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후보들 장동혁과 디커플링하는 ‘웃픈 상황’

6·3 지방선거가 불과 4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 제1 야당의 대표가 갈 곳을 잃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본격적인 지역 순회 행보에 나섰으나, 현장의 반응은 환대가 아닌 냉소와 '비토'뿐이다. 전국 단위 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할 당 대표가 사실상 '식물 대표'로 전락했음을 방증한다.
지난 22일 강원도 현장 공약 발표장에서 김진태 강원지사가 장 대표의 면전에 대고 "결자해지가 필요하다"며 사실상의 2선 후퇴를 종용했다. "하루 종일 발이 부르트도록 다녀봐야 중앙 뉴스가 뜰 때마다 가슴이 내려앉을 때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선거 국면에서 후보자는 오직 '득표 극대화'에 몰입한다. 김 지사의 발언은 당 대표와의 '디커플링(Decoupling, 밀접하게 연결되어 함께 움직이던 흐름이 분리되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거나 연관성이 약해지는 현상)'이 승리를 위한 유일한 생존 전략임을 자인한 셈이다.
본래 선거에서는 중앙당의 후광은 지방의 지지세를 견인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의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장 대표를 배제한 '독립 선대위' 구성을 공식화했고, PK(부산·울산·경남)의 광역단체장 후보들 역시 자체 선대위 구성을 계획하는 등 문을 걸어 잠글 것으로 보인다. 당 대표가 '정치적 자산'이 아닌 '정치적 부채'가 된 현실, 이것이 바로 '탈장(脫張) 사태'의 민낯이다.
이러한 '패싱'은 2018년 6.1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선 당시의 데자뷔다.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들은 홍준표 대표를 피했다. 이때문에 '독불장군' 이지미가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동반유세를 꺼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당시 정두언 전 의원은 "괜히 선거운동 시간만 낭비하고 이미지만 나빠지니까 (한국당 후보들이) 도망다니는 것"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8년 전 '홍준표 기피' 장면이 2026년 장동혁 체제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지금이나 8년 전이나 모두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하는 당대표를 후보들이 기피한 게 공통점이다. 특히, 8박 10일간의 '방미' 논란으로, 현장에서 후보들이 느끼는 감정은 '심리적 리액턴스(Psychological Reactance)', 즉 강한 거부 반응이다. 당 지지율이 창당 이래 최저치로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장 대표의 방문은 후보들에게 '기피 현상'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물론 당 지지율 하락이 모두 장 대표의 책임일 수는 없다. 그의 주장처럼 내부 갈등으로 힘이 하나로 모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당 내부 갈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 자체도 지도부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당내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은 당 윤리위원회 징계를 통해 친한계 등 정적을 제거하면서 촉발된 부분이 크기 때문이다. 당내 갈등을 남탓으로 돌리기에는 장 대표의 책임도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장 대표는 당내의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상황이 좋지 않다고 물러나는 것은 책임지는 모습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정당의 대표가 지역구 후보들에게 문전박대당하는 상황은 이미 리더십의 '기능적 불능' 상태를 의미한다. 선거 현장에서 대표를 거부한다면, 그것이 바로 '개점휴업'이 아니고 무엇인가.
오죽하면 민주당 진영에서 "장동혁은 민주당의 전략자산"이라는 조롱이 나오는 지경이다. 정치인이 가져야 할 가장 큰 덕목은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아는 '카이로스(Kairos)'의 지혜가 아닐까.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생각은 당도 손해고, 장 대표 자신도 손해일 뿐이다. 물론 6월 3일 밤 장 대표가 마주할 결과가 '당당한 평가'일지, '처참한 심판'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장 대표는 자신의 존재가 지선 승리의 동력인지, 패배의 상수(常數)인지 냉철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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