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석 칼럼] 장동혁, 땅에 떨어져 黨의 거름이 되어라

강천석 기자 2026. 4. 24.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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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대표 물러나면
黨 버리고 떠난 보수 票
생각 바뀔 것
국민의힘이
지방선거 이기진 못해도
보수 再生 발판은 마련해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제임스 헬러 주한 미국대사대리를 만난 것 등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게 아직 남은 역할이 있을까. 선거를 39일 앞두고 그가 이끄는 당의 지지도는 15%다. 대통령과 그 수하(手下)들의 유죄 판결을 뒤집겠다고 사법 난동(亂動)을 벌이는 당의 지지도가 48%다. 여당 지지도를 높이고 자기 당 지지도를 낮추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이 장 대표다.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호감과 혐오감을 맨 먼저 겉에 드러내는 게 중도층이다. 중도층 국민의힘 지지도가 9%, 민주당 지지도가 46%다. 야당이 여당의 5분의 1이다. 이 상황 속에서 보수 고정(固定) 지지자들은 ‘지지를 철회할까?’, ‘정신 차리라고 고함을 쳐볼까?’, ‘내가 어떻게 이 당을 버리겠나’ 하는 3가지 갈림길 앞에 서 있다.

국민의힘 지지도 15%는 이 갈림길에서 3번째 길을 선택한 사람들 숫자다. 정확히 말하면 1번 길도, 2번 길도 선택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다. 그들의 이런 ‘선택하지 못한 선택’의 배경에는 지역 요인이 작용했을 수도 있고, ‘어게인(again)에 대한 미련(未練)’ 때문일 수도 있다. 그야 어떻든 국민의힘을 떠날 사람은 더 있을지는 모르지만, 새로 흘러 들어올 지지자는 없다. 그래서 국민의힘 지지도 15%는 사실상 지지도 제로(0)와 같은 뜻이다.

이 상황에서 장 대표에게 무슨 남은 역할이 있을까. 도리어 상황이 절망적이기에 그가 해야 할 일이 남았다. 땅에 떨어져 썩어서 거름이 되는 것이다. 장 대표가 국민의힘 대표라 해서 그 얼굴을 보고 투표장에서 국민의힘에 표(票)를 줄 유권자는 없다.

그러나 그가 대표를 물러나면 당을 버리고 떠난 고정 지지자 가운데 상당수가 당으로 되돌아올 길이 트인다. 보수 유권자가 국민의힘을 버린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장 대표고, 그들이 국민의힘으로 되돌아올 길을 막는 장애물이 바로 장 대표이기 때문이다. 장 대표가 물러나면 세상의 비웃음을 받은 워싱턴 관광 사진과 국민의힘을 겹쳐보는 화난 눈길도 약간은 누그러질 것이다.

전체 유권자 가운데 보수 성향 유권자는 25% 전후라고 한다. 비상계엄 충격으로 큰 타격을 입었으나 고정 지지층은 사건에서 멀어지면 원래의 크기로 되돌아오는 회복(回復) 탄력성(彈力性)이 크다. 그걸 막기 위해 대통령과 민주당이 12·3 관련 특검, 국정조사, 다시 특검하면서 12·3의 기억을 되살리려 무진 애를 쓰는 것이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후보자가 지금 국민의힘 지지도 15%에서 출발하는 것과 보수 유권자의 크기인 25% 전후에서 출발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서울·부산·대구 시장 선거 양상을 상당히 바꿔놓을 수가 있다. 그걸 가능하게 할 첫 조건이 장 대표의 사퇴다. 장 대표를 오라는 곳도 없다. 후보자가 싫다는데 억지로 얼굴을 들이미는 것은 체면만 깎인다. 이럴 땐 내려놓는 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2일 강원 양양군에서 '강원이 올라갈 시간, 내 삶이 특별해지는 약속' 현장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국민의힘 강원지사 후보인 김진태 지사는 방미 일정 뒤 첫 현장을 찾은 장동혁 대표에게 “결자해지가 필요하다”며 거취 결단을 촉구했다. 당내 ‘탈장동혁’ 움직임이 커지는 가운데 장 대표는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지 모르겠다”고 딴소리를 했다. /남강호 기자

물론 장 대표가 사퇴한다 해도 크게 불리한 선거가 유리한 선거가 되는 건 아니다. 그래도 요처(要處) 몇 곳이라도 지켜낸다면 입법권과 행정권을 완전히 장악하고 사법부를 파괴하는 이재명 정권을 견제하는 교두보(橋頭堡)는 마련된다. 설령 선거에 실패해도 ‘장 대표가 있는 실패’와 ‘장 대표가 사라진 실패’는 많이 다르다.

장 대표가 없으면 잿더미 위에서라도 ‘21세기 한국 보수란 무엇인가?’ ‘지금 여기서 한국 보수는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라는 근본 질문을 붙들고 나라를 주도(主導)하는 세력으로 다시 태어날 계기를 만들 수 있다. 폭격으로 반쯤 망가진 건물이 여기저기 버티고 있으면 도시 계획을 새로 하지 못한다. 지금처럼 국민의 외면을 받으며 야당 기득권을 나눠 먹는 기생(寄生) 정당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본인의 결단이다. 아직 창창한 나이의 장 대표가 스스로 땅에 떨어져 썩어 당의 거름이 된다면 그의 미래는 열려 있다. 국민의힘 당원(黨員) 구성으로 보면 상당한 지지 세력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장 대표가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지도부가 해산하는 것이다. 지도부가 해산하려면 최고위원 5명 가운데 4명이 사퇴해야 한다. 그러나 5명 중 2명은 장 대표 지지자다. 당이 침몰해도 선장실에 남은 공기로 시한부(時限附)나마 정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라고 한다.

결사대(決死隊) 역할을 맡아야 할 사람이 있다면 서울·경기 출신 의원들, 특히 국민의힘이라면 쇠꼬챙이를 꽂아도 잎이 돋는다는 서울 강남 지역에서 거저 당선된 의원들이다. 이대로 가면 다음 총선에서 강남 역시 국민의힘이라면 무슨 나무를 옮겨 심어도 말라 죽어 버리는 보수의 불모지(不毛地)로 변하고 말 것이다. 지방선거까지 39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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