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불가능성'이 AI시대 기술 주권이다 [아침을 열며]
동북아 안보와 연계전략 필요
중국에 맞서는 연대기반 중요

2월 말부터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그렇지 않아도 불안정한 중동 정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정성은 화석연료라는 에너지원이 몰려 있다는 경제산업적 요인만으로도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마찬가지로 동아시아 지역에 쏠려 있는 첨단 반도체 팹도 지역 내 지정학적 불안정성과 맞물려 글로벌 경제에 석유만큼이나, 아니 최근에는 석유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인공지능(AI) 때문이다.
반도체와 AI는 이제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결합되고 있다. 더 강력한 AI 모델 훈련을 위해서는 고성능 GPU와 HBM 같은 반도체 칩이 필요하며, 이러한 칩들은 첨단 팹에서만 생산된다. 역으로 AI는 반도체 칩 설계는 물론, 신소재 발견과 공정 수율 개선 등에 적극 활용되면서 AI와 반도체는 서로 간에 가장 중요한 요소 기술로 작용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 강국이자, AI 3강을 목표로 소버린 AI 정책을 추진 중인 한국은 반도체-AI를 중심으로 하는 국제 지정학 질서 재편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반도체 생산은 설계, 공정 장비, 소재 등에 대한 해외의존도가 높고 GPU는 거의 전량 수입한다는 점에서 산업 및 지정학 질서 재편 과정에서의 불안정성에 취약하다. '소버린 AI' 역시 한국은 AI 플랫폼에 대해 챗GPT 같은 해외 모델에 의존하고 있으며, 해외 클라우드 서버와의 연결이 불안정할 경우 사실상 이용이 중단되는 구조적 약점을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반도체-AI 산업에서 스스로의 기술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은 미·중을 제외한 AI 모델-산업 선도 국가라는 방향을 다른 중견국, 지역 강국들과 공유하며 공급망의 안정성을 모색해야 한다. 지정학적 변동성 증폭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 상황에서 일종의 방파제를 구축해 두는 셈이다. 한국(북한이라는 불확실성), 대만(중국과의 긴장고조), 일본(중국과의 정치적 갈등) 등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내재된 지정학적·안보적 불안정성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의 AI 방향은 지역 안보와 연계되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AI 안전성에 대한 비전은 AI 거버넌스 상호운용성 프레임워크에 대한 공유로 이어져야 한다. 국제적으로 AI 규제 체계가 파편화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과 유럽연합(EU), 아시아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어느 한쪽의 규범을 일방적으로 수입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 한국의 강점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반도체-AI의 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쇠락해가는 제조업, 농업, 에너지 등의 주요 분야에서 산업 전환을 이끌 수 있는 맞춤형 반도체, 버티컬 AI 모델, 산업 전기화 전략 등을 패키지로 만들어 글로벌 표준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는 한국식 모델을 수출한다는 경제적 실익 추구를 넘어, 중국에 맞서 경쟁할 수 있는 중견국들의 공통 연대 기반을 마련하는 포석이다.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증폭되는 시대에서 한국의 반도체-AI 전략은 '모든 것을 만든다'가 아니라 '우리 없이는 완성되지 않는 구조를 만든다'는 메시지로 전달돼야 한다. 대체 불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기술 주권이며, 여기서 나오는 발언권이 거버넌스 논의에서의 실질적 영향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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