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배상금·해협통제 고수에 트럼프 "상상 안 돼"…추가 공격 전망도
'선 해협문제 해결, 후 핵 협상' 틀 그대로 유지
美, 핵농축 포기와 해협개방은 타협 대상서 배제
추가 공격 주장하는 강경파에 트럼프 기울 조짐

미국과 이란 사이의 전운이 다시 짙어지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종전 협상 역제안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며 군사적 재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란 타스님 통신과 AP 통신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최근 중재국인 파키스탄을 통해 미국의 9개항 종전 협상안에 대응하는 14개항의 역제안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
이 제안에는 전쟁 피해에 대한 배상금 지급과 미군의 이란 주변 지역 철수, 해외 자산 동결 해제 등 미국이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통행료를 징수하는 등 '새로운 메커니즘 구축'을 요구하며 해협 통제권 고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는 사실상 승전국의 지위에서 협상을 주도하려는 미국의 의도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의 계획을 검토는 하겠지만 수용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지난 47년간 인류와 세계에 저지른 일들에 비해 아직 충분한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며 이란의 제안이 수용되는 상황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현재 이란은 '선(先) 해협 문제 해결, 후(後) 핵 협상'이라는 기존의 전략적 틀을 고수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을 재개하고 전쟁을 끝내는 합의를 먼저 이룬 뒤, 그 대가로 대이란 제재가 해제되면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회담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란은 우라늄 농축 중단에는 동의할 수 있으나, 평화적 목적의 농축 권리는 반드시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미국은 20년간 핵 농축 완전 포기와 호르무즈 해협의 전면 개방을 협상의 최우선 과제이자 절대 타협할 수 없는 핵심 의제로 설정하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패전국의 책임이라 할 수 있는 전쟁 배상금 지급 요구에 응할 가능성은 전혀 없으며, 오히려 이란에 대한 경제적·군사적 압박을 강화해 항복에 가까운 합의를 끌어내려 한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은 이란의 해협 봉쇄에 맞서 이란 주요 항만에 대한 강력한 해상 봉쇄를 지속하며 이란 정권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란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 바깥의 오만만에 접한 자국 영해를 통해 파키스탄과 인도로 항해하고 있어 미국의 해상봉쇄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처럼 양측의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워싱턴 내부에서는 외교적 해결보다는 군사적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부 내 강경파들의 주장에 점차 귀를 기울이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NYT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을 비롯한 대이란 공화당 매파 인사들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저항을 지속하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란 내 핵심 군사 시설과 경제 거점에 대한 추가적인 정밀 타격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마러라고에서 마이애미로 이동하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그들이 합의를 원하지만 나는 만족스럽지 않다"며 공격 재개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사실을 보도하며, 미국이 조만간 휴전 체제를 끝내고 대규모 공세로 전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WSJ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수뇌부에 대한 추가적인 '참수작전'이나 유류 저장시설 타격 등을 포함한 여러 군사적 옵션을 보고 받았으며, 이란이 핵심 요구안에서 물러서지 않을 경우 이를 전격 실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양국의 갈등은 종전 조건에 대한 현격한 차이로 인해 다시 무력충돌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중재국인 파키스탄이 새로운 회담 성사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으나, 이란 내 권력을 장악한 강경파 혁명수비대의 저항과 미국의 '최대 압박' 기조가 정면충돌하면서 평화적인 종전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있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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