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유죄’ 선고한 2심 판사, 법원서 숨진채 발견

김건희 여사가 기소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항소심 재판장을 맡았던 신종오(55) 서울고법 판사가 6일 서울 서초구 법원 청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신 판사는 사망 현장에 유서를 남겼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날 오전 12시 20분쯤 “아빠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신 판사 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오전 1시쯤 서울고법 청사 5층 야외 테라스에서 쓰러져 있는 신 판사를 발견했다. 경찰은 전날(5일) 오후 5시 5분 이후 옥상에 올라간 신 판사가 추락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서울고법 청사 옥상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경찰은 정확한 사망 시각을 파악 중이다.
신 판사가 사망 당시 입고 있던 옷에서는 유서가 발견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유서에는 “죄송하다. 스스로 떠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 사건 등 재판과 관련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신 판사는 최근 지인들에게 재판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지인은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을 맡아 부담감이 컸을 수 있다”고 했다.
신 판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고 1995년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을 27기로 수료하고 법관으로 임용됐다. 지난 2월 부패 사건을 전담하는 서울고법 형사15-2부 재판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통일교 금품 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건희 여사에게 항소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의 징역 1년 8개월보다 2년 4개월 늘어난 형이었다.
신 판사는 특히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공범으로 가담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일부 유죄로 뒤집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2022년 4월 통일교로부터 청탁 목적으로 802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도 1심과 달리 유죄로 판단했다.
법원 안팎에선 신 판사가 형사15-2부 재판장으로 부임한 뒤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1부가 내란 전담 재판부로 지정되면서, 신 판사가 있는 형사15부가 형사1부에서 재판 중이던 사건을 모두 넘겨받았기 때문이다.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이 피고인인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등도 맡게 됐다. 한 동료 법관은 “불면증이 심각했는데 재판에 영향을 줄까 봐 수면제를 처방받고도 복용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며 “특히 김 여사 선고를 앞두고 재판 생중계 문제 등으로도 신경을 많이 쓴 것으로 안다”고 했다.
신 판사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아들이 대장동 민간업자 김만배씨에게 받은 50억원(세후 25억원)을 아들 퇴직금으로 꾸미는 데 가담한 혐의(범죄수익은닉법 위반)로 기소된 사건 항소심을 잠시 맡기도 했다. 당초 이 사건 첫 공판 기일이 이달 8일로 지정됐으나 지난달 사건이 곽 전 의원의 기존 뇌물 사건과 병합되면서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됐다.
신 판사는 검찰 내에서 존경받는 고(故) 신현무 전 검사장의 아들이고, 법관들 사이에서 “과묵하고 성실하게 재판에만 집중하는 분”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신 판사와 근무연이 있는 한 판사는 “휴일에도 출근해 사건 기록을 살피는 게 일상이었다”며 “힘들어도 표 한 번 내지 않고 묵묵히 일만 해온 분”이라고 했다. 그는 “자리 욕심이나 눈치 보는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고도 했다. 2023년에 신 판사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선정하는 우수 법관에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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