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 요정’과 ‘탈동혁’ 사이 [한겨레 프리즘]

이유진 기자 2026. 4. 27.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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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지난 16일(현지시각)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미국 국무부 차관보를 만났다며 공개한 사진(왼쪽)과 장 대표가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미 의회 의사당 앞에서 찍은 사진. 국민의힘 제공, 김성수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스레드 갈무리

이유진 | 오픈데스크팀장

“이번주 조회수(PV, Page View) 요정은 장동혁!”

오픈데스크팀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덕분에 지난 일주일이 든든했다. ‘조회수 요정’은 뉴스 조회수에 공을 세운 사람을 팀 내에서 부르는 말이다. ‘조회수 요정’은 기자가 될 수도 있지만, 쓰는 족족 읽히는 기사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디지털 기사를 주로 생산하는 오픈데스크팀은 조회수에 민감하다. 한겨레 누리집의 조회수는 짧게는 분 단위로 확인할 수 있고 네이버와 같은 포털은 1시간마다 언론사별 많이 읽히는 기사 순위를 갱신한다. 누가 이런 걸 하루 종일 쳐다보고 있을까 싶겠지만, 오픈데스크팀은 본다. 그럼 자연스레 ‘조회수 요정’을 가늠할 수 있는데 4월에는 ‘늑구’와 장 대표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장 대표의 ‘조회수 요정’ 등극은 ‘빈손 방미’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는 가운데 이뤄졌다. 장 대표가 8박10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지난 20일, 한겨레 누리집에서 가장 많이 읽힌 기사 3위가 장 대표 관련 기사였다. 이날은 장 대표가 방미 성과를 설명한다며 기자간담회를 자처한 날이기도 했다. 그래서 기자간담회 기사가 많이 읽혔냐고? 아니다. 정작 순위에 오른 기사는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장 대표에게 “한시가 급한 후보들 발목 잡기 3주차”라고 쏘아붙였다는 내용이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상황은 비슷했다. 조회수가 상승 곡선을 그릴수록 장 대표의 처지는 곤궁해지는 아이러니 말이다.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날마다 한겨레 누리집 기사 순위 1~5위 가운데 과반을 장 대표 관련 기사가 차지했다. 중요한 건 내용일 터. 22일만 봐도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지사 후보가 장 대표 면전에서 “결자해지가 필요하다”고 쓴소리했다는 기사가 3위에 올랐다. 장 대표가 ‘외교 관례’를 들어 접촉한 미국 인사를 비공개한 것을 두고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그걸 믿을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고 일갈한 기사가 4위,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인 이정현 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장 대표가) 국민의 눈높이로 일정을 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기사가 5위였다. 이즈음부터인 것 같다. 언론에 ‘반장연대’, ‘탈동혁’(탈장동혁), ‘절장’(장 대표와의 절연) 같은 신조어가 심심찮게 등장한 시점이.

주 후반부에도 장 대표는 ‘조회수 요정’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빈손’보다 더 치명적인 ‘거짓말’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장 대표가 귀국 일정까지 연기하며 만난 ‘뒷모습 차관보’가 실은 차관 비서실장이란다. 한겨레가 미 국무부 대변인에게 확인한 결과, 그는 세라 로저스 공공외교 담당 차관의 30대 비서실장 개빈 왁스였다.

장 대표는 24일 “직급을 정확하게 밝히면 누군지 특정이 되기 때문에 차관보급이라고 한 것을 표기하면서 실무상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뒷모습만 찍힌 인물이 차관보 본인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네, 맞습니다”라고 답한 바 있다. 뒤늦게 장 대표는 “차관보급 인사 2명을 만났다”고 정정했지만, 나머지 1명마저 ‘수석 부차관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그래도 장 대표는 요지부동이다. 25일 당 수석대변인이 “잘못 알려드린 부분이 있다면 분명 잘못”이라며 사과하자 장 대표는 곧장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해당 직책의 직급은 분명 차관보 혹은 그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미 국무부 차관보는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 인준을 거쳐야 한다. 장 대표는 이 부분을 추가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오픈데스크팀장으로서야 ‘조회수 요정’이 좀 더 활약하겠다니 일견 반갑기도 하다. 하지만 과연 일반 국민도 그럴까. 장 대표가 몇년 전 원내대변인 시절 썼던 논평을 돌아봤으면 한다. “거짓을 덮기 위한 거짓말이 지속된다면 따뜻한 물속에서 죽어가는 개구리처럼 어느새 공당의 모습을 잃어버릴 수 있다.”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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