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왕열에 마약 댄 ‘청담사장’ 국내 강제송환…고개 숙인 채 묵묵부답
100억원 상당 마약류 국내 밀반입한 혐의…유재성 “지구 끝까지 추적”
(시사저널=이강산 기자)

'필리핀 마약왕' 박왕열의 마약공급책으로 지목된 최아무개씨(51)가 태국에서 국내로 송환됐다.
1일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이날 오전 9시8분께 국적기인 아시아나항공 OZ742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최씨는 공항 도착 약 30분 뒤 흰색 상·하의에 검은색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 입국장에 들어섰다.
최씨는 "마약 밀반입 혐의를 인정하나" "박왕열의 지시를 받은 것인가" 등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호송차로 이송됐다.
경찰은 이날 새벽 3시6분(한국시간 기준)께 태국 공항에서 기내에 탑승한 최씨를 체포했다. 국적법상 국적기 내부는 대한민국 영토로 간주돼 체포영장 집행이 가능하다.
최씨는 텔레그램에서 '청담' '청담사장' 등의 활동명을 사용하며 2019년께부터 필로폰 약 22㎏ 등 총 100억원 상당의 마약류를 국내에 밀반입하거나 유통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에서도 국내 유통조직과 연계해 마약 거래를 이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 활동명 '청담'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을 일컫는 것으로, 최씨 가족은 청담동에 거액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슈퍼카를 타고 다니는 등 호화 생활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의 행적은 박왕열에 대한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 3월25일 송환된 박왕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가 최씨에게 마약을 공급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경기남부경찰청 마약·국제범죄수사대를 집중수사관서로 지정했다.
경찰은 최씨가 태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현지 수사기관과 공조해 방콕에서 차량으로 1시간가량 떨어진 사뭇쁘라깐 주(州)로 수사망을 좁혔다.
사흘간 합동 잠복에 나선 양국 경찰은 지난 10일 사뭇쁘라깐 주 고급주택 단지에서 불법체류 혐의로 최씨를 검거했다. 태국에 파견된 경찰협력관을 통해 은신 사실을 확인한 뒤 현지 경찰에 검거를 요청했다는 설명이다.
최씨의 신병을 넘겨받은 경기남부경찰청 마약국제범죄수사대는 박왕열과의 공모 여부를 포함한 마약 범죄와 여권법 위반 등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태국 현지에 마약 생산 공장이 있는지와 서울 강남 일대에 뿌려졌던 다량의 케타민과 엑스터시에 대한 연관성에 관해서도 추가 수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오창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마약범죄수사과장은 이날 공항에서 브리핑을 열고 "휴대전화 13대를 확보했으며 디지털포렌식을 진행해 추가 범죄와 공범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라며 "검거 과정에서 별도로 발견된 마약류는 없었다. 현장에서 타인 명의 여권이 발견돼 출입국 경위와 사용 과정은 추가 수사를 통해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사건 5건과 병합해 여죄와 공범 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며, 국세청·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공조해 범죄수익을 추적하고 있다"고 했다.
최씨의 송환에 대해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박왕열 송환 수사 과정에서 구축한 범정부 협력 채널을 이번 사건에도 활용하고 있다"며 "마약 범죄자에 대해서는 지구 끝까지 추적해 검거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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