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이 울릴수록 주가가 오른다…70년 대치가 만들어낸 K-방산의 역설

김태현 기자 2026. 5. 2.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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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상공에서 이란 탄도미사일이 불을 뿜던 그 순간,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전쟁이 시작됐다. LIG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LIG D&A, 구 LIG 넥스원)은 이란전 발발 이후 두 달도 되지 않아 주가가 두 배 넘게 뛰었다. 미국-이란 전쟁 전 약 50만 원이던 주가를 두고 각 증권사는 목표주가를 단숨에 120만 원으로 올려 잡았다. LIG D&A는 마침내 4월 22일 102만 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국내 증시 10번째, 방산주 사상 두 번째 황제주가 탄생했다. 화약 냄새가 증권 계좌로 스며드는 시대, K-방산이 단순한 테마주를 넘어 한국 증시의 새 판을 짜고 있다.

[우먼센스] 지난 4월 22일, LIG D&A 주가가 장중 111만만 80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장중 111만 8000원까지 치솟으며 상장 후 최고가를 갈아치웠고, 종가 기준 102만 원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이어 방산주 두 번째 황제주에 등극했다. 

사진=네이버 증권

불씨는 UAE 상공이었다. 국산 지대공 요격 체계 천궁-Ⅱ 2개 포대에서 발사된 60여 발의 요격미사일 중 96%가 이란 탄도미사일 격추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국회 국방위 유용원 의원실을 통해 전해지자 증시가 들끓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외신 인터뷰에서 "중동 국가들이 한국 방공 미사일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고 언급할 만큼 수주 기대감은 현실이 되고 있다.

천궁-Ⅱ는 어느 한 기업의 작품이 아니다. 적을 탐지하고 추적하는 다기능레이다는 경북 구미의 한화시스템이, 유도탄 조립과 체계 통합은 LIG D&A 구미하우스가 맡는다. 발당 가격 15억 원짜리 미사일 32발을 한 포대로 묶는 이 시스템은 한국 방산 기술의 정수를 총집합한 합작품이다. 레이더는 한화, 미사일은 LIG D&A, 교전통제소는 또 다른 협력사. 천궁-Ⅱ 한 포대는 한국 방위산업의 집햑체라고 볼수 있다. 

이번 실전의 의미는 주가가 2배 뛸 정도로 매우 파격적이었다. 단순히 96% 요격 성공을 넘어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탄도탄 요격 시험 데이터는 고작 5~6회분이었지만, 이번 이란전 하나로 그 10배 이상의 실전 데이터를 단숨에 확보할 수 있었다. 실험실에서는 절대 살 수 없는 데이터였다. 앞으로 천궁-Ⅱ의 성능 개량과 차기 요격 체계 개발에 고스란히 반영될 이 데이터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UAE 전장은 세계 어떤 방산 선진국도 제공하지 못한 가장 값비싼 실증 시험장이 된 것이다.

"70년의 대치가 만든 경쟁력"

이것이 가능했던 배경을 <K-방산에 투자하라>를 저술한 김민석 군사전문가는 냉전 종식 이후로 거슬러 올라가 짚는다. 김 군사전문가는 "한국 방산주 인기의 핵심은 생산 능력이다. 미국과 유럽이 '평화의 배당금'을 누리며 무기 생산 시설을 감축할 때, 우리는 북한과의 대치 상황 때문에 70년 넘게 세계 최고 수준의 가동률을 유지해 왔다. 그게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고, 폴란드처럼 당장 무기가 필요한 국가들에게 'On-time Delivery'(약속한 날짜에 배송 시간 준수)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밀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서구권 무기가 주문 후 인도까지 5~10년이 걸린다면, 한국은 수개월 내 초도 물량을 보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다"라고 설명했다. 

사진=Gemini 생성

한국이 미사일만 잘 만드는 나라였다면 이 정도 주목을 받기 어려웠다. 전차(현대로템 K2), 자주포(한화 K9), 경전투기(KAI FA-50), 잠수함, 그리고 미사일(LIG D&A 천궁)까지. 지상·해상·공중을 아우르는 풀스펙트럼 방산 능력을 갖춘 나라는 전 세계에 손에 꼽힌다. 그 숫자가 증시에서도 확인된다. 세계 100대 방위산업체의 2023년 평균 성장률이 4.2%에 머무는 동안, 한국 방산기업의 평균 성장률은 39%에 달했다. 골드만삭스가 "지정학적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좋은 투자처"로 한국 방산주를 지목하고, CNN이 "전 세계 방산 시장의 메이저리거"라고 부른 것은 천궁 하나의 성공이 아니라, 이 폭넓은 산업 스펙트럼 전체를 보고 내린 평가라고 볼수 있다. 이 스펙트럼을 구성하는 기업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K-방산 황제주 탄생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이 드러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 자주포로 미국 문을 두드리다

K9 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먼저 100만 원 고지를 밟아 최초의 황제주가 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 덕이 크다. 김민석 전문가는 "한화는 K9 자주포 1500대 이상을 9개국에 수출했고, 최근에는 미국 시장 진출을 겨냥한 차륜형 자주포 K9MH까지 내놓았다"라고 짚었다. 20년에 걸쳐 생산되는 동안 물가 상승률과 무관하게 1차 양산가 37억 원, 11차 양산가 39억 원을 유지한 기적 같은 원가 관리와 함께, 세계 정상급 성능까지 더해져 엄청난 흥행을 했다는 분석이다. 방산 종주국인 미국의 문을 두드리는 K9MH는 K-방산이 단순 수출국에서 미국 방산 공급망 편입을 노리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방산 실적에 힘입어 한화그룹 시총은 롯데와 LG그룹을 밀어내고 국내 재계 4위로 올라섰다.

현대로템 — '지상전의 왕자'가 유럽 전장으로 간다

K2 전차. 사진=현대로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유럽 재무장 물결 최대 수혜주 중 하나는 현대로템이다. K2 전차는 폴란드와의 대규모 수출 계약으로 단번에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김민석 전문가는 책에서 K2를 두고 대규모 수출에 성공한 '지상전의 왕자'라고 명명하며, 기동 무기체계 분야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의 주도권 싸움이 K-방산 전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동력이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서로 경쟁자이면서도 수출 패키지에선 손을 잡는 구도다. 현대로템의 강점 역시 생산 속도에 있다. '당장 무기가 필요하다'는 나라들에게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조건은 성능만큼이나 강력한 무기다.

KAI — 전투기를 넘어 방위 생태계를 수출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FA-50 경전투기로 동남아를 먼저 공략했다. 김민석 전문가는 "KAI는 FA-50 전투기를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공략하다가 최근 폴란드 수출에도 성공했고, KF-21의 첫 수출 대상으로 인도네시아를 예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KF-21. 사진=KAI

그런데 KAI의 진짜 승부수는 KF-21 이후에 있다. 김 전문가는 "KF-21의 수출형 버전은 전투기에 무인편대기, 6G 저궤도 통신위성까지 묶어 중동 파트너와 공동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항공기·드론·우주 기술을 한꺼번에 이전하는 이런 복합 패키지는 세계 방산 공동개발 사례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전면적인 것"이라고 강조한다. 무기 한 기종을 파는 것이 아니라 방위 생태계를 통째로 이식하는 전략이다. 중남미, 동유럽, 아시아도 KF-21의 유력 수출 시장으로 꼽히는 가운데, 가성비 경쟁력을 얼마나 유지하느냐가 향후 수출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LIG D&A — 황제주 등극, 그리고 미국을 향한 시선

LIG D&A의 궤적은 더 가파르다. 출발점은 1976년 박정희 정권 시절 LG 계열사 '금성정밀공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은 자체 미사일 개발 능력이 없었다. 냉전 시절 소련 폭격기 요격용으로 미국이 개발해 한국에도 배치된 나이키 허큘리스(Nike Hercules) 지대공 미사일을 분해하고 점검하고 수리하는 창정비(MRO) 사업을 맡으면서 기술을 하나씩 흡수했다. 남의 무기를 고치는 일에서 시작해 수십 년의 축적 끝에 국내 4대 방산기업 중 미사일을 만드는 유일한 회사가 된 것이다.

천궁-Ⅱ. 사진=LIG D&A

김민석 전문가는 "LIG D&A는 천궁 대공미사일은 물론 현궁 대전차 미사일, 비궁 유도로켓을 수출했는데 특히 중동 수출 물량이 많다"고 설명한다. 그 결과 현재 해외 수주 14조 원이 국내 수주 11조 원을 이미 앞질렀다. 정부를 상대로 한 내수 사업에서 세계를 상대로 한 수출 기업으로 무게중심이 완전히 이동한 셈이다.

다음 목표는 미국이다. 구본상 회장이 꾸준히 미국 방산 시장을 탐색하는 가운데, 그의 장녀 구연주 씨가 AI 전장 솔루션 기업 팔란티어 한국 법인의 실행 전략 부문에 재직 중이라는 사실도 시장의 시선을 끈다. 팔란티어는 이번 이란 분쟁에서 AI 기반 전장 관리 플랫폼을 실전 투입해 주목받았다. 천궁-Ⅱ의 중동 성공이 차세대 장거리 요격 체계 L-SAM으로 이어지고, 거기에 AI 연동 시스템이 결합된다면 미국 시장 진출도 허황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증권가는 LIG D&A 목표주가를 120만 원까지 올려 잡았다.

전쟁이 만든 시장, 기술이 지키는 미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재무장 물결은 중동 분쟁을 거치며 더 거세졌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K-방산이 새로운 먹거리를 넘어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을 기세다. 방산은 아이템 하나를 기획하는 데 5년, 개발에 5년, 유지보수에 30년이 걸리는 산업이다. 지금의 수주 행진은 20년 전 씨를 뿌린 결과다.

사진=Gemini 생성

김민석 전문가는 "한국군이 실전에서 운용하는 무기라는 사실 자체가 수출 시장에서 일종의 보증수표가 된다. 2006년 방산 3사가 UAE, 사우디, 이라크에 K방공망 벨트를 구축하기 시작한 것이 20년 뒤 천궁-Ⅱ의 실전 성공으로 돌아온 것처럼,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K-방산의 도약은 수십 년간 쌓아온 기술과 생산 역량이 지정학적 변화와 맞물린 결과다"라고 말한다. 황제주가 탄생한 여의도의 환호 뒤에는 반세기를 버텨온 대치의 시간이 있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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