보냈고, 입양 서류엔 친모의 서명이 있었지만 서류는 위조된 것이라고 한다.
김은순씨의 아들 전순학씨는 1976년 전북 전주에서 실종됐고, 이후 입양기관이 다른 이름을 붙여 전씨를 미국으로 입양 보냈다. 김씨는 “자식을 누가 버리냐, 절대 안 버린다”며 “자식을 찾았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아 고통스럽고 명절이나 어버이날에 눈물 난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들 전씨를 지난해 한차례 만난 적이 있다.
이애리라나씨의 경우 1993년 아이가 사망했다는 거짓 통보를 받았는데, 그로부터 10년 뒤 딸 박미애씨가 미국으로 입양된 사실을 알았다. 박씨는 입양 가족과의 불화와 노숙 생활 끝에 2023년 자신의 한국 성인 ‘박(PARK)’을 회복한 다음 날 생을 마감했다. 이씨는 “제 딸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찾아다녔다”며 “입양 과정을 찾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서류 공개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불법 입양이 만든 죽음”이라고 말했다.

이들을 대리하는 박민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허위 서류를 통한 해외 입양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식을 잃은 어머니는 그렇게 국가폭력의 피해자가 됐지만 지금까지 국가가 어떤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한국은 어머니와 아이가 함께 할 권리를 철저히 외면했다”며 “홀트아동복지회와 동방사회복지회 등 입양기관의 허위 서류 작성과 국가의 방조 아래 자행된 불법 해외 입양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입양 기록을 열람하지 못하는 모든 해외입양인에게 즉각적인 기록 접근권을 보장하고 피해 어머니와 해외입양인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공식 사과 및 배상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날 송상교 진화위원장은 이들과 면담을 진행하고 해외입양 진실규명 및 피해자 지원 관련 의견을 청취했다고 진화위는 밝혔다.
박민규 기자 mingyu01@kyunghyang.com,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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