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포털의 시대 끝났나 했더니"···업스테이지는 왜 다음을 인수했나
카카오 입장에선 '선택과 집중' 대상
B2B에서 B2C, 확장 전략이 된 이유
AI 기술로 '성장궤도'에 오를지 관건

국내 생성형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포털 '다음'을 인수하며 국내 AI 검색 시장 재편의 신호탄을 쐈다. 자체 개발한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보유한 AI 기업이 직접 검색·콘텐츠 플랫폼을 손에 쥐었다는 점에서 단순한 스타트업 인수합병(M&A)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의 본질을 "AI 기술력과 대규모 사용자 트래픽의 결합 실험"으로 보고 있다. 구글이 제미나이를, 마이크로소프트가 챗GPT를 각각 검색 서비스에 통합한 것과 같은 흐름이 국내에서도 본격화했다는 분석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이사회는 전날 포털 다음 운영사 AXZ 매각 안건을 최종 의결했다. 인수 주체는 업스테이지다. 이로써 2014년 카카오와 다음커뮤니케이션 합병 이후 약 12년 만에 다음 사업은 카카오 밖으로 넘어가게 됐다.
거래는 주식교환 방식으로 진행된다. 카카오가 보유한 AXZ 지분 100%를 업스테이지에 이전하고 그 대가로 카카오가 업스테이지 신주를 받는 구조다. 양사는 올해 1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약 4개월간 실사를 거쳐 본계약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털 쇠퇴 속에서도
왜 다음이 필요했나
이번 인수를 이해하려면 다음의 급격한 위축 흐름을 먼저 볼 필요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지난해 다음의 국내 검색 점유율은 2.94% 수준으로 집계됐다. 2015년 연간 평균 11.62%였던 점유율이 10년 만에 3% 아래로 떨어진 셈이다. 카카오와 합병 전 20%대를 기록했던 시기와 비교하면 사실상 7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다. 같은 기간 네이버는 62.86%, 구글은 29.55%를 기록했다. 빙(Bing·3.12%)에도 밀리는 수준이다.
모바일인덱스 기준 다음 앱 월간활성이용자(MAU) 역시 수년 사이 3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젊은 세대의 포털 이탈과 유튜브·구글 중심 정보 탐색 확대, AI 검색 부상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로 보고 있다.
기업가치 하락 폭도 컸다. 2014년 합병 당시 약 9885억원 수준으로 평가됐던 다음은 이후 영향력이 크게 축소됐다. 카카오는 지난해 다음 사업을 AXZ로 이관하면서 초기 양도가액을 약 70억원으로 산정했지만 이후 인력·트래픽·자산 등을 재반영해 올해 약 1944억원 수준으로 기업가치를 다시 평가했다.
업스테이지는 기회 봤다

카카오 입장에서 다음은 '선택과 집중' 대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신아 대표 체제 이후 카카오는 AI와 카카오톡 중심으로 사업 재편을 추진하며 계열사를 132개에서 80개 수준으로 줄이는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다음 매각 역시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반면 업스테이지 입장에서 다음은 기업간거래(B2B) 중심 AI 기업에서 기업·소비자간거래(B2C) 플랫폼 기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핵심 자산이라는 평가다. 업스테이지는 2020년 설립된 AI 스타트업으로 자체 거대언어모델 '솔라(Solar)'와 문서를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는 'Document AI' 솔루션을 주력으로 한다.
업스테이지는 아마존 AWS 마켓플레이스 'AI 에이전트 & 툴' 부문 상위권 판매량을 기록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시리즈C 1차 클로징 당시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을 인정받으며 국내 생성형 AI 스타트업 가운데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최근에는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총 5600억원 규모의 투자도 유치했다. 첨단전략산업기금 1000억원, 산업은행 300억원, SK네트웍스·미래에셋 등 민간 자금 4300억원으로 구성된 투자다.
그럼에도 업스테이지에 다음이 필요했던 이유는 B2B에서 B2C로의 확장에 있다. 검색·콘텐츠 플랫폼인 다음을 확보할 경우 업스테이지는 수백만 사용자 기반 위에서 자사 AI 서비스를 직접 노출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업스테이지가 참여 중인 정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와의 연계 가능성도 거론된다. 벤처·중소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1차 평가를 통과한 업스테이지는 해당 프로젝트에서 개발하는 한국어 특화 AI 모델을 다음 포털을 통해 대국민 서비스로 배포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게 된 셈이다.
실제로 다음은 인수 확정 이전부터 새출발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AXZ는 카카오게임즈 연계 서비스를 축소하는 한편 '실시간 트렌드' 기능 부활과 AI 콘텐츠 큐레이션 챗봇 '디디(DD)' 도입 등을 추진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사실상 '카카오 색채 지우기'와 AI 중심 플랫폼 재정비 작업으로 해석하고 있다.
AI 검색 전환 핵심 변수
GPU 비용 부담 현실화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AI 검색 중심 포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GPU 인프라 비용이 가장 큰 부담으로 꼽힌다. 실제 업계 안팎에서는 "구글이나 네이버가 기술적으로 못해서가 아니라 컴퓨팅 비용 부담 때문에 전면 전환에 신중했던 측면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직 통합 역시 변수다. 대규모 조직 체계를 가진 다음과 스타트업 문화 중심의 업스테이지가 인수 이후 얼마나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느냐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이번 인수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된다. 우선 생성형 AI 기업이 국내 대형 포털을 직접 인수한 첫 사례라는 점이다. 구글이 제미나이를 검색 서비스에 통합하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챗GPT를 Bing과 결합한 것처럼 AI 기술과 검색 플랫폼의 결합은 글로벌 시장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업스테이지는 이 전략을 국내에서 직접 실행하는 주체가 됐다.
소버린 AI(자국 AI 주권) 생태계 구축의 핵심 연결고리가 마련됐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국가 AI 파운데이션 모델과 다음 검색 서비스를 연계해 대국민 서비스까지 이어지는 AI 밸류체인이 구체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관건은 하나
'다음을 다시 키울 수 있나'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단순한 포털 매각이 아니라 국내 AI 산업 재편의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가 다음을 정리한 것은 '선택과 집중' 전략의 연장선이고 업스테이지는 포털 플랫폼 확보를 통해 B2C 생태계 진입과 기업공개(IPO) 외형 확대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관건은 점유율 2%대로 내려앉은 다음을 AI 기술만으로 다시 성장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느냐다. 검색·콘텐츠·커뮤니티·AI 서비스를 얼마나 유기적으로 결합해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업스테이지·다음 연합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LLM(대규모언어모델) =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자연어를 이해하고 생성하는 AI 모델. 생성형 AI 서비스 핵심 기술로 활용된다.
☞소버린 AI = 국가 언어·문화·데이터를 기반으로 자국 기술로 개발·운영하는 AI 체계를 의미한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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