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해밀톤 호텔 주변서 주점 운영 참사 때 구조 활동한 뒤 정신적 고통 유족들 “트라우마 단기에 치료 어려워”
지난 2022년 11월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입구 주변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에 3일 오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과 추모글 등이 빼곡히 놓여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구조 활동에 나섰던 지역 상인이 실종 열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참사 트라우마를 겪던 생존 피해자의 반복된 죽음에 희생자 유가족들도 참담한 심경을 전하며 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요구했다.
서울 구로경찰서와 경기 포천경찰서 등 설명을 29일 들어보면,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57분께 경기 포천시 왕방산 일대에서 ㄱ(37)씨 주검을 수습했다. 구로경찰서는 지난 25일 ‘ㄱ씨가 지난 19일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끊겼다’는 실종 신고를 접수했다. ㄱ씨 마지막 위치를 왕방산 일대로 확인한 경찰은 50여명을 투입한 수색 작업 끝에 숨을 거둔 상태인 ㄱ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태원 해밀톤 호텔 주변에서 주점을 운영했던 ㄱ씨는 이태원 참사 당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고 쓰러진 피해자들을 옮기는 등 초기 긴급 구조 활동을 벌였다. 행정안전부 이태원참사피해구제심의위원회는 지난해 9월 ㄱ씨의 긴급 구조 활동과 신체적·정신적 피해 등을 심사해 ㄱ씨를 이태원 참사 피해자로 인정했다.
참사 이후에도 ㄱ씨의 정신적·경제적 어려움은 지속됐던 것으로 보인다. 적자가 늘며 2024년 운영하던 주점을 폐업했고, 주변 다른 가게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ㄱ씨는 실종 직전에도 주변에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사가 벌어진 지 3년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생존 피해자들의 죽음은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7월과 8월에도 참사 당시 구조에 투입됐던 소방관 두명이 잇따라 숨진 바 있다. 정부는 참사 당시 현장에 있었던 생존자들도 신청과 심사를 거쳐 참사 피해자로 인정하지만, 개별 신청 사례를 넘어 이들의 전반적인 실태가 제대로 조사된 바는 없다. 정부는 지난 2월 개정된 이태원참사특별법에 따라 내년부터 참사 피해자의 신체·정신 건강 상태에 대한 장기 추적 연구를 시작할 계획이다.
희생자 유가족들도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고 이주영씨 아버지 이정민씨는 한겨레에 “트라우마는 단기간에 치료하기 어렵고 시간이 갈수록 깊어지기 때문에 지속적인 치료 지원이 필요하다고 유가족들이 줄기차게 이야기해왔는데 그런 부분에서 (정부 대응이) 안일했던 것 같아 비통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고 유연주씨 아버지 유형우씨도 “유가족뿐 아니라 생존 피해자, 구조 참여자 가운데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숨어서 끙끙 앓는 분이 얼마나 많을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유가족협의회는 이날 추모 논평을 내어 “참사가 남긴 상흔 속에 힘겨운 시간을 보내셨던 상인분을 진심으로 애도한다”며 “희생자들을 구조하기 위해 헌신했던 지역사회 상인과 주민을 포함한 모든 구조자들이 개별적으로 져야 했던 심리적·정서적 트라우마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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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선 기자 ren@hani.co.kr 장종우 기자 whddn3871@hani.co.kr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