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지도자' 전주원 우리은행 신임 감독 "박지수 와주면 좋겠다"
강이슬 이채은 윤예빈도 눈독
애제자 김단비에 "역량 나누도록 돕겠다"
'용장·지장' 위성우 감독과의 차별점엔
"복이 많은 '복장' 되고파"

'준비된 지도자'. 전주원(54) 아산 우리은행 신임 감독보다 이 표현이 잘 어울리는 사령탑은 없다. 현역 시절 전설적인 가드로 명성을 떨친 그는 은퇴 후 2012년부터 14년간 우리은행 코치를 맡아 위성우(55) 전임 감독과 함께 왕조를 구축했다. 이 기간 우리은행이 적립한 우승만 정규리그 10회, 챔피언결정전 8회에 달한다. '숙달된 조교'에서 '왕조의 사령관'으로 승격한 전 감독을 최근 서울 성북구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만났다.
"감독은 결정을 해야 하는 자리잖아요. '책임감' '부담감'이라는 단어들이 확 와닿더라고요."
감독실에 입성한 15일부터 전 감독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단어들이 튀어나왔다. 그는 "사실 정규리그 막판에 위 감독님이 지휘봉을 내려놓겠다고 말씀은 하셨는데, 내가 감독직을 맡을 거란 보장도 없는 상황이라 신경 쓰지 않고 일단 경기에 집중했다"며 "그런데 막상 발표가 나니까 그때부터 머릿속이 복잡해지더라.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빨리빨리 진행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가 언급한 결정은 경기 내적인 판단만 의미하는 게 아니다. 전 감독은 이제부터 코치진 선임, 선수단 구성, 팀 컬러 구상 등 일련의 과정을 스스로 생각하고 확정해야 한다. 그는 "안 그래도 코칭스태프 선임과 아시아쿼터 선수 선발 등을 두고 프런트와 계속 상의 중"이라며 "우선 선수단 구성을 마친 후에 팀 컬러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인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 시즌 우리은행은 선수들의 줄부상 탓에 명성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봄 농구' 막차를 탔고, 4강 플레이오프(PO)에서는 정규리그 1위 청주 KB스타즈에 3패를 당했다. 전 감독은 김단비(36) 의존도를 낮추고, 선수층을 두텁게 만들어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자연스레 자유계약(FA) 대어들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올 시즌엔 '국보 센터' 박지수(28)를 포함해 강이슬(32), 이채은(26·이상 KB스타즈), 윤예빈(29·용인 삼성생명) 등 굵직한 선수들이 FA로 풀린다. 전 감독은 우선 최대어 박지수에 대해 "어느 구단인들 지수를 안 노리겠나"라고 운을 뗀 후 "다만 우리 팀에는 센터 자원이 절실하다. 지수가 와주면 정말 좋겠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 이어 "강이슬, 이채은, 윤예빈 등도 다 접촉해 볼 생각"이라고 덧붙인 뒤 "큰손이 되어볼까"라며 웃었다.
내부 단속과 부상 선수 관리도 중요한 과제다. 전 감독은 "내부 FA인 김예진(29)과 짧게 이야기를 나누긴 했는데, 우선은 푹 쉬고 다시 대화를 하자고 한 상태"라며 "(부상 중인) 한엄지(28)는 가을이면 돌아올 것 같고, 이민지(20)는 8개월이 걸린다고 하는 데 무리시킬 생각은 없다"고 전했다. 인터뷰 초반 보인 엄살과 달리 그는 다방면의 업무를 일사천리로 처리하며 준비된 지도자의 저력을 뽐내고 있었다.

'전천후 플레이어'이자 우리은행의 기둥인 김단비에 대한 생각도 엿볼 수 있었다. 전 감독은 그를 "슈퍼울트라파워맨"이라고 칭한 뒤 "지난 두 시즌 짊어진 짐이 많아 과부하가 걸렸을 것이다. 단비였기에 해낼 수 있었던 일"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김단비도 30대 중반을 넘어선 만큼 이제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전 감독은 "단비는 은퇴하는 날까지 '김단비'라는 네임밸류를 가져가야 한다"면서도 "다만 이제 뛴 날보다 뛸 날이 더 적은 만큼, 그의 역량을 다른 선수들과 나눠 쓸 수 있게끔 팀을 잘 꾸려볼 생각이다. 그 과정에서 단비가 서운하지 않도록, 내가 잘 돕고 싶다"고 제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끝으로 위성우 감독과 비교해 본인은 어떤 유형의 지도자가 되고 싶은지 물었다. 위 감독은 여자프로농구의 대표적인 용장이자 지장이었다. 전 감독은 "복이 많은 복장이 되고 싶다"면서도 "말은 이렇게 하지만, 솔직히 시즌이 시작되면 내가 어떻게 변할지 나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14년간 위 감독님한테 배운 게 있어서 성향이 비슷할 수도 있다. 코트 위에서 어떤 모습이 나올지 지켜봐 달라"며 미소 지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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