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AI 투톱은 가고, 소는 누가 키우나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에 이어 임문영 대통령 직속 국가AI전략위원회 상근부위원장도 다음 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다. 이재명 정부의 AI 정책을 총괄해온 투톱이 모두 정치판으로 뛰어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6일 임 부위원장을 발탁 인재로 영입했다. 임 부위원장은 보궐선거에서 광주 광산을에 전략 공천을 받았다. 광주 출신인 그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한국PC통신·나우콤에서 일했다. 이후 성남시 정책보좌관, 경기도 미래성장정책관 등을 거치며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 됐다. 지난해 9월 출범한 국가AI전략위원회(위원장 대통령)에서 상근직 부위원장은 그가 유일했다.
그러나 부산 북갑에 출마한 하 전 수석에 이어 임 부위원장마저 떠나면서 정부가 추진해온 ‘AI 3대 강국’ 정책의 앞날은 불투명해졌다. 선장이 출마하면서 부선장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상을 뒤집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AI 업계 관계자는 “AI 100조 투자 프로젝트의 컨트롤타워가 공석이 되는 것인데, AI가 이번 정부의 주요 정책이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정부가 진심으로 AI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키울 생각이 있었다면 핵심 요직에 있는 두 공직자가 동시에 선거에 나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일각에선 그동안 추진해온 AI 프로젝트가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해 두 사람을 서둘러 정치권으로 이동시킨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국가대표AI) 프로젝트다. 지난해 8월 AI 기업 5곳을 선발하면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기술 경쟁을 통해 내년 초까지 최종 2팀을 선발할 예정이다. 소버린(주권) AI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하 전 수석의 역점 사업이다.
하지만 국대AI 프로젝트로 만들어낸 독자 AI 모델이 당초 목표인 ‘모두의 AI’를 달성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많다.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글로벌 프런티어급 생성형 AI는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국내 기업과 개인 상당수가 이미 글로벌 AI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IT 산업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습관화”라며 “검색·메신저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이용자들은 습관적으로 사용해온 서비스를 쉽게 바꾸지 않는다”고 했다.
국대 AI뿐 아니다. 국가 AI컴퓨팅센터, 공공부문 AI 전환, 피지컬 AI, K-문샷 프로젝트 등 혈세를 투입해 추진하는 국가 주도 AI 사업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 결과는 나오지도 않았는데 책임자들은 AI 정책을 총괄했다는 경력을 발판으로 국회의원 선거로 점프했다. 누가 후임자로 오든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 있다. AI 업계에서 “소버린이 ‘소를 버린’ 아니냐. 이제 소는 누가 키우냐”는 비아냥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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