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헌법 수록 무산”…국민의힘 보이콧에 개헌안 좌초
“선거 날짜에 맞춰 국회 표결하는 건 졸속”
與, 내일 본회의 열어 표결 재시도 방침
“선거 유불리 떠나 국가 백년대계 생각을”

원내 6개 정당이 공동 발의한 헌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가 국민의힘의 보이콧에 가로막혀 무산됐다.
국회는 7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계엄 선포 요건 강화와 부마 민주항쟁·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명시를 골자로 한 개헌안을 표결에 부쳤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2시 25분께 개헌안을 상정했다.
우 의장은 "1987년 이후 39년 동안 멈춰있었던 헌법 개정의 문을 여는 역사적 출발점"이라며 "12·3 비상계엄을 겪으며 헌법의 빈틈을 확인한 국회가 다시는 같은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헌법적 안전장치를 세우는 역사적 책임을 완수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개헌 저지' 당론에 따라 표결에 불참하면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가 성립되지 않았다.
개헌안 제출에 동의한 개혁신당도 이날 표결을 위한 본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8일 오후 2시 본회의를 개최해 표결을 재시도한다는 방침이다.
6·3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안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10일까지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의원 286명 가운데 3분의 2 이상인 191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에서 최소 12명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앞서 여야는 이날 개헌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 직전까지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회동에서 "이번 개헌안은 부마 항쟁,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명시하고 비상계엄에 대한 국회 통제를 강화하며 균형발전을 (조문에) 명시하는 내용"이라며 "일부에선 선거용 (개헌)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선거와 무슨 관련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개헌안은 이미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의제이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기 위한 기초적인 내용"이라며 "(국민의힘이) 당장의 선거 유불리를 떠나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일부 합의할 수 있는 내용만 갖고 하겠단 것은 누더기 개헌"이라며 "선거 날짜에 맞춰 국민투표를 하기 위해 국회에서 표결해야 한단 건 졸속"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여당은 다수의 힘으로 개헌을 밀어붙이고 공소취소도 밀어붙이려고 한다"며 "다수의 힘을 너무 맹신하지 말고 정상적인 협치가 될 수 있도록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 본령으로 되돌아와 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헌법 개정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지금 헌법으로는 현재 우리 대한민국 민주주의 수준이나 국민의 삶의 상황, 또 국가의 미래를 충분히 담보하기 어렵다. 또 동시에 전면 개헌을 하기는 부담이 너무 크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에 합의가 쉽지 않다"며 "그렇다고 다 미룰 것은 아니고 할 수 있는 만큼은 하자. 실용적인 태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개헌안 투표가 국민의힘의 집단 불참으로 무산되면서, 향후 6·3 지방선거 국면은 더욱 가파른 대치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국민의힘의 '헌법 개정 거부'를 민주주의 후퇴로 규정해 심판론을 제기할 것으로 보이며,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방탄용 개헌'이라는 프레임으로 맞불을 놓을 전망이다.
한편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와 헌법 개정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에 대해 국민 10명 중 6명이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이날 공개한 정례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응답자의 59%는 개헌 국민투표를 6월3일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하는 것에 대해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27%, 모름·무응답은 14%로 나타났다.
연령 별로 보면 모든 나이대에서 찬성 비율이 반대보다 높았다.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응답 비율은 58%로 '필요하지 않다'는 비율(29%)보다 두 배 가량 높았다.
이번 조사는 4~6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9.8%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