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기간 미군 시설 228개 타격…“전략적 타격 능력 정밀”

지난 2월28일부터 50일간 이란 전쟁의 전투 때 이란이 중동 전역의 미군 기지를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정밀하게 타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군의 중동기지 피해를 보여주는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란은 중동 전역 미군 기지 시설 228개를 타격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워싱턴포스트가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분석은 이란 관영매체가 공개한 위성영상과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위성 시스템의 센티넬-2 이미지,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의 고해상도 광학 영상을 교차 검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분석 결과, 이란은 전쟁이 시작된 2월28일 이후 중동 전역의 미군 기지에서 격납고, 막사, 연료 저장 시설, 항공기, 핵심 레이더, 통신 장비, 방공 장비 등을 포함해 228개 이상의 구조물 또는 고가의 장비를 파괴하거나 손상시켰다. 이는 미국 정부의 공식 발표나 이전 언론보도에서 제시된 수치들을 훨씬 웃도는 규모이다.
이런 피해를 낸 이란 공격의 위협으로 중동 내 미군 기지들의 일부는 너무 위험해져서 근무 인원을 평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전쟁 초기부터 대부분의 인원을 이란의 공격 범위 밖으로 이동시켰다고 국방부 관리들은 전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14개 시설, 엔비시는 11개 기지 내 100개 표적, 시엔엔은 16개 시설의 피해를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의 분석 결과, 217개의 손상된 구조물과 11개의 파괴된 장비가 식별됐다.
줄스 허스트 미 국방부 예산담당 차관은 지난 29일 하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이란 전쟁 비용이 당시까지 250억달러(약 34조원)이고, “해외 기지 피해 최종 수치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지 피해 규모는 구체적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언론 보도에 이의만 제기하고 있다.
전체 피해의 절반 이상이 바레인의 미해군 제5함대 사령부와 쿠웨이트의 알리 알살렘 공군 기지, 캠프 아리프잔, 캠프 부에링에 집중됐다. 캠프 아리프잔은 미 육군의 지역 사령부다.
피해가 가장 심한 시설 중 하나는 중동 해군력의 핵심 거점인 바레인의 제5함대 사령부이다. 심각한 피해를 입어 미 해군은 사령부를 플로리다주 맥딜 공군 기지로 이전했다. 당국자들은 병력이 향후 중동 기지에 대규모로 복귀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의 위성통신 시설, 바레인 리파 기지와 이사 기지 및 쿠웨이트 알리 알살렘 기지의 패트리어트 미사일 방어 장비, 미 제5함대 사령부인 바레인 해군지원활동기지의 위성 안테나, 쿠웨이트 캠프 부에링의 발전소 등이 새로 피격된 것으로 나타났다.
쿠웨이트의 캠프 아리프잔과 알리 알살렘 기지, 제5함대 사령부의 레이돔(레이더 돔)이 파괴됐고, 요르단 무와파크살티 공군 기지와 아랍에미리트연합에서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레이더와 관련 장비가 피격됐다. 사우디아라비아 프린스 술탄 공군 기지에서는 E-3 센트리 공중지휘통제기와 공중급유기가 파괴됐다.
바레인과 쿠웨이트의 피해가 유독 심각한 것은 두 나라가 미국에게 사거리 500km 이상의 하이마스(고기동 다연장 로켓 시스템)를 이용한 공격을 포함해 자국 영토에서의 공세적 작전을 허용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미국 관리는 전했다. 반면 일부 페르시아만 국가들은 자국 기지에서의 미군 공세 작전 수행을 거부해, 피해가 적었다.
워싱턴포스트 분석을 검토한 전문가들은 이란의 공습이 단순한 시설 파괴를 넘어 훨씬 정교한 전략적 목표를 추구했다고 지적했다. 공개자료 연구 프로젝트 ‘콘테스티드 그라운드’의 조사관 윌리엄 굿하인드는 “이란은 여러 기지에 걸쳐 의도적으로 숙소 건물을 표적으로 삼아 대규모 인명 피해를 노렸다”며 “공격 대상은 장비, 연료 저장 시설, 공군 기지 인프라에 국한되지 않고 체육관, 식당, 막사 같은 '소프트 타깃'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 등은 이란의 공격에 의한 중동 미군기지의 피해로 미군들이 기지를 떠나 역내의 호텔과 사무실을 전전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고문이자 미 해병대 예비역 대령인 마크 캔시언은 영상을 면밀히 검토한 뒤 “이란의 공격은 정밀했다”며 “빗나간 흔적을 나타내는 무작위 폭격 흔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미군 당국자들은 중동 내 병력을 더 안전한 위치로 옮겨 전투 능력을 제한할 것인지, 아니면 지역 기지를 유지하면서 향후 인명 피해 가능성을 감수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의 전쟁 수행 능력 자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캔시언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이번 공격이 이란에 대한 미군의 폭격작전 수행 능력을 크게 제한하지는 않은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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