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美 물가...기름값 상승까지 저소득층은 '이중고'

중동 전쟁으로 치솟는 기름값에 미국인이 신음하기 시작했다. 대중교통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데 버스 노선을 줄이면서 차가 없는 사람들은 장을 보기 위해 몇 시간씩 이동해야 하고, 생필품 가격이 올라 생활비 부담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긴 이동 거리 때문에 차량이 없는 주민들의 식료품 구매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가디언이 미국의 실태를 보도했다.
테네시주 멤피스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집에서 버스로 20분 거리에 있는 직장에 가려면 3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버스가 매번 늦게 오거나 아예 오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식료품을 사려면 20km 떨어진 월마트까지 버스를 두번 갈아타고 가거나 24달러를 내고 우버를 타야 한다고 전했다.
미국에는 자동차가 없는 사람이 1600만명에 이르고, 대중교통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25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맴피스뿐만 아니라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 미네소타주 덜루스 등 상당수의 도시들이 대중버스 운행을 축소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투입했던 700억달러 규모의 코로나19 지원금이 고갈되면서 자금난을 겪고 있으면서 이같은 조치를 단행했다. 로드아일랜드주는 이미 지난해 9월부터 63개 노선 중 45개 노선이 운행을 중단했다.
대중교통 노선도 부족한데 인근에 식료품을 구입할 수 있는 슈퍼마켓 등 편의시설도 부족하다보니, 차가 없는 저소득층 가구들은 식료품을 구입하기 위해 30~45분씩 버스를 기다리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비가 오는 등 날씨가 궂은 날에는 무거운 식료품을 들고 비를 쫄딱 맞고 버스를 기다려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 전쟁으로 휘발유 가격까지 치솟으면서 물가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미국의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이란 전쟁 이전보다 약 50% 상승한 갤런당 4.48달러에 달하고 있다. 기름값 상승은 운송비로 전가되면서 식료품 등 생활물가 전반을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달걀·육류·유제품 가격이 상승한 데다 외식 물가와 배달비까지 오르면서 생활비 부담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실제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 3.3%를 기록한 데 이어 4월에는 4% 안팎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전쟁 이후 치솟은 국제유가와 운송비 부담이 물가 전반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기름 재고까지 바닥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비축유로 버텨왔는데 공급 물량이 계속해서 줄어들게 되면 돈을 주고도 기름을 구하지 못하는 '오일쇼크'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오일쇼크' 사태는 미국 내 휘발유 가격뿐 아니라 생활비, 교통비, 에너지 비용까지 동시에 상승시켜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물가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전세계 원유 재고량은 5월말이 임계점이라고 짚었다. 전쟁이 6월말까지 이어지면 재고는 바닥을 드러내게 되고, 이후에는 유가는 부르는 게 값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말 그대로 '오일쇼크'가 닥친다는 것이다.
미국도 전략 비축유를 하루 100만배럴씩 방출하고 있지만 지난 4월 24일 기준 휘발유 재고는 2억2200만 배럴인 것으로 집계돼 수 개월이면 바닥을 드러낼 전망이다. 전쟁이 끝나도 원유 수급이 정상화되기까지 최소 2개월 걸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기 때문에 전쟁이 길어지는만큼 미국 물가는 걷잡을 수 없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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