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분기 TV 비드라마 시장, '절대 강자'는 없었다
[원순우의 데이터로 보는 콘텐츠] 1%포인트도 안 되는 승부, 1분기 TV 비드라마 화제성
MBC의 저력, JTBC의 반격… 채널 경쟁은 '간판 프로그램'에서 갈렸다
[미디어오늘 원순우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대표]

2026년 1분기 TV 비드라마 시장을 관통한 키워드를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초접전'이다. K-콘텐츠 경쟁력 조사 전문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가 2026년도 1분기 동안 진행한 TV 비드라마 화제성 조사 결과를 보면, 이번 분기는 어느 한 채널의 독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예능, 오디션, 토크, 관찰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대중의 시선을 붙들었고, 그 결과 채널 간 판도는 예상보다 훨씬 촘촘하게 맞물렸다.
매일 채널 화제성 1위는 다르게 나타났다. 전체 방송국 점유율 표는 그 긴장감을 숫자로 증명한다. 1위는 MBC로 점유율 11.58%를 기록했다. 그러나 뒤를 잇는 JTBC(11.36%), KBS2(11.22%), SBS(10.82%)와의 격차는 놀라울 만큼 미세하다. 1위와 4위의 차이가 1%포인트도 되지 않는다는 2026년 1분기 비드라마 시장에 '절대 강자'가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어 tvN(8.57%), Mnet(7.98%), MBN(7.77%), TV CHOSUN(6.14%), ENA(5.10%), SBS Plus(4.82%)가 뒤를 이었다. 지상파, 종편, 케이블의 경계가 화제성 앞에서는 점점 옅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 표만큼 분명하게 보여주는 장면도 드물다.
요일별 선두 채널이 제각각이라는 점도 인상적이다. 월요일은 SBS, 화요일은 MBN, 수요일은 ENA와 SBS Plus, 목요일은 Mnet, 금요일은 tvN, 토요일은 MBC, 일요일은 JTBC가 각각 앞섰다. 이는 비드라마 시장의 주도권이 더 이상 특정 채널에 고정돼 있지 않다는 뜻이다. 시청자의 관심은 편성표의 관성보다 그날의 화제, 출연자의 존재감, 포맷의 새로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비드라마의 승부가 이제 채널의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 바로 그것이 2026년 1분기 시장이 보여준 가장 중요한 변화다.
MBC의 저력, JTBC의 반격… 채널 경쟁은 '간판 프로그램'에서 갈렸다
1위에 오른 MBC의 경쟁력은 한마디로 '두터운 기본기'였다. 대표 프로그램으로는 '나 혼자 산다', '놀면 뭐하니?', '극한84', '전지적 참견 시점', '복면가왕', '라디오스타'가 상단을 형성했다. 여기서 '극한84'를 제외하고는 모두 스테디 예능이란 점이다. 아쉬운 점은 신작인 '1등들'과 '마니또 클럽'의 화제성이 기대 이하로 나타난 것이다. 이 면면은 MBC가 여전히 관찰 예능과 토크쇼, 장수 포맷 운용에서 강한 저력을 갖고 있음을 말해준다.
JTBC의 흐름은 조금 달랐다. 이 채널은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를 중심으로, '싱어게인4', '아는 형님', '이혼숙려캠프'가 대표 프로그램군을 형성했다. JTBC의 1분기는 '강한 대표작이 채널 전체의 존재감을 견인하는 구조'로 읽힌다. 특히 '냉장고를 부탁해'의 복귀는 과거의 향수를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의 시청자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대화거리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오래된 포맷이 낡은 포맷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대에 맞게 다시 호출될 때, 그것은 가장 강력한 화제의 언어가 되기도 한다.

KBS2의 상위권에는 '개그콘서트', '더 시즌즈-성시경의 고막남친', '설빔 Soul Beam', '신상출시 편스토랑', '1박 2일 시즌4', '불후의 명곡'이 자리했다. 코미디, 음악, 가족형 예능이 균형 있게 포진한 이 라인업은 KBS2가 오랜 시간 축적해온 예능 자산의 깊이를 잘 보여준다. 급격한 변화보다 꾸준한 신뢰, 파격보다 안정된 친밀감이 KBS2의 언어다. 그 점에서 KBS2의 경쟁력은 화려한 돌풍보다는 오래 축적된 생활 밀착형 감각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SBS는 장수 프로그램의 저력과 신작의 기동력이 동시에 살아난 1분기였다. 대표 프로그램으로는 '런닝맨', '내겐 너무 까칠한 매니저-비서진', '그것이 알고 싶다', '자식방생프로젝트 합숙 맞선', '골 때리는 그녀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간판 프로그램들 사이로 신작들이 자연스럽게 파고들었다는 점이다. 이는 SBS가 익숙한 포맷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기획을 빠르게 화제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순발력을 여전히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tvN은 브랜드 감각과 인물 화제성이 결합할 때 얼마나 강한 힘이 나오는지를 보여줬다. 대표 프로그램은 '유 퀴즈 온 더 블럭', '보검 매직컬', '방과후 태리쌤', '아이 엠 복서', '퍼펙트 글로우'였다. tvN은 원래도 예능 브랜드를 세련되게 설계하고 운용하는 데 강점을 지닌 채널이지만, 이번 분기에는 그 위에 스타성과 기대감이 얹히며 더욱 또렷한 존재감을 만들었다. 익숙한 간판과 새로움에 대한 기대가 공존하는 편성은 tvN이 여전히 트렌드의 결을 읽는 데 능숙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방과후 태리쌤', '아이 엠 복서', '퍼펙트 글로우'의 화제성 경쟁력은 초반 높은 기대보다는 낮아진 상태로 종영했다는 아쉬움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MBN과 TV CHOSUN은 종편의 강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MBN의 대표 프로그램으로는 '현역가왕3', '무명전설', '현역가왕3 갈라쇼', '전현무계획3' 이 꼽힌다. TV CHOSUN은 '미스트롯4', '미스트롯4 갈라쇼' 가 전면에 섰다. 두 채널 모두 특정 시청층이 확실하게 반응하는 트로트 음악 장르를 다루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트로트는 이들 채널의 핵심 자산이기는 하나 화제성의 중심이 너무 한쪽에 치우치고 있다는 문제점도 보인다.
2026년 1분기 TV 비드라마 시장을 정리하는 키워드는 분명하다. MBC와 KBS2는 축적된 프로그램 자산의 힘을, SBS와 tvN은 기획력과 인물 화제성을 결합해 반응의 속도를 높였으며, MBN과 TV CHOSUN의 트롯장르에 집중된 경쟁력이다. 이제 TV 비드라마의 경쟁은 단순한 편성 경쟁이 아니다. 무엇이 가장 많이 회자됐고, 무엇이 대중의 대화 속에 가장 오래 머물렀는가를 둘러싼 경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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