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 “미-정동영 인식 차에 사달…쿠팡 문제가 안보 협의에 영향 주는 것은 사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평안북도 구성시 핵시설 발언 이후 미국의 대북정보 제공 일부 제한 논란에 대해 “미국과 정 장관 간 약간의 인식 차”라며 “발언을 한 정 장관은 미국에서 온 정보하고는 무관하다고 하고, 미국은 자기들이 준 정보가 흘러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미국과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소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지난 23일 베트남 하노이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같이 답했다. 위 실장은 “(구성시 핵시설은) 지금은 다 알려져서 아무나 얘기하는 사안이지만 원래 비밀이다. 미국과 한국의 공유로 한·미 연합비밀이 됐다”면서 “정 장관은 오픈 소스에서 들은 게 있어 그 얘기를 했다는 것인데, 연합비밀은 정 장관에게는 여전히 비밀인 것”이라고 말했다. 위 실장은 “그래서 사달이 난 것이고 경위를 따져보면 그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엑스에 올린 말씀의 취지는 정 장관이 ‘미국으로부터 받은 정보를 유출했다’는 전제 위에서 하는 주장과 논의는 잘못된 것이라는 취지”라며 “그게 정부의 입장이고, 이 대통령의 ‘알아봐야겠다’는 언급에 따른 후속 조치들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엑스에 “정 장관이 ‘미국이 알려준 기밀을 누설’했음을 전제한 모든 주장과 행동은 잘못”이라며 “대체 왜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봐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장관은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박인준 천도교 교령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발언은 기밀이 아니라고 재차 설명했다. 정 장관은 “그 지명은 10년 전부터 수많은 연구기관에서, 전문가들에 의해, 심지어 미국 의회 보고서에도 언급된다”며 “뉴스에도 나왔는데 기밀이냐”고 말했다.
앞서 정 장관은 지난달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핵을 고도화하고 있다며 우라늄 농축시설이 가동되는 지역으로 영변과 강선, 구성 3곳을 지목했다.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공식 확인한 평안북도 영변군과 남포특별시 강선군 외에 평안북도 구성시를 추가로 언급한 것이다. 미국은 이 일 등을 문제 삼아 한국에 대한 대북 위성정보 공유를 일부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 실장은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던 대북 정보를 어느 정도로 제한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 문제에 대해 드릴 수 있는 답변은 한·미 간 정보 사안에 대해서는 확인도 부인도 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 실장은 “이 사안이 생긴 직후부터 한·미 간 많은 소통이 있다”면서 “서로 일종의 출구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 장관의) 구성 발언으로 생겨난 지금의 현상을 소통을 통해 잘 정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정상적인 협력 상태로 조속히 돌아가야 한다는 방향에서 미국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치권과 언론에 과도한 반응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 문제가 크게 불거진 것은 근자에 있었던 언론 보도”라며 “정치권이 여기에 주목하고 입장을 내고 해서 일이 복잡하게 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밖에서 너무 많은 논란이 벌어지면 정부 간에 문제를 풀어가려는 노력에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는 염려가 있다”면서 “동맹은 아주 가까운 관계이지만 잘 조율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원(가꾸기)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최근 미국 정부가 ‘쿠팡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 안보 협의가 어렵다’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는 데에선 “쿠팡의 문제가 한·미 간의 안보협의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그런 방향의 연결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쿠팡 문제는 법적 절차대로 진행을 하고, 안보 협상은 안보 협상대로 진전을 해야 된다는 입장으로 미국과 많은 논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정치적 편의주의가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조건을 앞질러선 안 된다”고 한 발언에 대해선 “브런슨 사령관의 얘기는 군사 지휘관으로서 자기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문제는 군 사령관과 다루는 문제라기보다는 한·미 외교·국방 당국 간에 다루는 문제이고, 조속한 전환을 바라는 우리의 입장은 충분히 전달돼 있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또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 정치적 편의주의는 아니다”라면서 “노무현 정부 때부터 노력을 쭉 해 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사적인 측면을 경시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정치적인 결정의 문제”라며 “결국 결정은 양국 정부 수뇌부들이 내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 |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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