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수 아닌 ‘방화범’ 된 중앙당에…與 ‘영남 후보들’ 전전긍긍

박성의 기자 2026. 5. 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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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 앞 ‘조작기소 특검’에 與일각 커지는 ‘역풍’ 우려
김부겸 “어려운 지역 후보들 처지 생각해 심사숙고해야”
초1 여아에 “오빠 해봐요” 정청래·하정우 사과에도
교육단체, 아동학대 혐의 고발…보수진영 십자포화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여러분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법안 하나, 여기서 이 고생하면서 뛰고 있는 동지들을 버릴 셈이 아니라면 신중해 달라."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는 지난 5월3일 대구에서 열린 민주당 대구시당 지방선거 출마자 전진대회에 참석해 당을 향해 "대구 시민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건드리는 일은 그만해 달라"며 이같이 호소했다. 이어 "이번에 우리가 대구에서 희망의 씨앗을 심지 못하면 우리 아들딸들이 버틸 수 없는 곳으로 떨어질까봐 이렇게 몸부림치고 있다. 저희는 절박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방선거를 불과 한 달 앞두고 여권이 공들여 쌓아온 '영남 석권' 시나리오에 균열이 생긴 모습이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조작수사·조작기소 의혹을 수사하는 특별검사법안을 발의하자, 야권뿐 아니라 여권 일각에서도 지방선거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면서다. 실제 대구·부산 등 영남권에서 보수 지지층의 결집세가 감지되기 시작한 가운데, 후보들을 지원사격하는 정청래 대표의 실언 논란까지 겹치면서 여권 내 불안감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3일 오후 부산 북구 구포시장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하정우 전 청와대 AI 미래기획수석이 우산을 쓰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 털기'에 '오빠' 논란까지…겹악재에 코너 몰린 하정우

부산은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이자 민주당이 가장 공을 들여온 요충지다. 특히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 부산 북갑에 '명심(明心·이 대통령 의중)'을 등에 업고 등판했을 때만 해도 승리는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여기에 야권에서 무소속 한동훈·국민의힘 박민식 예비후보가 동시 출마를 선언하면서, 하 전 수석이 '어부지리'를 노릴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공식 선거운동을 앞두고 악재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위기의 시작은 하정우 전 수석 본인의 '손 털기 논란'이었다. 유세 도중 시장 상인 등과 악수한 뒤 손을 터는 듯한 모습이 잇따라 포착돼 '오만하다'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민심의 시선이 차가워진 상태에서 터진 정청래 대표의 '구포시장 실언'은 치명적이었다. 정 대표와 하 전 수석은 지난 3일 구포시장 유세 중 마주친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에게 "여기 정우 오빠, 오빠(라고) 해봐요"라고 재촉하며 논란을 불렀다.

해당 영상은 온라인 커뮤티니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졌다. 이에 두 사람의 행동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쇄도했다. 정 대표와 하 전 수석 모두 "아이와 아이 부모님께 송구하다"며 사과를 전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진화되지 않는 모습이다. 학생학부모교사인권보호연대는 "표를 얻기 위해 아동의 정서를 짓밟는 행위"라며 정 대표와 하 전 수석을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혐의로 고발했다.

야권도 공세를 집중시키는 모양새다. 박충권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4일 논평에서 "성인지 감수성의 부재와 권위적 인식이 빚어낸 문제"라며 "공당의 대표와 후보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고 꼬집었다. 부산 북갑에 출마하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오후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뒤 "(오빠 발언 논란은) 용납할 수 없는 말이다. 그 이후의 대응을 보면 정말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여론의 지형도 심상치 않다. 당초 여권이 기대하던 '하정우 돌풍'이 아직 불지 않고 있는 가운데, 3자 구도에서 하 전 수석과 한동훈 전 대표가 박빙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른바 '오빠 논란' 발생 전 조사된 결과다. 부산MBC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북구갑 유권자 5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정우 후보가 34.3%, 한동훈 후보가 33.5%를 기록해 격차는 0.8%포인트(p)에 불과했다. 박민식 후보는 21.5%로 뒤를 이었다.

4월29일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 선거사무소 ⓒ시사저널 최준필

대구 김부겸의 분노…"우린 몸부림치는데"

민주당의 전통적 사지(死地)인 대구의 사정은 더 급박하다. 3일 열린 출마자 전진대회에서 김부겸 후보는 당 지도부를 향해 "대구 시민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건드리는 일은 이제 그만해 달라"며 이례적으로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김 후보는 이날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어려운 지역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후보자들의 처지를 생각한다면 중앙당이 이런 법안을 내거나 혹은 자신들이 입장을 밝힐 때도 항상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후보가 이처럼 강하게 반발한 배경에는 중앙당이 밀어붙이는 '특검 정국'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민주당이 발의한 '조작수사·조작기소 특검법'과 이재명 대통령의 공소취소 가능성이 정치권 핵심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험지에서 개인기로 돌파구를 모색하던 김 후보에게는 악재가 됐다는 평가가 많다. 특검 정국을 고리로 영남권 '반명(反이재명) 결집'이 촉발됐다는 시각에서다. 실제 김 후보 측에선 "후보가 닦아놓은 판에 중앙당이 재를 뿌리고 있다"는 불만이 극에 달한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대구 판세는 안개 속이다. 매일신문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대구시장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김부겸 후보는 42.6%,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는 46.1%를 기록해 오차범위 내 접전을 보였다. 앞서 대진표 확정 전 이뤄진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가 추 후보를 오차범위 밖 압도했던 때와 대조적 양상이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민주당 영남권 주자들 위기의 본질은 후보 개인의 역량 문제보다는, 현장의 온도를 읽지 못한 중앙당의 '전략적 미스'가 초래한 자책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여당에 유리했던 '내란 프레임'의 전장을 찬반 민심이 팽팽한 '특검 정국'으로 옮긴 판단이 판세를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대선과 지방선거는 큰 차이가 있다. 동서남북 지방마다 민심의 온도도, 후보들이 바라는 지원도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지금 당 지도부의 시선은 너무 중앙에 있다. 한마디로 '여의도 중심적'인 사고"라고 지적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연구소장은 "민주당이 밀어붙인 사법개혁이나 특검법의 찬성률이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보다 낮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며 "특히 정청래 지도부를 향한 민주당의 비토가 강하기 때문에 민주당 지도부가 영남에 내려오는 게 후보들에겐 독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민주당의 위기가 영남에서의 '국민의힘 대반격'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홍 소장은 영남 유권자들에게 이번 지방선거는 '국민의힘을 계속 지지할 수 있느냐'를 묻는 시험대에 가깝다며 "결국 국민의힘 장동혁 지도부가 얼마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다. 중앙당의 변화 여부에 따라 '동부 벨트' 사수냐 참패냐가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떻게 조사했나

한길리서치 북구갑 국회의원 적합도 조사는 ARS 방식(84.3%)과 유선 RDD 방식(15.7%)을 혼합해 진행했으며 응답률 5.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1%p다. 한길리서치 대구시장 후보 조사는 가상번호를 활용한 ARS 방식으로 4월27~28일 대구 유권자 1004명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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