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두번 마주치자 충동”…광주 여고생 살해범, 빨래방서 옷 세탁도


● 20대 남성, 두 고교생 찌른 후 도주
광주 광산경찰서는 5일 살인 혐의 등으로 장모 씨(24)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장 씨는 이날 0시 11분경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한 고등학교 인근에서 귀가하던 여학생(17)의 목 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하고, 이 양을 도우려고 달려온 남학생(17)의 목 등을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두 학생은 같은 학년이지만 서로 모르는 사이로, 사건이 발생한 곳의 인근 학교 학생도 아니었다. 남학생은 경찰 조사에서 “도로 건너편에서 여학생이 ‘누군가 흉기를 들고 쫓아온다’고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고, 이어 ‘살려 달라’고 해 도와주러 갔다가 흉기에 찔렸다”고 진술했다. 남학생은 부상 후 도망쳐 현장을 벗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학교 인근 도심 보행로지만 자정이 넘은 시간이라 행인이 드물었다. 이 때문에 행인들이 쓰러진 여학생을 발견하고 신고한 것은 사건이 발생한 지 20여 분 뒤인 0시 32분경이었다. 이 여학생은 119에 의해 곧장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피해 여학생은 응급구조사를 꿈꾸며 이날도 밤 늦게까지 공부한 뒤 귀가하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장 씨는 범행 직후 자신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이동한 뒤 휴대전화를 끄고 택시를 3차례 바꿔 타며 달아났다. 도주 과정에서 무인빨래방에서 피가 묻은 상의를 세탁한 후 다시 입기도 했다.
그러나 폐쇄회로(CC)TV 역추적 등을 통해 장 씨의 자택을 확인한 경찰은 형사들을 월계동 자택 주변에 잠복시켰고, 사건 발생 약 11시간 만인 이날 오전 11시 24분 자택 인근에서 장 씨를 검거했다. 검거 당시 장 씨는 40cm 길이의 흉기를 갖고 있었지만 “범행에 사용한 흉기는 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장 씨는 최근까지 식당 아르바이트를 했고 현재는 무직 신분으로 파악됐다. 전과나 정신과 병력은 없으며 가족들과 떨어져 원룸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 계속되는 ‘묻지 마 범죄’
경찰은 장 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와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 조사에서 장 씨는 “피해 학생들과 모르는 사이”라며 “사는 것이 재미가 없어 자살을 고민하며 (범행 직전) 길거리를 배회하다 피해 여학생을 한 번 봤고, 이어 또 다시 마주치자 순간 범행 충동이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사건 조사에 참여하고 있는 광산서 관계자는 “장 씨가 정신질환이 있지만 치료 사각지대에 놓였을 가능성도 있다”며 “프로파일러 면담,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통해 범행 동기 및 경위 등에 대해 면밀하게 확인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찾는 한편 장 씨가 또 다른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던 점, 자신의 차량을 타고 범행 대상을 물색한 걸로 보이는 점 등을 근거로 추가 범행을 계획했는지도 수사 중이다. 장 씨는 경찰에 “숨진 여학생에게 미안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을 겨냥한 ‘묻지 마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2023년 7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는 당시 33세였던 조선이 길거리에서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이어 같은 해 8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서는 최원종(당시 22세)이 차량으로 행인을 들이받은 뒤 흉기를 휘둘러 2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조선은 범행 당시 “사회에 대한 불만” 등을 동기로 진술했고, 최원종은 망상 등 정신질환 증상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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